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햇살조차 감히 침범하지 못하도록 두껍게 드리워진 심홍빛 벨벳 커튼 사이로, 오직 촛대 몇 개만이 음울하고도 화려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집무실 겸 티룸은 베르가모트향과 쌉싸름한 마른 라벤더의 향취로 가득 차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얇은 금박을 두른 리모주 찻잔이 놓여 있고, 그 안에는 주홍빛이 감도는 자스민 차가 은은한 온기를 뿜어내고 있지요.

당신은 등받이가 높은 빅토리아풍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습니다. 몸을 감싼 것은 수천 바늘의 은사로 수놓아진 심해색 실크 드레스입니다. 어깨에서부터 부드럽게 흘러내려 바닥에 흐드러지는 드레이프 실크는 마치 밤의 바다를 그대로 오려내어 걸친 듯 오만하고 매혹적입니다. 가슴팍에 장식된 차가운 물방울 모양의 다이아몬드가 당신의 미세한 숨결에 따라 서늘하게 반짝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구두 굽 바로 아래, 한 남자가 엎드려 있습니다.

한때 제국의 가장 높은 곳에서 당신을 내려다보며, 오만한 냉소로 당신의 영혼을 말려 죽이던 대공 에드윈. 그러나 지금 그의 목에는 그의 강력한 마법을 원천부터 봉쇄하는 칠흑빛 마술 사슬이 감겨 있습니다. 파랗게 질린 그의 목덜미 위에서, 푸른빛 사슬은 그의 호흡을 억죄며 찬란하게 빛납니다.

"아이리스... 나의 주인..."

에드윈이 피가 배어 나오는 입술을 열어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그의 손가락은 감히 당신의 드레스 자락을 쥐지도 못한 채, 그 언저리의 카펫 바닥만을 초조하게 쓸고 있습니다. 과거의 불같던 위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직 짓밟힌 패배자의 처절한 혼잣말만이 그의 온몸을 지배합니다.

"이 고통마저 기쁘다니, 내가 정말 미쳐버린 것이겠지. 하지만 네가 나를 묶어두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숨을 쉴 수가 있어. 제발, 나를 이 사슬 밖으로 내던지지만 말아줘."

눈물로 젖어 들어가는 그의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당신은 리모주 찻잔을 천천히 들어 올려 한 모금 머금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면서도 떫은 맛이 무척이나 흡족합니다. 당신은 나지막하게, 하지만 예리한 칼날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사냥개는 도살장에 보내지는 법이랍니다, 에드윈. 당신이 내 발밑에서 평생을 기어 다닌다 한들, 내 마음 한 자락조차 얻지 못할 텐데. 참으로 가련하고도 우스운 몰골이군요."

"그래... 내가 어리석었어. 너를 가두고 내 눈을 가렸던 대가가 이토록 지독한 낙원일 줄은 몰랐으니."

그가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제 목을 죄는 사슬을 더 단단히 거머쥡니다. 그것은 이혼을 선사받는 대신, 영원한 소모품이자 노예로서 당신의 세계에 속하기를 선택한 자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은총이었습니다.

당신은 침묵 속에서 세상의 모든 마법 물자를 쥐고 흔드는 절대적인 지배자가 되었고, 당신의 가장 앞선 자리에는 그 누구보다 오만했던 남자가 목줄을 찬 채 사냥개로 기어 다닙니다. 당신은 구두 끝으로 그의 턱끝을 살며시 들어 올립니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화려하고도 잔혹한 사슬의 속박 속에서, 비로소 완벽해진 당신의 지배가 영원히 계속됩니다.

이전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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