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당신의 작은 손가락끝이 으르렁거리는 그림자 늑대 새끼의 보드라운 미간을 살포시 쓸어내립니다. 전생에 품었던 수많은 영물과의 교감 지식이 손가락 끝을 타고 따스한 라일락 빛 온기로 피어오르는 순간이었지요.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캬르릉거리던 녀석의 콧김이 밤하늘 같은 검은색에서, 점차 봄날의 노을처럼 몽실몽실한 파스텔 핑크빛 마력으로 부드럽게 흩어집니다.

'이리 살기 가득한 얼음 가문에서도 이렇게 고운 영혼을 지닌 생명체가 태어나는구려.'

속으로 부드러운데도 옹골찬 어조로 나직이 조잘거리며 녀석의 턱 끝을 간지럽혀 주자, 품 안의 마수는 완전히 무장을 해제해 버립니다. 조금 전까지 이빨을 드러내던 사나운 마수는 온데간데없고, 흔들리는 검은 꼬리가 침대 시트를 마구 때리며 낑낑 애교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작은 품 안으로 쏙 파고드는 녀석의 보송보송한 털에서는 갓 구운 바닐라 와플처럼 달콤하고 따스한 향기가 솔솔 풍겨왔지요.

구름 솜사탕을 꼭 껴안은 듯 행복감에 젖기도 잠시, 고요한 평화를 깨뜨리는 냉혹한 폭풍우가 방 안으로 들이닥칩니다. 쾅-! 문벼락이 치며 방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뚝 떨어집니다.

"레일라."

문가에 우뚝 선 이는 벨리알 공작가에서 가장 가차 없고 피비린내 나는 소문만을 몰고 다니는 당신의 큰오빠, 카시안이었습니다. 달빛을 녹여 만든 듯한 은빛 머리칼 밑으로, 시리도록 맑은 밤하늘색 눈동자가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그의 발그레한 뺨과 대비되는 차가운 눈빛은 마치 동화 속 잔혹한 얼음 요정의 성을 연상케 합니다. 얼어붙은 민트색 겨울바람 같은 살기가 그의 거친 걸음걸이마다 방바닥을 하얗게 물들였습니다.

'아니, 동생의 방에 들어오면서 똑똑 문도 두드리지 않다니 참으로 무례한 오라버니이오.'

속으로는 새침하게 입술을 삐죽였지만, 시한부 몸뚱이의 연약한 심장은 사정없이 콩닥거렸습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당신의 품에 폭 안겨 있는 그림자 늑대 새끼에게 닿는 순간, 그의 주위로 서릿발 같은 마력의 검날이 푸르게 아른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날 선 손길로 가문 고유의 보검 손잡이를 쥔 채, 차가운 저음으로 속삭입니다.

"그 더러운 마수가 네 몸에 손을 대기 전에 치워버리겠다."

불쌍한 새끼 늑대는 사시나무 떨듯 떨며 당신의 잠옷 자락을 꼭 붙잡았고, 카시안은 당장이라도 마수를 베어버릴 듯 얼음 서린 걸음을 내딛습니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당신은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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