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쿵!

살과 뼈가 코트 바닥에 사정없이 찧는 둔탁한 파열음이 토마스 앤 맥 센터의 천장을 때린다.

공중에서 무방비하게 뒤집혔던 강기태의 몸뚱이가 단단한 바닥에 닿기 직전, 거대하고 묵직한 육체가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마커스 밀러다. 등 뒤에서 덮쳐온 잭슨 칼터의 살인적인 파울에 기태의 머리가 바닥으로 고꾸라지려던 그 찰나, 마커스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몸을 매트처럼 던진다.

"끄으 윽!"

마커스의 턱이 기태의 왼쪽 어깨를 강타하고, 그의 단단한 가슴팍이 기태의 척추를 받쳐낸다. 두 사람의 몸이 코트 위를 사정없이 뒹군다.

삐이이이익―!

체육관이 찢어질 듯한 심판의 호각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온다. 관중석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얼어붙고, 해설진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옥타브를 높인다.

-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잭슨 칼터, 공중에서 강기태 선수를 완전히 밀쳐냈습니다! 명백한 플래그런트 파울입니다! 고의적인 상해 행위예요! -마커스 밀러가 몸을 던져 강기태를 구해냈지만, 두 선수 모두 충격이 상당해 보입니다.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안 가득 비릿하고 뜨거운 피비린내가 고인다. 기태는 붉게 물든 시야 속에서 흙먼지 같은 코트 바닥의 냄새를 들이마신다. 폐부가 찌그러지는 듯한 통증 속에서도 기태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체 장부를 확인한다.

`[강기태 심박수: 179bpm]` `[동맥 산소 포화도: 71%]` `[무릎 슬개건 영구 마찰 계수: 위험 범위 진입]`

다행히 목뼈나 척추는 무사하다. 마커스의 완충 작용 덕분이다. 하지만 기태의 밑에 깔렸던 마커스는 상황이 달랐다.

"어이…… 꼬맹이. 뼈는 안 부러졌냐?"

마커스가 이빨 사이로 신음을 흘리며 억지로 웃어 보인다. 그의 오른쪽 무릎은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마커스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무릎 보호대를 거듭 움켜쥐며 이를 악문다. 찌르르하고 찢어지는 보호대의 벨크로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기태의 눈에 마커스의 무릎 주변을 감싸고 도는 붉은색 시스템 수치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마커스 밀러 무릎 위험도: 91% (임계점 돌파)]` `[⚠️ 경고: 영구적 인대 파열 및 연골 마모 진행 중]`

"마커스, 너……."

"잔말 말고 내 손이나 잡아당겨."

마커스가 걸걸한 목소리로 뱉어낸다. 그의 무릎 보호대 안쪽으로 시퍼런 피멍이 순식간에 번져가는 것이 보인다.

젊은 시절, 단 한 번의 판정 시비와 무릎 부상으로 눈앞에서 우승 반지를 도둑맞았던 마커스 밀러. 능글맞은 평정심 뒤에 지독한 독기를 숨겨두었던 늙은 야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기태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쥔다. 그의 눈빛은 이미 은퇴를 앞둔 노장의 그것이 아니다. 탐욕스럽고 잔인한 포식자의 눈빛이다.

"이 반지가 없는 내 인생은 껍데기뿐이야. 내 다리 한 짝이 여기서 완전히 가루가 된다 해도 상관없어. 꼬맹이, 네가 내 무릎을 사기로 했다면…… 끝까지 책임져."

기태의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전류가 역류한다. 타인을 결코 믿지 않으며, 오직 스스로의 이익과 수치만을 계산해 움직이던 냉혈한의 가슴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무릎 통증 수치가 마커스의 한계 수치와 공명하듯 찌릿하게 떨린다.

`[동료 연동 프로토콜 동기화율: 85%]`

이 노장은 비즈니스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다. 목숨을 걸고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기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커스의 손을 잡아 일으킨다.

남은 시간은 단 30초. 점수 차는 단 1점 차로 뒤지고 있다.

경기장 저편, VIP 룸의 유리창 너머로 하워드 스톤 단장의 허연 얼굴이 보인다. 그는 손에 쥔 태블릿을 거칠게 두들기며 비서에게 무언가를 고함치고 있다.

스톤은 이미 잭슨 칼터의 PED(경기력 향상 약물) 오버클럭 메디컬 리포트를 태블릿 안쪽의 극비 암호 폴더에 숨겨두었다. 동시에, '동양인 가드의 유전학적 심폐 기능 결함 보고서'라는 조작된 문서를 이사회와 주요 언론사에 전송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기태를 유전학적 불량품으로 낙인찍어 리그에서 완전히 추방하려는 추악한 음모.

하지만 그는 모른다. VIP 룸 바로 아래, 어두운 관중석 통로에 서 있는 에밀리 정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에밀리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다본다. 화면에는 하워드 스톤의 개인 서버에서 실시간으로 복제되고 있는 칼터의 실제 약물 복용 포트폴리오 파일들이 100% 다운로드 완료되었다는 표시가 떠 있다. 스톤이 기태를 묻어버리려던 그 조작 보고서가, 역으로 스톤과 칼터의 목을 단번에 날려버릴 단두대의 칼날이 된 셈이다.

에밀리가 코트 위의 기태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장외의 전쟁은 끝났어. 기태. 이제 네 차례야.'

기태는 에밀리의 신호를 확인하고 입안에 고인 핏물을 코트 바닥에 뱉어낸다. 붉은 타액이 투명한 우레탄 바닥에 얼룩을 남긴다. 편견과 음모, 그리고 자신을 짓밟으려는 이 가혹한 세계를 완전히 부숴버릴 시간이다.

"잭슨 칼터."

기태가 공을 바닥에 튕기며 칼터를 응시한다.

칼터는 약물의 부작용으로 온몸의 혈관이 터질 듯 솟아오른 채, 짐승 같은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 일반적인 한계치 대비 140%까지 폭주한 그의 근육 마찰 상태가 기태의 상태창에 붉은 경고등으로 깜빡인다.

"이 사기꾼 새끼……."

칼터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네 궤적은 여기까지다, 옐로 몽키."

기태는 대꾸하지 않는다. 대신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머릿속의 리미터를 완전히 해제한다.

쿵. 쿵. 쿵.

심장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진다. 심박수 게이지가 한계 선인 180bpm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치솟는다.

`[강기태 심박수: 181bpm]` `[⚠️ 경고: 심박수 한계 돌파! 시스템 안전 제어 장치가 전면 해제됩니다.]` `[숨겨진 독점 시스템 프로토콜 가동]` `[메시지: 붉은 선의 표기 속도가 2배로 가속되나, 극단적인 근육 파열 및 심부전 유발 위험이 있습니다. 즉시 활성화를 중단하십시오.]`

시야가 온통 피 빛으로 물든다. 단순히 평면적인 선이 아니다. 4차원 홀로그램처럼, 코트 위의 공기 흐름과 수비수들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 백보드의 진동 계수까지 포함된 초정밀 붉은 궤적이 뇌리에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아아아악!"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 기태의 관자놀이를 후려친다. 뇌세포가 뜨거운 기름에 녹아내리는 듯한 극단적인 고통. 전신의 모세혈관이 터지며 피부 위로 붉은 반점이 돋아난다. 그러나 고통의 크기만큼, 기태의 신체 반응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가속된다.

남은 시간 12초.

기태가 첫 스텝을 딛는다.

콰앙!

코트 바닥을 차고 나가는 속도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칼터의 방어 반응 속도보다 정확히 2배 빠른 가속. 칼터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기태의 잔상이 그의 오른쪽 사각지대를 관통한다.

"뭐, 뭐야?!"

칼터가 경악하며 몸을 돌리려 하지만, 이미 기태는 그의 등 뒤를 지나치고 있다.

도움 수비를 오던 상대 센터가 거대한 장벽처럼 앞을 가로막는다. 평소라면 패스를 돌려야 할 타이밍. 하지만 기태의 고독한 강박이 뇌리를 지배한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 오직 내 손으로 이 지옥을 끝낸다.

기태는 멈추지 않고 림을 향해 솟구친다.

"막아라!"

스톤 단장의 비명에 가까운 고함이 VIP 룸에서 터져 나온다.

칼터가 약물로 폭주한 탄력을 이용해 괴물처럼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기태의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는다. 공중에서 수비수를 피해 슛을 던질 공간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부딪치면 기태의 박살 난 무릎이 이번에야말로 영구적으로 파열될 터였다.

하지만 기태의 눈앞에는 일반적인 슈터라면 결코 보지 못할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백보드의 우측 상단 모서리, 단 5센티미터의 좁은 틈새를 회전시켜 사각지대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기하학적 궤적. 수동 활성화로 쏘아 올리는 불가능의 영역.

기태는 공중에서 상체를 반 바퀴 비틀며 공에 극단적인 백스핀을 걸어 백보드 모서리를 향해 밀어 올린다.

"어림없다!"

칼터가 광기 어린 표정으로 긴 팔을 뻗는다. 그의 거대한 손바닥이 공을 찢어발길 듯이 날아든다.

해설진과 관중들이 숨을 죽인다.

찰나의 시간.

약물 오버클럭 피지컬로 블록슛을 뜨는 칼터의 손톱 끝 바로 위, 정확히 1밀리미터 차이로 공이 비껴나간다.

스치듯 비껴간 가죽 공이 붉은 궤적 가이드를 따라 포물선을 그린다.

탁.

백보드 모서리의 모서리를 맞고 굴절된 공이,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기묘한 스핀을 그리며 림 안쪽으로 거짓말처럼 미끄러져 들어간다.

서걱―!

그물을 찢을 듯한 마찰음이 체육관 전체에 메아리친다.

동시에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우우우웅―!

"골인! 강기태! 믿을 수 없는 더블 클러치 백보드 스핀 슛! 경기가 끝났습니다! 역전입니다! 역전!"

"와아아아아아아!"

라스베이거스 토마스 앤 맥 센터가 용광로처럼 폭발한다. 관중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마커스가 절뚝거리며 기태를 향해 달려온다. VIP 룸의 하워드 스톤은 들고 있던 태블릿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머리를 감싸 쥔다.

하지만 기태의 귀에는 기쁨의 함성도, 동료들의 외침도 들리지 않는다.

`[⚠️ 경고: 심장 박동수 192bpm 돌파. 급성 심장 마비 위험 수치 직면.]` `[시스템 강제 셧다운을 실행합니다.]`

가슴 깊은 곳이 날카로운 바늘에 찔린 듯 웅크려 든다. 기태의 시야가 순식간에 모자이크처럼 깨져나가며 암전된다.

쿵.

기태의 몸이 코트 바닥으로 쓰러지는 순간, 그의 의식은 완벽한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

암전.

귀가 먹먹해지는 침묵 속에서, 터질 듯한 심장 고동 소리만이 느리게 울려 퍼진다.

쿵……. 쿵…….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 하지만, 천근만근의 무게가 시신경을 짓누른다. 사방에서 비명과 웅성거림이 가늘게 고막을 뚫고 들어온다.

"의료진! 당장 제세동기 가져와!" "비켜! 숨 쉴 공간 확보해!"

누군가 가슴을 거칠게 압박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 순간, 암전된 시야 한가운데에서 시리도록 푸른 시스템 창이 점멸한다.

`[시스템 긴급 생명 보존 프로토콜 작동 중]` `[현재 누적 피로도: 측정 불가 (오버플로우)]` `[동맥 산소 포화도: 55% (극 위험)]` `[마커스 밀러 무릎 슬개건 파열도: 93%]` `[⚠️ 경고: '생명력 강제 대환 대출'의 상환 청구서가 발행되었습니다.]` `[상환 조건: 24시간 이내에 NBA 정식 로스터 계약 체결.]` `[상환 실패 시 대가: 심장 기능 영구 저하(가드 포지션 수행 불가능 수준의 심폐 한계 고착) 및 상태창 권능 영구 박탈.]`

턱 끝까지 차오른 죽음의 그림자가 기태의 목을 조른다. 24시간. 그 안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하면, 다시 회귀 전의 그 쓰레기 같은 삶으로 돌아가거나 혹은 진짜로 심장이 멈춘다.

***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코끝을 찌른 것은 지독한 소독약 냄새였다.

라스베이거스 종합병원 VIP 병동.

기태는 가슴팍에 붙은 수많은 전극 패치와 산소마스크를 거칠게 떼어냈다.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근육 세포 하나하나가 산산조각 난 것처럼 지독한 통증이 사지를 갉아먹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 죽다 살아난 놈이 어딜 움직이려고."

낮고 차분한 목소리. 침대 옆 소파에 에밀리 정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밑은 거뭇했고, 무릎 위에는 맥북이 올려져 있었다.

그 옆에는 휠체어에 앉아 오른쪽 다리에 거대한 석고 붕대를 감은 마커스 밀러가 보였다. 마커스는 언제나처럼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려 애썼지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이 그의 극심한 고통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겼어, 꼬맹이. 네 그 미친 서커스 슛 덕분에 서머리그 우승컵은 우리 차지다."

마커스가 오른쪽 가슴을 가볍게 두 번 치고 하늘을 가리킨다. 기태와 그가 나눈 무언의 약속. 기태 역시 떨리는 왼손을 들어 가슴을 두 번 쳤다. 마커스의 무릎을 대가로 얻어낸 승리였지만, 그의 눈빛에는 후회 대신 기묘한 해방감이 서려 있었다.

`[동료 연동 프로토콜 공명 완료]` `[마커스 밀러와의 신뢰도: 100% 도달]` `[마커스의 영혼이 깃든 무릎 안정화 시스템이 영구 해제됩니다.]`

철컥.

병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하워드 스톤 단장이 호위하듯 비서들을 거느리고 들어선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초조함으로 사정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정신이 드나 보군, 강기태."

스톤이 침대 발치로 걸어와 차가운 눈빛으로 기태를 내려다본다. 그의 손에는 두꺼운 메디컬 리포트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

"서머리그 결승전에서의 활약은 대단했어. 하지만 NBA는 심장 발작으로 언제 코트 위에서 급사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어줄 만큼 자비로운 곳이 아니다."

스톤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구단 메디컬 팀의 1차 소견서다. 자네의 심폐 기능에 심각한 유전학적 결함이 발견되었다는 진단이지. 이 서류가 사무국과 타 구단 스카우터들에게 넘어가는 순간, 자네의 드래프트 자격은 영구 박탈이야. 물론 우리 구단과의 정식 계약도 당연히 무효화되지."

그는 기태를 완벽하게 매장할 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기태의 심장 박동수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다.

`[강기태 심박수: 135bpm (상승 중)]`

하지만 기태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시선을 돌려 에밀리를 바라보자, 에밀리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그녀의 손가락이 맥북의 엔터 키를 가볍게 두드렸다.

"스톤 단장님."

에밀리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 위조 소견서를 언론에 뿌리기 전에, 자네가 숨겨둔 그 태블릿의 백업 파일부터 확인하는 게 좋을 겁니다."

스톤의 눈썹이 꿈틀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잭슨 칼터의 PED 오버클럭 복용 일지. 그리고 단장님이 이사회에 보고하기 위해 위조한 강기태 선수의 유전학적 결함 보고서 초안 파일. 방금 전, NBA 사무국 징계위원회와 ESPN의 메인 기자에게 전송 완료되었습니다."

스톤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신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서류 뭉치가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져 사방으로 흐트러진다.

"네, 네놈들이 어떻게 그걸……!"

"선택하십시오, 단장님."

에밀리가 계약서 한 장을 스톤의 가슴팍에 사정없이 들이밀었다.

"구단 역사상 최고 대우의 3년 보장 정식 계약서에 지금 당장 서명하고 명예롭게 퇴진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도핑 조작 및 문서 위조 혐의로 연방 교도소로 가시겠습니까?"

스톤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그의 농구 제국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만년필을 쥐었다. 계약서에 그의 서명이 날인되는 순간, 기태의 눈앞에 찬란한 골드빛 상태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편견의 심장을 도려내라' 클리어!]` `[보상: '생명력 강제 대환 대출' 채무 전액 탕감 및 영구적 신체 회복 프로토콜 작동.]` `[구단 역사상 최고 대우의 정식 로스터 계약 획득 성공!]`

가슴을 짓누르던 끔찍한 압박감이 기적처럼 사라진다. 터질 것 같던 심장이 안정을 찾으며 고요하게 박동하기 시작한다.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기쁨은 찰나였다.

억지로 서명을 마친 스톤이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기태를 응시했다. 부러진 이빨 사이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음산했다.

"하하…… 서명은 해 주지.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강기태. 너희가 찌른 건 나뿐만이 아니야. 칼터를 후원하던 거대 스포츠 브랜드와 리그의 보이지 않는 손들이…… 이미 네놈의 그 '붉은 선'의 정체를 눈치챘으니까."

그 순간, 기태의 머릿속 상태창이 피처럼 붉은 빛으로 격렬하게 점멸하며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괴한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 긴급 상황 발생!]` `[세계관 상위 지배자 집단 '더 링(The Ring)'이 플레이어의 불법 궤적 데이터 분석 권능을 감지했습니다.]` `[추적률: 12%…… 15%…… 급상승 중.]` `[경고: 추적률이 100%에 도달할 시, 시스템이 강제 압류되며 플레이어의 영혼은 소멸합니다.]`

기태의 등줄기로 소름 끼치는 전율이 내달렸다. 이 세계는 단순한 농구 코트가 아니었다. 진짜 지옥은, 이제 막 문을 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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