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우주의 가장자리는 차갑다. 발밑으로 푸르게 빛나는 지구가 보인다. 대기는 안정되었고 지상의 불빛들은 제자리를 찾았다. 당신의 손에 들린 검은 칼날에서 성좌들의 피가 마른 먼지가 되어 부스러진다.

[경고. 인간의 육체로 복귀할 수 있는 시간선이 만료됩니다.] [성좌의 격이 고정됩니다. 당신은 더 이상 인류의 범주에 속하지 않습니다.]

시야에 붉은 시스템 메시지가 명멸한다. 당신은 눈을 깜박이지 않는다.

"알고 있다."

목소리는 쇠가 긁히는 소리를 낸다. 성대가 암흑 물질로 고착된 탓이다.

"되돌아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판단입니다. 지상에는 당신을 위한 안식처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 안식은 내가 경계를 지키는 동안에만 유효하다."

당신은 칼을 고쳐 쥔다. 허공을 향해 검을 치켜든다. 검 끝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은하 장벽의 균열이 조여든다. 차원의 틈새에서 지구를 노리던 군소 성좌들의 기척이 비명을 지르며 멀어진다.

지상에서 아득한 인간들의 기도가 전파를 탄다.

"그가 정말로 우리를 구한 겁니까?" "하늘을 봐라. 저 검은 불꽃이 아직 우리를 지키고 있어." "우리는 더 이상 신들의 노리개가 아니다."

목소리들이 성좌의 격에 도달한다. 당신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 기도가 바치는 안도와 평화, 그것이 당신이 피로 사들인 단 하나의 대가다.

"보고 있나."

허공을 향해 나직하게 읊조린다. 이미 사라진 복수의 대상들, 그리고 먼저 떠난 동료들의 잔영이 차가운 우주에 흩어진다.

"나는 이곳에 남는다."

[당신은 영원히 고독한 감시자로 존재할 것입니다. 동의합니까?]

"그것이 나의 마지막 복수이자 판결이다."

[마지막 시스템 통합을 개시합니다. 성좌명: 고독한 감시자.]

차원 장벽의 문이 마침내 완전히 잠긴다. 당신은 검을 수직으로 세워 허공에 박아 넣는다. 맹렬한 중력이 당신의 신체를 장벽의 중심으로 고정한다.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밤하늘, 가장 시리게 빛나는 검은 혜성이 되어 당신은 영원한 감시를 시작한다. 단 한 자루의 칼날이 우주의 경계를 가로막는다. 복수는 끝났고, 수호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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