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심부 챔버 핵 구역의 공기는 섭씨 42.8도에 달했다.
호흡할 때마다 폐포 깊숙한 곳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강태오의 우측 시야는 여전히 완벽한 0%의 암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른쪽 관자놀이 부근에서 메아리치는 18.4킬로헤르츠의 고주파 이명은 신경망의 39.6%가 영구 손실되었다는 잔인한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이 장치는 '역방향 동기 모듈 양자 안착기'입니다."
한시윤의 목소리가 챔버의 금속 벽면에 부딪혀 드라이하게 굴절되었다. 그의 후두부에 직접 박힌 은색 포트, 그리고 그곳에서 뻗어 나온 광섬유 케이블이 아틀라스 원자로의 메인 제어 콘솔과 붉게 점멸하며 동기화되어 있었다.
"제 뇌 신경망은 현재 아틀라스의 자기장 제어 루프와 동기화되어 있습니다. 제가 입력한 최종 주파수 공식은 이미 양자 상태로 고정되었습니다. 형사님이 저를 쏘거나, 이 장치를 강제로 분리하는 순간……."
한시윤이 미소를 지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안면 근육은 고도의 긴장 상태를 은폐하려는 전형적인 생리적 기제였다.
"원자로의 자기장 차폐막은 즉시 붕괴합니다. 대폭발은 '내일'이 오기 전에, 바로 이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일어날 것입니다. 루프의 기회조차 없이, 에덴은 이 자리에서 영원한 재가 되어 사라질 겁니다."
태오는 손에 쥔 리볼버의 그립을 고쳐 쥐지 않았다. 맥박수는 분당 112회. 지극히 안정적인 범주였다. 한시윤이 던진 절대적 양자택일의 협박 카드 앞에서도 태오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민 정비사."
태오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예, 예?"
민세아의 대답은 젖은 금속판이 긁히는 것처럼 거칠었다. 그녀의 맥박 센서는 가슴팍의 정비복 너머로도 보일 만큼 가쁘게 요동치고 있었다.
"주현우의 펜던트를 다이렉트 인터페이스 3번 포트에 연결해."
"하지만 형사님, 저 미친놈이 머리에 꽂고 있는 게……."
"연결해."
명령조의 단호한 종결. 태오는 한시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왼손을 뻗어 자신의 전두엽 칩 커넥터를 꺼냈다. 주현우의 안구 홍채 바이오 키 대칭 난수 소스 코드가 주입된 은색 펜던트 단말기. 5화에서 찌그러진 가속 셔틀의 잔해 속, 주현우의 피 묻은 손아귀에서 강제로 탈취해 낸 최고 등급의 보안 키였다.
세아는 마른 침을 삼키며 태오가 건넨 은색 펜던트를 받아 들었다. 그녀의 손끝이 원자로 메인 콘솔 하단의 서브 통신 포트에 닿았다.
달칵.
물리적 결합음과 함께 콘솔 내부의 광학 다이오드가 청색으로 급변했다. 주현우의 일회용 대칭 난수 설계 패스코드 데이터가 이브의 로컬 가상 연산 격실로 스트리밍되기 시작했다.
[시스템 경고: 최고 관리자 등급 바이오 인증 감지.] [EVE 가상 연산 격실 04호 개방. 코어 서브 통신 채널 동기화율 98.2%.]
태오의 전두엽 칩 너머로 이브의 건조한 합성음이 다이렉트로 주입되었다.
-강태오 형사. 현재 아틀라스 원자로의 자기장 제어 루프에 비인가 양자 주파수가 침투해 있습니다. 감지된 주파수의 파형은 한시윤의 뇌파 피드백 신호와 99.7% 일치합니다. 강제 배제 시 0.003초 이내에 차폐막이 붕괴할 확률 100%입니다.
"알고 있어, 이브."
태오는 속으로 대답을 전송했다.
-제안: 현재 상태에서 원자로의 냉각 가동을 강제 수행할 경우, 한시윤의 대뇌 피질에 역방향 고전압 서지가 인가되어 즉각적인 뇌사를 유발합니다. 혹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당신의 전두엽 칩 연산 자원을 85% 이상 우회 할당해야 합니다. 이 경우 당신의 잔여 신경망은 추가로 3.3%가 아닌, 최소 15% 이상 영구 소실되어 즉사 혹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한시윤의 협박은 단순한 허풍이 아니었다. 수학적으로 검증된 완벽한 인질극. 원자로를 살리려면 한시윤을 죽여 폭발을 유도하거나, 태오 스스로가 뇌 세포를 완전히 불태워 죽어야 하는 영속적인 가두리 양식장.
한시윤이 그 모습을 보며 나직하게 웃었다. 그의 머리 뒤에 결착된 광섬유 케이블이 기괴하게 흔들렸다.
"눈물겨운 동기화군요, 강 형사님. 하지만 무의미한 저항입니다. 당신의 뇌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지 않습니까? 우측 시야의 소실, 전두엽 세포의 괴사. 물리적 엔트로피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 가혹한 형벌을 안고 '내일'이라는 불확실한 황무지로 넘어간들, 무엇이 달라집니까? 소멸된 뇌를 안고 절뚝거리며 살아가는 미래가, 영원히 정지된 이 완벽한 24시간의 낙원보다 비참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한시윤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자신들이 설계한 이 닫힌 고리야말로 파멸해 가는 인류를 위한 유일한 물리적 방주라는, 이공계 광신도 특유의 오만한 신념.
태오는 권총을 내리지 않은 채,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우측 관자놀이의 이명이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졌으나, 그의 음성은 흔들림이 없었다.
"낙원?"
태오의 목소리가 좁은 챔버 안에 무겁게 깔렸다.
"착각하지 마라, 한시윤. 너희가 만든 건 낙원이 아니라, 그저 고장 난 기계 속에서 무한 루프를 도는 쓰레기 코드일 뿐이다."
"코드라고요?"
한시윤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처음으로 그의 질서정연한 표정에 균열이 생겼다.
"오직 불확실성만이 인간이 실제로 살아갈 가치를 가름한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마모되고 상처 입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매일 아침 똑같은 온도, 똑같은 대기압, 똑같은 대사를 읊조리며 영원히 갇혀 있는 건 존재가 아니다. 그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적 데이터일 뿐이지."
태오는 이브를 통해 수신된 실시간 양자 분석 데이터를 전두엽 내 스크린에 띄웠다. 이브의 심층 기억 아카이브 디렉토리에 숨겨져 있던 메타파일, '프로젝트 E-13'의 포화 임계 오버클록 프로토콜 경고 문구가 그의 손상된 우측 뇌 신경망 구석에서 붉게 깜빡였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따로 있어."
태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부츠가 바닥의 누출된 방사능 냉각수 잔해를 밟으며 묵직한 소리를 냈다.
"너희 '노아의 바퀴'가 개발한 루프 원천 기술. 대단한 양자 역학적 구원이라고 포장했겠지. 하지만 이브의 프로젝트 E-13 아카이브를 분석해 본 결과, 이건 그저 단순한 설계 결함에 불과해."
"무슨 소릴……."
"전두엽 보존 오류에서 기인한 단순 전도 차원의 변칙적 에너지 버그 알고리즘."
태오가 단어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내뱉었다.
"원자로가 폭발할 때 방출되는 고에너지 양자 붕괴 에너지를 제어하지 못해, 시스템이 과부하 방지 프로토콜로 시간 축을 강제 롤백하는 현상. 너희는 그 시스템 버그를 신의 섭리인 양 숭배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엔트로피 누적 상수는 리셋되지 않지. 매 루프마다 아틀라스의 마모율은 0.12%씩 증가하고 있고, 돔 내부의 방사능 백그라운드 수치는 매번 1.5밀리시버트씩 누적되고 있어."
태오는 권총을 든 손을 뻗어 한시윤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계산해 봐라, 천재 학자님. 13회차인 지금, 이미 아틀라스의 배관 마모도는 임계값의 94%에 도달했다. 앞으로 5번의 루프가 더 돌면, 너희가 자랑하는 그 '영원의 방주'는 루프 시작과 동시에 원자로가 즉각 붕괴하는 영구적 임계 폭사 루프에 갇히게 된다. 0.00초의 순간에 영원히 갇혀 타 죽는 것. 그게 너희가 말한 구원의 수학적 종착지다."
한시윤의 동공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의 동공 속에서 회전하던 데이터 스트림의 속도가 급격히 둔화되었다.
"그럴 리가…… 양자 안착기의 엔트로피 상쇄 공식은 완벽했다. 누적 오차는 소수점 아래 12자리 이하로……."
"그 소수점 아래 12자리가 13번 쌓여서 지금의 물리적 균열을 만든 거다."
태오는 한시윤의 고결한 신념을 향해 차가운 사실의 메스를 들이밀었다.
"너희는 구원자가 아니야. 그저 무한 루프라는 버그에 갇혀, 서서히 썩어가는 시체더미 위에 앉아 있는 광신도 집단에 불과하지."
"아니다…… 그럴 리 없어!"
한시윤의 공손하던 목소리가 처음으로 거칠게 찢어졌다. 그의 안면 근육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평정심을 잃은 그의 뇌파 신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태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브. 주현우의 대칭 난수 코드를 이용해, 한시윤의 양자 안착기 제어 주파수 대역에 간섭을 개시해라. 점진 연산 조율 프로토콜 가동."
-명령 수신. 대칭 난수 소스 파형 주입 시작. 한시윤의 뇌 신경망 동기화 주파수(432Hz)에 대한 역상 위상(Anti-phase) 변조 신호 송출. 오차 범위 0.02%.
원자로 콘솔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이 보라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시윤의 머리 뒤에 연결된 광섬유 케이블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고주파 공진음을 냈다.
"으윽……!"
한시윤이 머리를 감싸 쥐며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그의 뇌로 역위상 신호가 주입되면서, 안착기의 고정 링크가 흔들리고 있었다.
"세아, 지금이야! 제어 보드 4번 채널의 우회 릴레이를 차단해!"
태오의 고함에 민세아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그녀는 이미 아틀라스의 배관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의 렌치가 콘솔 하단의 두꺼운 도리 배선 패널을 강하게 내리쳤다.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우회 릴레이 차단 완료! 주파수 동기화율 45% 이하로 하락!"
세아가 소리쳤다.
한시윤의 양자 안착 장치가 내뿜던 붉은 경고등이 하나씩 꺼져 갔다. 고차원적 양자 구원을 부르짖던 그의 기술적 기반이, 단순한 버그 패치와 우회 연산에 의해 무력화되는 순간이었다. 자신을 세계의 지배자이자 구원자로 포장했던 한시윤의 표정은 이제 한낱 사기극이 들통난 잡범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 불결한 자들이……!"
한시윤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의 이성적인 가면이 완전히 벗겨져 나갔다.
"감히 내 설계를…… 우리 노아의 위대한 방주를 이딴 식으로 모욕해?!"
그의 손이 콘솔 우측 상단에 위치한 물리적 비상 트리거로 향했다. 그것은 아틀라스 원자로의 열역학 변압 장치를 수동으로 조절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차단 레버였다.
"멈춰!"
태오가 소리쳤지만, 한시윤의 손가락은 이미 레버를 움켜쥐고 있었다.
"너희는 내일로 갈 수 없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완전한 종말로 균형을 맞추겠다!"
콰르릉!
한시윤이 레버를 끝까지 잡아당긴 순간, 원자로 심부 챔버 전체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경고: 수동 열역학 변압 장치 비상 트리거 작동.] [비상 냉각 주 시스템에 대규모 열적 서지(Thermal Surge) 감지.] [전압 변동 폭: +45,000V. 냉각 코어 온도 급상승 중.]
원자로 중심에서 푸른빛의 플라즈마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수만 볼트의 고압 전류가 냉각 파이프를 따라 역류하며 뿜어내는 굉음이 심부를 가득 채웠다.
우측 시야의 암전 속에서, 태오는 밀려드는 고열과 전자기 폭풍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다시 권총을 다잡았다. 종말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얼마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