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티아의 야금소는 지옥을 닮았다. 고열의 용광로가 대지를 흔든다. 초탄을 가미한 석탄재가 분분히 흩날린다. 가마의 내부 온도는 천도를 웃돈다. 황태자인 당신은 그 열기 앞에 군림한다. 노련한 장인들이 숨 가쁘게 움직인다. 풀무질 소리가 철퇴처럼 사방을 울린다. 마침내 쇳물이 거푸집으로 쏟아진다. 고순도 탄소강이 대량으로 성형된다. 품질은 기대치를 아득히 초월한다. 이것이 묵직한 제국의 새로운 골조다.
야금술의 연마는 기적을 낳았다. 철광석은 쉴 새 없이 제련된다. 산더미 같은 강철이 벌판을 채운다. 원로원의 견제구는 무위로 돌아갔다. 그들의 비난 서한은 가치가 없다. 법 제정의 위협도 이 은빛 장벽 앞엔 무력하다. 그러나 새로운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이 엄청난 질량의 철을 어찌할 것인가.
인프라의 대격변이 필요하다. 기존의 수송 체계는 마비 직전이다. 우마차 중심의 육로는 비효율적이다. 포장도로는 짐수레의 축을 부러뜨린다. 식량과 원자재는 제자리에 고였다. 국경의 방어선은 여전히 위태롭다. 물류의 속도가 제국의 목숨을 쥐고 있다.
당신은 사령실의 대형 지도를 노려본다. 거대한 동력 기계를 배치할 공간을 찾는다. 증기의 괴물에게 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 어설픈 조치는 파멸만을 앞당긴다. 장군 갈리에누스의 감시선이 날카롭다. 귀족들의 음모 또한 침묵 속에 자란다. 이에 맞서 혁명을 선포할 수단이 필요하다.
지도는 대륙과 대양을 모두 품고 있다. 어디로 철강의 흐름을 유도할 것인가. 육로의 개척인가, 해로의 지배인가. 두 갈래의 기획서가 책상머리에 놓인다. 당신은 제도용 깃펜 끝에 잉크를 적신다. 단 한 번의 성선으로 미래가 결정된다. 결단의 순간이 당신의 손가락 끝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