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天山)의 가장 높은 마루에 비장한 붉은 태양이 솟구치니, 만물이 그 장엄한 양기(陽氣) 아래 납작이 엎드린다. 청룡전의 옥계(玉階) 일대는 이미 검붉은 혈류(血流)로 물들었고, 사특한 가문의 배반자이자 이복형이었던 사마륜의 수급이 대지 위를 구른다. 위선(僞善)의 탈을 쓰고 강호의 도덕을 논하던 무림맹주 또한, 찢겨진 도포 자락을 붙잡은 채 피투성이가 되어 당신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있다.
당신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양신공(九陽神功)의 진기는 이제 단순히 열기를 뿜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천지(天地)의 음양을 관통하여, 타오르는 태양의 극양(極陽)과 삼라만상의 삼라(森羅)를 아우르는 혼원일기(混元一氣)로 승화되었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던 천산의 구름이 당신의 호흡 하나에 무릎을 꿇고 갈라지니, 만 리의 하늘이 오직 한 줄기 거대한 태양빛으로 화하여 사마현, 당신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정(正)과 사(邪)의 경계를 이토록 무참히 허물어뜨리고... 독존(獨尊)의 길을 가려 하시는가..."
숨을 헐떡이며 참담하게 읊조리는 무림맹주의 목소리에는 깊은 원망과 감히 거역할 수 없는 공포가 어려 있다. 당신은 천천히 시선을 내리깐다. 당신의 안광에는 일월(日月)의 교차와 같은 고요한 위엄이 서려 있다.
"정이라 일컬으며 사(邪)보다 추한 음모를 꾸미고, 마(魔)라 부르며 의(義)를 짓밟는 협잡의 시대는 오늘로 끝이 났소. 내 이제 하늘의 태양을 다시 그리니, 온 천하가 내 아래서 하나의 빛만을 우러러보게 될 것이오."
당신이 손을 들어 허공을 가볍게 휘젓자, 천산의 만 갈래 골짜기를 메우고 있던 검풍(劍風)이 일시에 사그라지며 잔잔한 종소리 같은 공명이 울려 퍼진다. 가문의 음모로 단전이 파괴되어 진흙탕에 버려졌던 가련한 공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고난과 혈로 끝에 마침내 음양을 복속하고 천하를 손에 쥔 위대한 군주만이 서 있을 뿐이다.
청룡전 마당을 가득 메운 십만 마중(魔衆)과 무릎 꿇은 백대 문파의 고수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산하가 떠나가라 고함을 지른다.
"독존천마(獨尊天魔) 사마현 대협을 배알하나이다! 천추만세, 무강지대!"
그들의 외침은 구중천(九重天)의 은하수를 흔들고 대지를 진동시킨다. 가문과 강호를 향해 시작되었던 비장한 복수극은 마침내 종막을 고했다. 당신이 그리는 새로운 태양의 서광이 어두웠던 강호 전역을 찬란하게 비추기 시작하고, 마교와 무림은 이제 당신의 발아래에서 하나가 되어 영원한 침묵과 질서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