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가 화끈거린다. 살을 찢고 뼈를 으스러뜨리던 철문의 냉기가 여전히 신경망을 자극한다. 당신은 반사적으로 목을 감싸 쥔다. 차가운 땀만 묻어날 뿐 상처는 없다. 셔츠 깃은 단정하고 핏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다. 뇌가 인지한 가상의 잔 통증이다. 죽음의 감각만이 육신보다 먼저 깨어나 요동치고 있다.
천장의 형광등이 미세한 고주파 음을 내며 깜빡인다. 누런 변색이 진행된 벽지, 구석에 처박힌 낡은 서랍장, 조잡하게 널브러진 서류 더미가 시야에 들어온다. 전혀 낯선 공간이지만 벌써 세 번째 마주하는 풍경이다. 벽면의 싸구려 아날로그시계는 정확히 오전 7시 15분을 가리킨다. 시간은 언제나 이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당신은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을 딛는다.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오한이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름도, 이곳에 흘러들어온 이유도 기억나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오직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번뜩이던 칼날의 궤적만 선명할 뿐이다.
현관으로 향하는 통로, 바닥에 놓인 신발장이 시야에 걸린다. 그 위에는 먼지가 뿌옇게 쌓인 조악한 가죽 안전화 한 켤레가 놓여 있다. 안쪽 뒤꿈치 가죽에 흐릿하게 찍힌 수치는 ‘275’. 당신의 발 크기는 260밀리미터다. 이 방의 거주자가 아닌, 타인의 신발이다.
그때, 철제 현관문 너머에서 소음이 고막을 두드린다. 스윽, 턱. 스윽, 턱. 무거운 고무창이 콘크리트 바닥을 쓰는 마찰음이다. 일정한 템포, 불필요한 흔들림이 없는 직선적인 보폭이다. 몸무게 80킬로그램을 상회하는 거구의 발걸음이 당신의 방 바로 앞에서 멈춰 선다.
적막이 사방을 메운다. 도어록의 덮개가 위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메탈 키가 실린더 내부를 긁으며 맞아 들어가는 건조한 금속음이 울려 퍼진다. 철컥. 잠금장치가 해제된다. 문 너머의 인물은 이 방의 열쇠를 소유하고 있다.
서서히 내려가는 둥근 문손잡이가 어스름한 조명 아래서 번들거린다. 당신의 시선이 칠이 벗겨진 문손잡이와 방 안의 좁은 가구들 사이를 빠르게 오간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