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다. 드디어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침대 속 무위도식의 세계로……."
루카스 에반스는 앓는 소리를 내며 대강당 계단을 내려왔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카데미 설립 헌장 제9조의 먼지 쌓인 면책 조항을 들먹이며 황실 특별수사대장 다미엔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준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날아간 뇌세포와 마나 소모량은 평민 장학생의 껍질을 쓴 은퇴 영웅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노동이었다.
"아, 단당류가 필요해. 찐득한 초콜릿 시럽을 들이붓고 설탕 가루를 흩뿌린 크루아상이 절실하다……."
침을 삼키며 중앙 광장의 음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 순간이었다.
바람의 결이 바뀌었다.
스산하게 불어오던 가을바람 속에 기분 나쁜 열기가 섞여 들었다.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구르는 소리 사이로, 가죽 장화가 흙바닥을 짓밟는 둔탁한 소음이 사방에서 겹쳐 들렸다. 루카스의 귓가에 본능적인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다섯 명. 아니, 여섯인가? 발소리를 죽이는 솜씨를 보니 아카데미의 풋내기 학생들은 아니군.'
루카스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은퇴한 대마법사의 감각은 그가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적들의 살기와 마력의 흐름을 낱낱이 포착해 내고 있었다.
"사령관님, 목표가 사정거리 내에 진입했습니다."
"좋아. 즉시 기습해라. 방어 마법을 쓰지 않으면 뼈가 부러질 정도의 화력으로 몰아쳐."
광장 모퉁이, 거대한 대리석 기둥 뒤에서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다미엔의 목소리가 루카스의 초감각에 걸려들었다.
'이 미친 수사대장 놈이 결국 사고를 치는구나. 학내 무단 무력 행사는 명백한 교칙 위반이자 자치법 위반인데, 황실 수색대라는 타이틀을 믿고 아주 막 나가시겠다?'
루카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걸음을 멈춘 바로 그 찰나.
파자작!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음과 함께, 붉은색 마력의 궤적이 어둠 속에서 쏘아 올려졌다. 다미엔이 품고 있던 '마력 폭주 트리거'가 붉은빛을 발하며, 그가 대동한 정예 요원들의 마력을 강제로 증폭시키고 있었다.
"타겟 확인! 5서클 연성 화염구, '피로클라스트 볼(Pyroclast Ball)' 전개!"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수사대원 세 명이 동시에 손을 뻗었다. 그들의 손끝에서 압축된 화염의 구체가 뿜어져 나왔다. 평범한 화염구가 아니었다. 황실 특별수사대의 정예들이 시전한 만큼, 단단하게 굳어진 용암 같은 열기가 광장 전체를 붉게 물들이며 루카스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쇄도했다.
슈우우우욱-!
화염구가 대기를 태우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루카스는 피할 생각 대신 미간을 찌푸렸다. 공포나 긴장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고질적인 중증 '마법 꼰대증'이 또다시 도진 탓이었다.
'아니, 저 미친놈들이 마법 공식을 저따위로 짜서 쓴다고? 마나 간섭 루프를 저렇게 비효율적으로 꼬아놓으면 발열 효율이 30%는 날아갈 텐데? 게다가 압축률만 높이느라 산소 공급 마학식을 완전히 무시했잖아! 저러면 화염 내부가 불완전 연소로 가득 차서 압력 조절 실패로 터지기 딱 좋은 구조라고, 이 멍청이들아!'
상대의 엉망진창인 마법 공식을 보는 순간, 루카스의 손가락이 뇌의 판단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은퇴 대마법사의 본능은 기어이 그 비효율적인 수식을 뜯어고쳐야만 직성이 풀렸다.
"하아, 진짜 요즘 애들은 기초 설계부터 다시 가르쳐야 해."
루카스는 도망치는 대신, 가볍게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툭 튕겼다.
시전한 마법은 고작 1서클 바람 마법, '윈드 가이드(Wind Guide)'.
보통의 마법사라면 그저 산들바람이나 일으켜 낙엽을 쓸어내는 데 쓸 조잡한 기초 마법이었다. 하지만 루카스의 마나 회로가 그 조잡한 1서클 마법식에 닿는 순간, '무의식적 마나 동화'가 발동했다.
위이이이잉-!
대기가 기괴할 정도로 미세하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루카스는 마나의 공명 주기를 극도로 미세하게 조율하여, 날아오는 화염구 주변의 공기 밀도를 강제로 극대화했다.
단순히 바람을 부는 것이 아니었다. 화염구 주변의 대기압을 순식간에 진공 상태로 압착하고, 산소의 농도를 공명 주파수로 미세하게 억제해 차단하는 기상천외한 간섭이었다.
"어……? 어라?"
화염구를 날린 수사대원 중 한 명이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날아가던 붉은 화염구가 루카스의 코앞 3미터 지점에서 갑자기 멈칫하더니, 기괴하게 쪼그라들기 시작한 것이다. 산소 공급이 완전히 차단된 화염 내부에서, 불완전 연소한 마나가 갈 곳을 잃고 팽창하기 시작했다.
"바, 바람 마법인데 왜 불이 꺼지는…… 아니, 꺼지는 게 아니라 역류한다?!"
"대기압이 미쳤어! 진공 압착이다! 대피해!"
루카스가 비틀어놓은 마나 공식의 피드백은 잔인했다. 산소를 잃고 극도로 압축된 화염구 내부의 압력이, 마나를 공급하던 시전자들의 마력 회로를 타고 역방향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른바 백드래프트(Backdraft) 현상의 마법적 구현이었다.
콰콰콰콰쾅-!
"끄아아악!"
엄청난 폭음과 함께, 화염구가 발현되었던 수사대 요원들의 진영 뒤편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루카스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저 바람의 압력만 조율했을 뿐인데, 적들이 쏘아 보낸 5서클 마법이 고스란히 그들의 뒤통수를 강타해 자폭해 버린 것이다.
쿠구구궁!
광장의 대리석 바닥이 뒤집히고, 수사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먼지와 그을음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
"이, 이게 무슨 사태냐……!"
기둥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다미엔 카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7서클급 파괴 마법을 동원해도 상쇄하기 힘든 정예 요원들의 합격 마법이, 고작 1서클 바람 마법 한 방에 스스로 역폭발해 자멸했다. 물리 법칙을 완전히 유린당한 듯한 기괴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다미엔은 역시 노련한 추적자였다. 그는 먼지 구덩이 속에서 피어오르는 미세한 빛깔을 놓치지 않았다.
"은백색 마나 흔적……! 찾았다, 이놈!"
폭발의 여파 속에서, 루카스의 발끝으로부터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독보적인 은백색 마나의 잔향이 다미엔의 눈에 포착된 것이다. 무의식적 마나 동화가 발동할 때마다 남는, 세계관 최강자의 증표이자 지울 수 없는 낙인이었다.
다미엔이 붉은색 마력을 휘감으며 기둥 뒤에서 번개처럼 뛰쳐나왔다. 그의 손에는 마나 흔적을 영구적으로 박제하는 황실 수사대 특제 측정기가 쥐어져 있었다.
"루카스 에반스! 네놈이 아무리 감추려 해도 이 은백색 마나 흔적은 속이지 못한다! 네놈이 바로 레메게톤……!"
'아, 씨. 저 끈질긴 사냥개 자식.'
루카스는 속으로 혀를 찼다. 마나 동화의 대가로 뇌가 찌릿찌릿 아파오고, 극심한 공복감이 밀려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정체가 들통나면 평화로운 은퇴 생활은커녕 평생 황실의 노예로 굴러야 한다.
급박한 순간, 루카스의 손이 품속으로 향했다. 그의 손에 잡힌 것은 아까 기숙사 불법 전열기구 단속 사건 때, 제과장인 지망생 엘리스가 "오빠, 이거 기숙사 반입 금지 물품인데 특별히 주는 거야!"라며 찔러준 특제 제과용 슈가 파우더와 밀가루 주머니였다.
'이판사판이다. 평민의 야매 기술을 보여주마.'
루카스는 은백색 마나가 다미엔의 측정기에 닿기 직전, 밀가루 주머니를 허공을 향해 거칠게 던져 올렸다. 그리고 남은 마력을 쥐어짜 아주 미세한 불꽃 불씨 하나를 그 주머니에 튕겼다.
퍽-!
허공에서 밀가루 주머니가 터지며, 미세한 고운 가루들이 광장 전체를 하얗게 뒤덮었다.
그리고 직후.
쿠우우웅!
공기 중에 가득 찬 밀가루 먼지가 불씨와 만나 일으키는 전형적인 물리 현상, '분진 폭발'이 일어났다. 엄청난 열풍과 함께 하얀 밀가루 연기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콜록! 콜록! 이게 무슨……!"
다미엔이 급히 마력 장막을 펼치며 뒤로 물러섰다. 사방이 하얀 밀가루 가루와 슈가 파우더로 뒤덮여 앞이 보이지 않았다.
루카스는 그 틈을 타, 짐짓 겁에 질린 목소리로 크게 비명을 질렀다.
"아이구야! 제빵과 장학생의 비전 가내수공업용 정화 분말 주머니가 터졌다! 평민이라 귀족들처럼 비싼 마학 정화석을 못 쓰니까, 밀가루의 전분 구조를 마나와 반응시켜서 씻어내는 야매 정화법을 쓰는데! 이게 이렇게 터지다니!"
"뭐, 뭐라?!"
다미엔이 연기를 헤치며 루카스의 덜미를 잡으려 다가왔다. 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마력 측정기는 이미 오작동을 일으키며 요란하게 울려대고 있었다.
삐이이이-! 삐이이-! [경고: 측정 불가. 극도의 글루텐 및 설탕 성분 감지. 마나 잔향이 탄수화물 입자에 의해 강제 오염되었습니다.]
"성분 분석 결과…… 밀가루와 설탕?!"
다미엔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측정기 화면에는 은백색 마나의 파형 대신, 베이킹파우더와 강력분의 분자 구조만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루카스가 은백색 마나의 흔적 위에 물리적인 밀가루와 슈가 파우더를 폭발적으로 덧씌워, 마나 흔적 자체를 '제빵용 가루의 잔해'로 완벽하게 위장해 버린 것이다.
"콜록, 콜록! 보십시오, 사령관님!"
루카스가 하얗게 분칠을 한 얼굴로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평민들은 마력 충돌이 일어날 때 이렇게 밀가루를 터뜨려서 마력을 흡수시키는 야매 기술을 쓴다고요! 아카데미 교재에도 안 나오는 실전 야생 마법입니다! 덕분에 제 소중한 비상식량이 다 날아갔지 뭡니까!"
"이…… 이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다미엔은 이가 부러질 정도로 악물었다. 눈앞의 평민 놈이 뻔뻔하게 기행을 부리며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물증이 없었다. 측정기에는 오직 밀가루 먼지만 가득했고, 광장 바닥의 마나 흔적은 분진 폭발의 열기에 씻겨 나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루카스가 품속에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을 슬그머니 꺼내 흔들었다. 청문회에서 다미엔의 발을 묶었던 바로 그 문서였다.
"게다가 사령관님. 아카데미 설립 헌장 제9조 면책권에 따르면, 외부 세력이 학내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무단 무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자치령 침해로 간주하여 황실 특별수사대라 할지라도 즉각 퇴거 대상이 됩니다. 방금 저 저한테 화염구 날리시는 거, 광장 마법 기록 장치에 아주 선명하게 녹화됐을 텐데요?"
루카스가 광장 구석의 기록용 마도구를 가리키며 씨긋 웃었다. 비굴한 척하면서도 다미엔의 명치를 정확하게 찌르는 행정적 역공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교장 각하와 황실 연금 통제실에 공식 고발장으로 접수된다면…… 사령관님의 그 빛나는 직위도 조금 위태로워지지 않겠습니까?"
"너…… 네놈이 정녕……!"
다미엔의 전신이 분노로 부르르 떨렸다. 사냥개처럼 집요하게 쫓아왔건만, 법조문과 헌장, 그리고 밀가루 가루라는 기상천외한 기행 앞에 완벽하게 손발이 묶여 버렸다.
"사령관님, 학생회 규율부 소속 학생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일단 퇴각해야 합니다!"
부관이 다급하게 다미엔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다미엔은 하얗게 흩날리는 밀가루 먼지 속에서 루카스를 살의가 가득 찬 눈으로 쏘아보았다.
"루카스 에반스. 이번에는 법 뒤에 숨어 목숨을 건졌군. 하지만 다음번에도 그 조잡한 밀가루 장난질이 통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아유, 다음엔 더 맛있는 빵으로 대접하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루카스가 허리를 굽히며 비굴하게 전송하자, 다미엔은 결국 피를 토할 것 같은 심정으로 정예 요원들을 이끌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후우……."
수색대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루카스는 기둥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살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고,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마나 동화의 대가인 차원 과민증이 온몸을 덮쳐오고 있었다. 당장 기숙사로 돌아가 엘리스가 숨겨둔 타르트를 전부 입안에 털어 넣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저혈당으로 기절할 판이었다.
"이제 진짜 퇴근이다. 침대여, 내가 간다……."
루카스가 비틀거리며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자욱했던 밀가루 먼지와 폭풍의 잔해를 뚫고, 뚜벅, 뚜벅 하는 규칙적이고 우아한 가죽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루카스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안개처럼 자욱한 밀가루 연기 속에서 걸어 나오는 실루엣. 깔끔하게 다려진 학생회장 제복,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머리칼, 그리고 달빛을 받아 차갑게 반짝이는 은테 안경.
라클레어 아카데미 학생회장, 알베르트 반스였다.
알베르트는 바닥에 나뒹구는 그을린 파편들과 사방에 가득한 하얀 가루들을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마침내 루카스의 얼굴에 닿았다.
"루카스 에반스."
나지막하지만 묵직한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예? 아, 회장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저 나쁜 황실 수사대 놈들이 저를 기습해서 제 소중한 밀가루가 다 터졌……."
"그만하게."
알베르트가 차갑게 루카스의 말을 자르며 품 안에서 붉은 직인이 찍힌 두꺼운 양식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루카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종이의 상단에는 아주 낯익고 불길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라클레어 교칙 제42조: 학내 치안 문란 조항에 따른 특별 심판 청구서]
"회장님? 그건 또 뭡니까? 저는 피해자인데요?"
루카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알베르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지적 호기심과 질서 결벽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피해자라. 황실 수사대의 불법 기습은 학생회 차원에서 공식 항의할 예정이네. 하지만…… 자네가 방금 보여준 그 '야매 정화법'이라는 기행 말일세."
알베르트가 안경을 치켜올렸다.
"단순한 바람 마법으로 5서클 연성 화염구를 역류시켜 자폭하게 만든 기묘한 공기 역학. 그리고 타이밍에 맞춰 밀가루를 터뜨려 측정기를 교란한 치밀함. 내 눈은 속이지 못하네, 루카스 군. 자네는 평범한 평민 장학생이 아니야."
"아닙니다, 진짜 그냥 제과용 베이킹파우더의 성질을 이용한 야매……."
"라클레어 교칙 제42조 제3항에 의거."
알베르트가 청구서를 루카스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학내에서 정체불명의 비공인 마법 공식을 사용하여 대규모 폭발 소동을 일으키고, 학생회의 통제를 벗어난 위험 전력을 은폐한 혐의가 있는 학생에게는…… 학생회장의 직권으로 '검투장 심판 결투(Judgement Duel)'를 신청할 수 있네."
루카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검투장 심판 결투요?"
"그렇네. 정당한 결투의 장에서 자네의 그 '야매 기술'이 진짜인지, 아니면 제국을 뒤흔든 대마법사의 무력인지 내 직접 검증하겠네. 거부할 시, 학내 치안 위협 분자로 간주하여 즉각 제적 처리를 진행할 것이고."
알베르트의 입가에 완벽한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결연한 미소가 걸렸다.
"자네의 진짜 정체를, 내 검으로 직접 벗겨내 주지. 결투는 사흘 뒤 검투장에서 열릴 걸세."
'이 미친 관료주의 결벽증 자식아아아!!!'
루카스는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겨우 황실 사냥개를 따돌렸더니, 이번에는 학생회장이 직접 칼을 뽑아 들고 덤벼드는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바람을 타고 하얀 밀가루 가루가 흩날리는 광장 한가운데서, 두 사람의 시선이 팽팽하게 맞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