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은 이미 지옥의 한복판이다.
무너진 세종대왕 동상 위로 하늘이 피를 흘리듯 쩍 갈라져 있다. 짙은 보라색 광기가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차원의 균열.
그림자 괴수의 영혼을 흡수하고 얻은 감각이 뇌를 찌릿하게 관통한다. 눈앞에 반투명한 시스템 경고창이 붉게 점멸한다.
[!] 패시브 스킬 활성화 ━━━━━━━━━━━━━━━━━━━━━━━━━━ [차원 균열 탐지 (Lv.Max)] - 주변의 차원 왜곡율을 감지하고, 이면의 진실을 투시합니다. - 현재 차원 오염도: 99.8% (임계점 돌파) ━━━━━━━━━━━━━━━━━━━━━━━━━━
지이잉. 균열 속에서 고막을 찢는 듯한 노이즈와 함께, 거대한 울림이 쏟아져 내린다. 인간의 언어가 아니지만, 뇌에 직접 내리꽂히는 코스믹 호러의 음성이다.
- [지구(Earth) 구역의 튜토리얼은 최종 '실패'로 판정되었습니다.] - [낙오율 100%. 장비 및 생존자 전원 폐기 절차를 실행합니다...]
실패? 폐기? 그 차가운 목소리에는 인류라는 지성체에 대한 일말의 자비도 없다. 그저 불량품 가득한 공장을 청소하는 청소부의 건조함뿐이다.
머릿속에 기괴한 환영들이 스쳐 지나간다. 괴물들의 습격에 무참히 찢겨 나가면서도 시스템의 구원을 바라며 울부짖던 인류의 마지막 순간들. 그 모든 처절함이 그저 거대 존재들의 '실패한 튜토리얼' 한 줄로 정의되고 버려진 것이다.
"웃기지도 않는군."
당신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슬픔이나 절망 따윈 애초에 메말라 사라진 지 오래다.
지구를 이 따위 쓰레기장으로 만든 새끼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릴 명분이 생겼을 뿐. 룰이 망가진 세계라면, 내가 그 룰 자체를 쪼개버리면 그만이다.
[!] 시스템 저항으로 인해 새로운 특성을 각성합니다. ━━━━━━━━━━━━━━━━━━━━━━━━━━ [특성: 차원 규격 외 존재 (Grade: ???)] - 시스템의 통제 영역을 벗어납니다. - 차원 마력에 대한 흡수 및 마찰 면역률이 200% 상승합니다. ━━━━━━━━━━━━━━━━━━━━━━━━━━
쿠구구궁! 그때, 균열에서 터져 나온 압도적인 압력이 광화문을 사정없이 흔들기 시작한다.
균열 주위로 푸른 번개를 두른 상급 파수 괴수들이 살기를 뿜으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동시에 차원의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날것의 순수한 마력 폭풍이 당신의 손끝을 격렬하게 자극한다.
모든 진실을 깨달은 지금, 남은 것은 폭주뿐이다. 당신의 눈동자가 칠흑 같은 암흑으로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