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뒤축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서늘한 금속음이 복도에 울렸다.
태산 이노베이션 본사 28층, 특별 면접장으로 향하는 길은 숨이 막힐 정도로 고요했다. 공기 중에 미세하게 흐르는 마나 차단 결계의 파동 때문인지, 아니면 정수리 위에서 쏟아지는 백색 LED 조명 때문인지 목덜미가 자꾸만 뻣뻣하게 굳어갔다.
은서는 가슴팍을 가만히 움켜쥐었다. 실크 블라우스 안쪽, 얇은 살결 위로 차갑게 식어 있는 푸른 펜던트의 감촉이 느껴졌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오한이 혈관을 타고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성년이 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은서의 영혼을 갉아먹는 가문의 저주, ‘백야의 형벌’이 다시금 머리를 치켜드는 신호였다. 심장의 마나 격벽이 얇아져 생명력이 허공으로 증발할 때마다 찾아오는 이 끔찍한 탈진감.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어.’
은서는 입술 안쪽을 질끈 깨물었다. 비릿한 혈향이 입안에 퍼지자 흐려지던 정신이 간신히 돌아왔다.
서경 한씨 가문의 아바타로 살며 더러운 마나 탈취 기술의 도구로 쓰이는 삶은 이제 끝내야 했다. 이번 태산 이노베이션의 마케팅팀 특별 채용은 가문이라는 거대한 늪에서 벗어나 온전한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였다. 마나 제어 기술의 선두 주자인 대기업에서 내 실력만으로 커리어를 쌓아 올린다면, 가문의 어르신들도 함부로 나를 도구처럼 부리지 못하리라.
“다음 대기자, 한은서 씨. 입실하실게요.”
인사팀 직원의 건조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은서는 가죽 포트폴리오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 들어갔지만, 어깨를 곧게 펴고 단단한 눈빛으로 면접장 문을 열었다. 비즈니스 정장에 단정하게 묶어 올린 머리, 흔들림 없는 걸음걸이. 겉보기에는 완벽하게 준비된 인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면접장 안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은서의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넓은 면접실 안쪽, 거대한 통창을 등지고 늘어선 다섯 명의 면접관들. 그 삼엄한 공기의 중심에, 가장 높은 상석이자 정중앙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은서의 시선이 그에게 닿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일시에 소멸했다.
잘 정돈된 흑발 아래로 드러난 날카로운 콧날과 매끄러운 턱선. 테일러드 수트를 자로 잰 듯 완벽하게 소화한 단단한 체구. 3년 전, 가장 비참하고 잔인한 말들을 쏟아내며 제 손으로 밀어냈던 남자.
강진혁이었다.
그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태산 이노베이션의 까칠하기로 소문난 핵심 부서 마케팅팀 팀장이 그였다니.
진혁의 서늘한 시선이 은서의 얼굴에 닿았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운 심해와 같아서 그 속내를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3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는 더 냉혹해졌고, 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은서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치밀어 올랐다. 과거의 상처가 고스란히 뜯겨 나가는 듯한 정서적 충격과 함께, 설상가상으로 심장의 마나 격벽이 급격하게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지금…… 왜.’
은서는 이가 맞부딪치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지정된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 아래로 숨긴 왼손이 가늘게 떨렸다. 불안할 때마다 펜을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그녀의 오랜 버릇이 튀어나오려 했지만, 은서는 허벅지를 꼬집으며 본능을 억눌렀다.
“자기소개 시작하세요.”
왼편에 앉은 실무 면접관이 서류를 뒤적이며 말했다.
은서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진혁의 강렬한 존재감이 매 초마다 그녀를 압박해 왔지만, 목소리만큼은 프로답게 짜내야 했다.
“안녕하십니까. 태산 이노베이션 마케팅 부문에 지원한 한은서입니다. 저는 마나 제어 기술의 대중화라는 흐름에 맞추어, 고객의 실생활에 침투할 수 있는 체계적인 타겟팅 전략을 준비했습니다. 특히 이번 신사업 PT에서 제안할 브랜드 포지셔닝은……”
“한은서 지원자.”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은서의 말을 가로막았다.
정중앙에 앉아 있던 진혁이었다. 그는 서류철을 덮고 턱을 괸 채 은서를 빤히 응시했다. 그의 입술 끝이 비틀려 올라갔다. 조소인지, 분노인지 모를 기묘한 표정이었다.
“포트폴리오는 제법 그럴싸하군요. 하지만 우리 마케팅팀은 말만 번지르르한 이론가를 뽑는 곳이 아닙니다. 특히 마나 하이브리드 시장은 변동성이 극심하죠. 만약 핵심 리소스가 급작스럽게 고갈되거나 불안정해질 때, PM으로서 어떻게 이 리스크를 어레인지하고 디렉팅할 건지 실제적인 대안을 말해봐요.”
질문의 탈을 쓴 명백한 송곳이었다.
진혁의 눈빛은 마치 ‘네 몸속에서 마나가 빠져나가는 꼴을 하고서 대체 무슨 대책이 있느냐’고 묻는 듯했다. 은서의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압박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마나 격벽에서 빠져나간 생명력이 허공으로 흩어지며 몸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눈앞이 가볍게 흔들렸지만, 은서는 진혁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리소스의 불안정성은 사전에 분산 투자와 백업 플랜으로 제어해야 합니다. 동기화 가능한 대체재를 즉각 확보하고,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계약을 통해 리스크를 상쇄하는 것이 마케팅 리더의 역할입니다. 저는 그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제 몫의 R&R을 완수할 자신력이 있습니다.”
“백업 플랜이라.”
진혁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 대체재가 언제든 자신을 배신하고 떠날 수 있는 존재라면? 그때도 계약서 한 장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겁니까?”
사적인 감정이 잔뜩 묻어나는 질문이었다. 면접관 중 한 명이 의아한 듯 진혁을 바라보았으나, 진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은서만을 꿰뚫어 볼 뿐이었다.
그 순간, 은서의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열감이 치솟았다.
단순한 감정의 동요가 아니었다. 3년 전 가문의 협박 때문에 진혁을 버려야만 했던 기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가슴속에 차고 있던 푸른 펜던트가 격렬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잉—!
미세한 진동과 함께 옷자락 사이로 붉은 연기 같은 마나의 잔상이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임시방편으로 고갈되는 마나를 막아보려 지니고 있던 가문의 유품이었지만, 오히려 진혁의 강력하고 순수한 마나 파동과 부딪치며 최악의 과부하를 일으킨 것이었다.
‘안 돼…… 여기서 들키면…….’
심장을 불덩이로 지지는 듯한 끔찍한 현기증이 은서의 전신을 덮쳤다. 시야가 붉게 물들며 면접장의 조명들이 길게 늘어지기 시작했다. 귓가에는 이명이 삐 소리를 내며 울렸다. 펜던트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채, 오히려 은서의 남은 생명력을 거칠게 빨아들이는 족쇄가 되어 있었다.
“지원자?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옆에 있던 면접관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괜찮…… 습니다.”
은서는 의자 손잡이를 부서질 듯 쥐었다. 하지만 한계였다. 다리의 감각이 먼저 사라졌고, 이어서 척추를 지탱하던 힘이 완전히 풀려버렸다.
“면접은…… 여기까지 하죠.”
진혁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은서는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그대로 옆으로 기울어졌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포트폴리오 파일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서류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은서의 몸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대리석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직전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 면접장 안의 공기가 폭발하듯 찢어졌다.
“한은서!”
의자가 뒤로 요란하게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
주변의 스태프들과 다른 면접관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비즈니스고 체면이고 평가고 간에, 그 모든 룰을 한순간에 박살 내며 움직인 파괴적인 움직임이었다.
쿵!
바닥에 부딪치기 직전, 은서의 날씬한 허리를 억센 팔이 낚아챘다.
엄청난 반동과 함께 은서의 몸이 단단하고 넓은 품 안으로 거칠게 끌려 들어갔다. 은서는 자신을 감싸 안은 남자의 가슴팍에 완전히 파묻혔다. 익숙하고도 짙은 시트러스 향, 그리고 얼어붙은 몸을 단숨에 녹이는 압도적인 온기.
강진혁이었다.
그가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달려와 은서를 온전히 제 품에 안아 든 것이었다.
“팀장님? 갑자기 이러시면……!”
인사팀 직원이 경악하며 만류하려 다가왔지만, 진혁은 맹수처럼 거친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았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의 순수한 생명 마나가 면접장 전체를 위압적으로 짓눌렀다. 아무도 감히 그에게 다가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두 사람의 신체가 빈틈없이 밀착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파아앗—!
진혁의 몸에서 흘러나온 찬란하고 거대한 푸른 마나 입자들이 은서의 얇아진 심장 격벽으로 사정없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마치 사막의 갈라진 대지에 폭우가 쏟아지는 듯한 감각이었다. 끔찍했던 통증과 호흡 곤란이 순식간에 씻겨 내려갔다.
두 사람의 영혼이 동기화되며 발생하는 감미로운 치유의 선율이 보이지 않는 파동이 되어 사방으로 스며 나갔다. 은서의 차가웠던 손끝에 붉은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오직 진혁만이 줄 수 있는, 은서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이고도 유일한 구원이었다.
“하아…….”
은서는 진혁의 깃을 쥔 채 얕은 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하지만 동시에 밀려오는 수치심과 절망감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결국 가장 보이고 싶지 않았던 비참한 꼴을 그에게 가장 먼저 들키고 말았다.
점점 흐려져 가는 의식의 틈바구니 속에서, 은서는 저를 품에 안은 진혁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오싹할 정도의 강한 집착이 담긴 손길이었다.
진혁은 은서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댔다. 그의 숨결은 뜨거웠지만, 목소리는 벼려진 칼날처럼 차갑고 야성적이었다.
“결국 내 마나가 고프면서,”
은서의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저주의 속삭임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대체 무슨 염치로 내 눈앞에 다시 기어 나타난 거야, 한은서?”
그 질문을 마지막으로, 은서의 시야는 암전 속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암전은 길지 않았다. 지독한 한기가 전신을 지배하려 들 때마다, 심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들이치는 뜨거운 열기가 그녀를 억지로 의식의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귓가로 이명이 멀어지며, 서늘한 기계음이 들렸다.
"팀장님, 이대로 올라가시면 보안 프로토콜에 걸립니다! 인사팀에선 이미 대기실로 의료진을 불렀습니다!"
"비켜."
진혁의 목소리는 낮고 평온했으나, 그 안에 담긴 살기 어린 압박감은 비서의 말을 단숨에 묵살해 버렸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웅하는 엘리베이터의 구동음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은서는 가늘게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진혁의 단단한 턱선이 보였다. 그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은서의 뺨 위로 툭 떨어졌다.
그의 품은 3년 전과 다름없이 넓고 뜨거웠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과 수치심이 엉망으로 뒤엉켰다. 은서는 소리 없이 그의 수트 깃을 꽉 움켜쥐었다.
그 순간이었다.
두 사람의 가슴이 맞닿은 자리에서, 미세한 푸른빛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실크 블라우스를 뚫고 나온 빛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며 진혁의 목덜미와 어깨를 부드럽게 휘감았다.
진혁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엘리베이터의 거울 속에서, 푸른 빛의 실루엣은 마치 그를 애타게 붙잡는 은서의 영혼처럼 처연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은서가 그토록 감추고 싶어 했던, 이별의 순간조차 지우지 못했던 미련과 고통의 잔상이었다.
진혁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의 시선이 거울 속 푸른 실루엣을 지나, 제 품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은서의 얼굴로 내려앉았다.
"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
그의 목소리가 억눌린 분노로 짓이겨졌다.
"날 그렇게 버려두고 가더니, 네 영혼은 여전히 내 마나를 갈구하고 있다고 광고라도 하는 건가?"
띵.
최상층 펜트하우스에 위치한 팀장 전용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진혁은 거칠게 은서를 가죽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 푹신한 가죽의 감촉이 닿는 것과 동시에, 은서의 손에서 힘이 빠지며 수트 깃이 스르륵 풀려났다.
은서는 소파 기둥을 짚고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속눈썹을 적셨다.
"하아…… 하……."
"정신이 좀 드나 보지."
진혁은 타이 매듭을 신경질적으로 풀어 내리며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의 손가락 끝이 책상 위에 놓인 태블릿 PC를 가볍게 두드렸다. 화면 위로 붉은색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방금 면접장에서 네가 일으킨 마나 과부하 로그가 본사 보안 시스템에 그대로 박혔어. 5분 뒤면 보안팀에서 이 방으로 들이닥칠 거다."
은서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통증으로 간신히 떨림을 억눌렀다.
"그건…… 내가 알아서 어레인지 할게. 면접 도중의 단순한 지병 발작으로……."
"지병?"
진혁이 비릿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긴 그림자가 소파에 주저앉은 은서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그가 허리를 숙여 은서와 눈높이를 맞췄다. 지독하게 밀착된 거리에서 그의 숨결이 은서의 입술에 닿았다.
"서경 한씨 가문의 '백야의 형벌'. 마나 격벽이 무너져 매일 목숨이 갉아먹히는 그 빌어먹을 저주를, 대기업 보안팀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은서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네 사촌 오빠 한재석이 널 사냥개처럼 쫓고 있는 것도 모를 줄 알았고?"
진혁의 손가락이 은서의 턱끝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피할 길 없는 무거운 압박감에 은서의 호흡이 다시 가빠졌다.
"태산 이노베이션의 마나 기술을 훔치러 온 스파이로 낙인찍혀 지하 감옥에 처박히거나, 아니면 제 발로 한재석의 개가 되어 가문으로 끌려가거나. 선택해, 한은서. 네가 좋아하는 비즈니스식 옵션이다."
진혁의 다른 한 손이 재킷 안주머니에서 빳빳한 서류 한 장을 꺼내 소파 테이블 위로 툭 던졌다.
종이 상단에 붉은색 마나 인장과 함께 선명하게 박힌 글자가 은서의 눈동자에 박혔다.
[Business Night Act — 생명 동기화 비밀 계약서]
"이건……."
"살 수 있는 유일한 백업 플랜."
진혁이 은서의 턱을 놓아주며 차갑게 속삭였다. 그의 손가락 끝이 은서의 가슴팍에 아슬아슬하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매일 밤 내 침실에서 내 마나를 이식받아라. 그 대가로 넌 내 특별 보좌관이 되어 가문의 정보를 내다 팔아야 할 거야."
"진혁아……."
"이름 부르지 마."
그가 단호하게 말을 자르며 문가로 걸어갔다. 멀리서 보안팀의 다급한 구두 굽 소리가 복도를 울리기 시작했다. 은서의 심장이 미친 듯이 쪼여왔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그녀의 몸과 영혼은 평생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거절하는 순간, 그녀의 자립은커녕 당장의 생존마저 보장할 수 없었다.
진혁이 문손잡이를 잡은 채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의 눈빛은 굶주린 포식자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문이 열리기 전까지 결정해. 내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건지, 아니면 이 자리에서 가문의 도둑년으로 파멸할 건지."
딸깍,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