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문 열어! 이 쥐새끼 같은 년이 어디서 죽은 척이야!"
문짝이 거칠게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낡은 나무 틈새로 허연 흙먼지가 부슬부슬 쏟아져 내렸다. 레티샤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부풀어 오른 앞치마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차가운 흙바닥에 주저앉은 그녀의 뺨 위로 마른눈물이 흙먼지와 함께 섞여 얼룩덜룩하게 흘러내렸다.
"이봐, 레티샤! 네 아비가 진 빚이 꼬박 오십 골드야, 오십 골드! 오늘까지 이자를 안 내놓으면 이 오두막은 물론이고 네 몸뚱이라도 팔아 치울 줄 알아!"
쿵, 쿵, 쾅! 사납게 문을 걷어차는 소리가 귓전을 찢을 듯이 울렸다. 안개 숲 어귀의 허름한 사냥꾼 오두막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레티샤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가슴 속 밑바닥에서부터 끈적한 절망과 지독한 불안이 차올랐다. 가난. 버림받음. 뼈마디가 시릴 정도로 익숙한 단어들이 머릿속을 사정없이 헤집었다. 전생의 기억을 안고 이 가난한 시골 소녀의 몸에 빙의한 이래, 그녀는 단 한 순간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공포와 굶주림에 대한 트라우마는 그녀의 영혼을 기계적인 손익계산서처럼 차갑게 동결시켜 버렸다.
"안 돼…… 내 집이야. 절대 못 줘……."
소리를 질러 대항하고 싶었지만, 사흘 동안 맹물만 마시며 버틴 몸에는 그럴 만한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바닥에 비참하게 엎어진 채 흩어진 밀가루 먼지를 바라보던 그때였다.
팅-!
머릿속을 맑게 울리는 지극히 이질적이고 청량한 기계음이 고막을 두드렸다.
[시스템 가동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소유자의 극심한 생존 위기 및 자산 마이너스 상태 감지.] [특수 연금술 가계부, '스위트 가계부 시스템'이 영혼에 강제 귀속됩니다.]
"……어?"
레티샤가 멍하니 숨을 들이켰다. 눈앞의 공중이 어른어른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은은하게 빛나는 반투명한 소책자 형태의 홀로그램이 모습을 드러냈다.
낡은 가죽 표지에 금박으로 아기자기하게 디저트 문양이 새겨진 가계부였다. 책장이 스르륵 스스로 넘어가며 따스하고 자극적인 빛무리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귀하의 영혼 각성을 환영합니다. 본 시스템은 손님의 영양, 마력, 정신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그에 따른 '치유의 디저트 레시피'를 해금해 주는 미스터리 가계부입니다.] [경고: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거, 기적의 레시피를 제작할 때마다 소유자의 실제 체력과 '온정적 감정 에너지'가 시스템에 강제로 청구됩니다. 과사용 시 극심한 영양실조 및 일시적 감정 상실(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으니 재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십시오.]
"가계부……?"
레티샤는 홀린 듯 손을 뻗어 허공의 책장을 만졌다. 놀랍게도 손가락 끝에 빳빳하고 고급스러운 종이의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동시에 가계부의 첫 페이지가 열리며 가시적인 정보들이 망막 위에 쏟아졌다. 그녀의 현재 자산 상황이 붉은 글씨로 선명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보유 자산: -54,200 쿠퍼 (파산 임박)] [소유자 건강 상태: 영양실조 2단계, 기력 고갈 90%] [현재 해금 가능한 레시피: 0개]
눈앞의 적자 수치를 확인한 레티샤의 짠순이 본능이 즉각적으로 요동쳤다. 사흘을 굶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뇌가 기적처럼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 가계부만 있으면…… 손님들의 상태를 진단해서 맞춤형 치유 디저트를 팔 수 있다고? 게다가 그 대가로 골드를 벌어 이 빚을 털어내고 내 터전을 지킬 수 있어!'
가난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이끄는 처절한 생존 본능이 그녀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남들에게 빌어먹는 구걸이나 대가 없는 호의 따위는 믿지 않는다. 오직 확실한 노동과 철저한 손익계산만이 그녀를 구원해 줄 터였다. 가계부 시스템은 바로 그녀가 그토록 갈망하던, 누구에게도 쫓기지 않을 완벽한 자신만의 집을 짓게 해 줄 유일무이한 사다리였다.
"그래…… 해보는 거야. 죽기 아니면 살기지."
레티샤는 입가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당당하게 허공의 장부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가계부의 마력 판독기가 그녀의 마음에 반응하듯 한 번 더 푸른 빛을 발했다.
그녀는 가계부의 메뉴를 조심스레 넘겨보았다. 앙증맞은 손글씨체로 적힌 다양한 도감 목록들이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물쇠 모양으로 굳게 잠겨 있었다.
레티샤의 시선이 도감의 가장 밑바닥, 어두운 심연처럼 가라앉은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다른 잠금장치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기이한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 ? ? ? (봉인됨)]
검은 실루엣으로 가려진 그 자리에는 기묘한 별자리 형태의 문양이 음각되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웅크린 야수의 형상 같기도 하고 거대한 불꽃의 소용돌이 같기도 했다.
'심연의 불꽃을 품은 성스러운 사자 자리…….'
그녀가 속으로 그 기괴한 이름을 읊조린 찰나, 검은 실루엣의 봉인 공백이 쿵, 쿵, 하고 마치 살아 있는 심장처럼 불길하게 요동쳤다. 차갑게 식어 있던 가계부 표면에서 일순간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와 그녀의 손가락 끝을 데울 뻔했다.
"앗……!"
레티샤는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가슴이 이유 없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해진 운명의 서막이 소리 없이 오두막 안으로 드리워지는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 봉인이 풀리는 날, 자신의 삶이 완전히 송두리째 뒤바뀔 것 같다는 직감이 본능적으로 경고하고 있었다.
쾅-! 쿠르릉!
때마침 하늘을 쪼갤 듯한 벼락 소리가 숲을 뒤흔들었다. 동시에 밖에서 문을 두들겨 대던 빚쟁이들의 거친 고함이 뚝 끊겼다.
고요함도 잠시, 늑대의 울음소리보다 더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오두막 틈새를 파고들었다. 뒤이어 숲속 깊은 곳에서부터 묵직하고 축축한 피비린내가 바람에 실려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쿵!
이번에는 아까의 빚쟁이들과는 격이 다른 엄청난 충격과 함께 오두막의 수명이 다한 나무 문짝이 완전히 부서져 안쪽으로 나뒹굴었다.
"꺄악!"
레티샤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뒤로 물러섰다. 매서운 밤바람과 함께 폭우가 들이치는 문턱 너머로, 거대하고 컴컴한 그림자 두 개가 무너지듯 밀려 들어왔다.
"……하아, 하아……."
쇠사슬이 긁히는 듯한 거칠고 무거운 숨소리. 그림자의 정체는 한 남자였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차가운 은빛 마력의 잔해를 온몸에 두르고 있었다. 가슴팍과 어깨에는 무시무시한 화상 자국과 깊게 파인 혈흔이 가득했고, 그 상처 틈새로 뚝뚝 떨어지는 피는 기이하게도 은색 빛을 내며 바닥의 흙을 태우고 있었다.
그의 품에는 목숨보다 소중한 것을 지키듯 꽉 안겨 있는 작은 인형 같은 아이가 있었다.
"삼초온…… 으응, 아파요오……."
아이의 밭은 신음이 빗소리에 섞여 가냘프게 울렸다. 겨우 네댓 살 정도로 보이는 작은 사내아이의 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마를 새 없이 흘렀다.
레티샤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한다고 뇌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보다 먼저 허공의 스위트 가계부가 미친 듯이 점멸하며 귓전을 때렸다.
필릴릴리-!
[초고위급 VIP 환자 접근 감지!] [대상 1: 디트리히 폰 아스터. 상태: 심각한 마력 중독, 3도 화상, 정신 붕괴 직전의 광폭화 위험도 95%.] [대상 2: 레온. 상태: 영양 정체로 인한 마력 역류, 고열.] [진단: 황실 특유의 고농도 은빛 마력 오염. 방치 시 30분 내 사망 혹은 폭주.] [경고: 이 손님들을 치료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고액의 진료비 및 디저트 대금 청구 가능! 파산 위기를 단숨에 극복할 일생일대의 기회입니다!]
'VIP……? 게다가 황실의 은빛 마력이라고?'
레티샤의 머릿속 주판알이 미친 듯이 튕겨 나갔다. 눈앞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가는 남자는 제국의 정통 황위 계승자이자 황후의 숙청을 피해 도망친 디트리히 황자였다. 그리고 그 품에 안긴 아이는 황손 레온.
그들을 살려둔다면 황실의 추격이라는 끔찍한 위험을 짊어지게 되겠지만, 동시에 가계부가 보장하는 상상 초월의 치료비와 노동력을 갈취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봐……."
디트리히가 피에 젖은 입술을 열었다. 그의 오만하고 냉정하던 눈동자는 마력 폭주로 인해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살기가 가득 담긴 목소리는 맹수의 으르렁거림과 같았다.
"비켜라. 방해하면…… 죽인다."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품 안의 레온을 감싸 안은 채,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대검을 뽑아 들었다. 묵직한 강철 검날이 바닥을 쓸며 섬뜩한 마찰음을 냈다.
레티샤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당장이라도 숨통을 끊어 놓을 것처럼 무거웠지만, 짠순이 소녀의 눈에는 그의 머리 위에 떠오른 황금빛 골드 주머니 마크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
'저 남자를 살려서 내 공방의 첫 번째 노예…… 아니, 임시 알바로 고용하겠어. 내 은신처를 유지할 결계석 비용과 식비를 전부 다 청구할 테다!'
그녀가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가계부의 첫 번째 치유 레시피 버튼을 누르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스슥-!
디트리히의 신형이 무너지듯 앞으로 쏠렸다. 레티샤가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얼음처럼 차갑고 피비린내 나는 검날의 서슬 퍼런 감각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닿았다.
"움직이지 마……."
디트리히가 레티샤를 바닥에 거칠게 짓누르며 검 끝으로 그녀의 목을 겨누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이성을 잃은 맹수의 광기와 불신이 가득했다. 당장이라도 검에 힘을 주어 그녀의 목을 벨 기세였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피부를 파고들며 소름이 돋았다. 죽음의 공포가 눈앞까지 닥쳐온 바로 그때, 허공에 떠 있던 가계부에서 붉은색 경고 창이 커다랗게 번쩍이며 레티샤의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 긴급 위기 상황 발생 !!!] [퀘스트 제한 사항 작동: 첫 제과 조제 실패 시, 등가교환 법칙의 부작용으로 소유자의 영혼과 마력이 강제 회수되어 '즉사' 처리됩니다.] [남은 시간: 10분 00초]
"……뭐?!"
레티샤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제과 실패 시 즉사라니, 이런 사기적인 조항은 계약서에 없었지 않은가! 목을 겨눈 대검의 서늘함과 눈앞을 붉게 물들인 가계부의 경고창 사이에서, 레티샤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뭐?!"
레티샤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제과 실패 시 즉사라니, 이런 날벼락 같은 사기적인 조항은 계약서 어디에도 없었지 않은가! 목을 겨눈 대검의 서늘함과 눈앞을 붉게 물들인 가계부의 경고창 사이에서, 레티샤의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아…… 큭……."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숨소리가 한층 더 거칠어졌다. 그의 검날이 미세하게 떨리며 레티샤의 하얀 목덜미에 얇은 생채기를 냈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붉은 핏울음이 한 방울 배어 나왔다. 하지만 남자의 상태 역시 한계에 다다른 것이 분명했다. 그의 넓은 어깨가 힘없이 흔들렸고, 상처에서 흘러내린 은빛 피가 레티샤의 낡은 옷자락을 축축하게 적셨다.
그때, 디트리히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이가 잘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의 옷자락을 꾹 쥐었다.
"삼초온…… 아파아…… 레오, 요기 아파아어……."
밭은 기침과 함께 흘러나온 꼬마의 애처로운 목소리에 디트리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레티샤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저 사내의 숨통을 끊어놓는 것보다, 살려서 빚쟁이로 만드는 편이 백번 이득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저 남자의 칼끝에 목이 날아가든, 가계부의 페널티로 심장이 멈추든 죽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 손 치워요."
레티샤가 이를 악물고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 목을 베어봤자 당신 조카는 10분도 못 버텨요. 하지만 날 살려두면…… 저 애를 고쳐줄 수 있어."
디트리히의 붉은 눈동자가 잔혹하게 가늘어졌다. 불신과 경계로 가득 찬 그의 시선이 레티샤의 얼굴을 집요하게 훑었다.
"……네년이 뭘 안다고 주둥이를 놀리지?"
"난 제빵사예요. 마력이 꼬여서 폭주하는 마수든 인간이든, 단것만 있으면 기가 막히게 고칠 수 있다고!"
레티샤는 가계부 화면에 떠오른 [응급 처방: 은빛 안정을 조율하는 민트 슈가 시럽]이라는 레시피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다행히 재료는 오두막 구석에 쟁여둔 거친 황설탕과 뜰에서 뜯어온 야생 박하 잎이 전부였다.
디트리히는 잠시 침묵했다. 이윽고 그가 스르륵 검을 거두며 바닥으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었지만, 더는 검을 쥘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살려내라. 만약 허튼짓을 하면, 네년의 목을 가장 먼저 벨 테다."
"바라던 바예요. 대신 치료비는 톡톡히 청구할 테니까 그리 아세요!"
레티샤는 아픈 목을 움켜쥐고 서둘러 화덕 앞으로 달려갔다. 남은 시간은 단 7분.
그녀는 낡은 냄비에 물을 붓고 황설탕을 들이부었다. 불꽃이 냄비 바닥을 달구자, 설탕이 녹아내리며 달콤하고 진한 캐러멜 향기가 좁은 오두막 안을 가득 채웠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시럽은 이내 황금빛 비단처럼 매끄러운 윤기를 띠며 걸쭉하게 농축되었다. 레티샤는 서둘러 말려둔 박하 잎을 짓이겨 냄비에 던져 넣었다.
순간, 머리가 찡할 정도로 화하고 시원한 박하의 청량한 향이 달콤한 설탕 냄새와 섞이며 피비린내를 단숨에 지워버렸다.
'으윽……!'
그와 동시에 레티샤의 가슴팍이 쩍 갈라지는 듯한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가계부의 등가교환 법칙이 작동한 것이다. 온몸의 뼈마디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무기력함과 기쁨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감정 소모가 그녀의 뇌를 마비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혀를 깨물며 정신을 붙잡았다.
[레시피 완성도: 92% (성공)] [페널티 해제! 소유자의 생명력이 안정 상태로 복구됩니다.]
가계부의 푸른 빛이 그녀의 몸을 한 차례 감싸자, 지독한 피로감이 겨우 가라앉았다. 레티샤는 완성된 민트 슈가 시럽을 작은 잔에 담아 꼬마에게 다가갔다.
"자, 아가. 이거 먹어봐. 아주 달콤하고 시원할 거야."
아이는 단내를 맡았는지 게으르게 눈을 깜빡였다.
"달코매에…… 코오, 시원해어……."
조심스레 시럽을 한 모금 삼킨 아이의 얼굴에 서려 있던 붉은 열꽃이 기적처럼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거칠던 호흡이 부드러워지고, 아이는 이내 레티샤의 손가락을 꽉 쥔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디트리히는 그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긴장이 풀린 듯 대검을 떨어뜨리며 완전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후우…… 살았다."
레티샤는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었다. 파산 직전의 상태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셈이었다. 이제 이 고귀하신 황자님과 꼬마에게 청구할 어마어마한 영수증을 작성할 차례였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이었다.
팅-! 팅-! 팅-!
가계부의 경고음이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날카롭고 고통스럽게 고막을 찢었다.
[!!! 긴급 경고 !!!] [치유 디저트 제조 시 발생한 은빛 마력의 공명 반응이 외부로 노출되었습니다.] [오두막 반경 500m 내에 '제국 직속 추격대'의 은빛 마력 나침반 반응 감지.] [적대적 생명체들이 숲의 안개를 뚫고 본 공방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접근 중입니다!]
쿵! 쿵! 쿵!
멀지 않은 안개 숲 속에서부터, 빗속을 뚫고 대지를 흔드는 묵직한 군마들의 말발굽 소리가 사납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레티샤의 심장이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편히 쉴 틈도 없이, 더 거대한 파멸의 그림자가 오두막 문턱을 향해 들이닥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