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성 메스가 스테인리스 트레이 위로 떨어지는 맑은 소리가 수술실의 정적을 깨운다.
*챙강.*
당신은 니들 홀더를 손에서 놓지 않은 채, 5-0 프롤린(Proline, 혈관 문합용 비흡수성 봉합사) 실을 일정한 텐션으로 정밀하게 당긴다. 상행 대동맥의 찢어진 내막을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치환술은 극도의 악력 조절이 필요하다. 이는 마치 수압이 한계에 도달해 터지기 직전인 고압 소방 호스를, 물 한 방울 새지 않도록 얇은 고무 패치와 가스켓으로 밀봉하는 작업과 같다. 미세한 바늘구멍 하나만으로도 심장의 박동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대량 출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삐- 삐- 삐-*
마취기 모니터가 환자의 심장이 다시 제 리듬을 찾았음을 알린다. 평균동맥압(MAP) 82mmHg, 심박수 분당 74회. 체온이 정상 범주로 올라오며 인공심폐기 유동이 멈춘다. 환자의 폐가 스스로 산소를 받아들이며 붉은빛으로 건강하게 팽창하는 순간, 수술실의 무균 자동문이 거친 마찰음과 함께 강제로 열린다.
수술 가운조차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부원장 백태현이 정형외과 기구실장과 보안요원들을 대동하고 들이닥친다.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벌인 건가!"
백태현의 날카로운 음성이 수술실의 공기를 얼려버린다. 그의 시선이 모니터의 완벽한 바이탈 사인과 환자의 가슴속에서 뛰고 있는 대동맥, 그리고 피 묻은 가운을 입은 당신을 차례로 훑는다.
"백서진. 네놈이 기어이 미쳤구나. 의대 휴학 중인 자격 없는 자가 수술실에 무단 침입해 메스를 잡아? 이건 명백한 의료법 제27조 위반, 무면허 의료행위다. 당장 그 손 떼고 청원경찰들에게 인계해!"
수술실 내부의 의료진들이 숨을 죽인다. 법과 규정을 들이미는 부원장의 고함에 수술방의 기압이 낮아진다. 그러나 당신은 피가 묻은 라텍스 글러브를 벗어 쓰레기통에 무심히 던져넣을 뿐이다. 탁, 하는 둔탁한 소리가 규칙적인 심전도 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부원장님, 법적 근거가 빈약하군요."
당신의 목소리는 이성적이고 건조하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따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제공한 응급의료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합니다. 환자는 내원 당시 Type A 대동맥 박리로 인한 심정지 직전, 즉 평균동맥압 40mmHg 이하의 초응급 생명 위협 상태였습니다. 흉부외과 전문의가 타 수술로 부재한 상황에서 즉각적 개입은 법률이 인정한 의무입니다."
"그건 면허를 가진 의료인에게나 해당되는 예외 조항이다! 너는 본과 4학년 휴학생이고, 병원 내부 규정 제14조에 의해 외부인의 수술방 출입 및 집도는 원천 금지되어 있어!"
백태현이 서류철을 흔들며 다가온다. 하지만 당신은 벽면에 부착된 모니터를 가리키며 학술적 데이터로 대답한다.
"수술 시작부터 봉합 완료까지 정확히 37분 소요되었습니다. 인조혈관 이식편의 문합부 어디에서도 지연성 삼출이나 미세 출혈은 관찰되지 않습니다. 대한병원 원칙 제3조 제1항은 '환자의 생명 구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부원장님이 말씀하시는 사내 규정이 하필 환자의 생존율 98.7%를 보장한 이 수술보다 물리적으로 우위에 있습니까?"
"궤변이다!"
백태현의 이마에 핏대가 선다. 그는 당신의 정교한 반박에 논리적으로 대치할 힘을 잃자, 이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무전기를 쥐어짜듯 잡는다.
"아무리 떠들어도 네가 무면허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병원은 이번 사태를 '무자격자의 무단 침입 및 의료 테러'로 규정할 것이다. 수술 기록은 전량 폐기될 것이고, 경찰에 즉각 고발 조치하겠다. 네 아버지가 이사장이라 해도 이 법적 파멸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완벽하게 성공한 수술의 성과와 환자의 목숨마저 정치적 숙청의 도구로 삼으려는 부원장. 이 냉혹한 병원의 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신의 머릿속에 두 가지 전략이 날카롭게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