손끝에 닿은 태고의 영맥. 그 중심에서 박동하던 옥빛 내단이 비명처럼 당신의 식도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것은 감미로운 영약이 아니었다. 아득한 신화의 시대, 천지를 흔들었던 파괴의 화신이 남긴 잔혹한 유산이다.
찰나의 순간, 단전이 산산이 조각나는 착각이 인다. "콰르릉!" 귓전을 때리는 것은 동굴의 낙석 소리가 아니다. 당신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핏물이 들끓으며 내지르는 명동(鳴動)이다. 삼류 문파의 마부로 살며 잡초처럼 길들여진 육신은, 이 거대한 파멸의 군세를 담아내기엔 너무도 협소한 그릇에 불과했다. 천지개벽(天地開闢)의 기운이 임독양맥을 사정없이 유린하며 온몸의 기혈을 찢어발긴다.
차디찬 지하 벽 너머, 보이지 않는 밤하늘 위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듯한 기상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바람조차 숨을 죽이고, 어둠마저 갈라지는 고통. 피안(彼岸)의 경계에서 사정없이 흔들리는 혼백을 붙잡는 것은 오직 하나, 황금빛 유골이 뿜어내던 오만한 기세뿐이다.
‘이대로 사지가 찢겨 죽을 수는 없다.’
주화입마(走火入魔)의 전조가 시야를 붉게 물들인다. 골맥이 뒤틀리고 인대가 강철처럼 수축하며 전신이 기괴하게 팽창하기 시작한다.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된 피부 구멍마다 핏방울이 붉은 안개처럼 뿜어져 나온다. 일촉즉발(一觸即發). 조금만 지체했다가는 육신이 폭사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질 판국이다.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당신의 눈동자만은 검푸른 심연처럼 형형하게 빛난다. 평생을 마구간의 오물 속에서 비굴하게 고개를 숙여왔던 비루한 삶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 간다. 태고의 인연으로 겨우 거머쥔 하늘이다. 결코 다시는 남의 발밑에서 무릎 꿇지 않으리라.
가슴 속에서 검의 울림 같은 이명이 날카롭게 고막을 찌른다. 폭압적인 기운을 제어하려 할 때마다 골수까지 타들어 가는 작열감이 심장을 조여온다. 기로에 선 당신의 손끝이 갈라져 피를 흘린다. 생(生)과 사(死)의 경계선이 눈앞에서 아지랑이처럼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