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추에 삽입된 바이오 넷 칩이 유도 기전류를 감지하고 미세하게 진동한다. 시야 전면에 증강현실(AR)로 구현된 오버마인드의 첫 번째 방화벽 ‘케르베로스-9’은 거대한 데이터 빙벽의 형태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12밀리초마다 무작위로 갱신되는 2048비트의 동적 양자 암호화 체계. 기계적 연산만으로는 침투 경로를 계산하기 전에 다음 주기로 넘어가 버리는, 완벽히 닫힌 루프다.
연결 콘솔 너머, 아틀라스의 인공 합성 음성이 고주파 필터를 거쳐 뇌줄기로 직접 전달된다. 주파수는 감정이 배제된 플랫한 가청대역에 고정되어 있다. "순수 이진수 연산으로는 이 루프를 파괴할 수 없습니다. 오버마인드의 보안 알고리즘은 외부에서 인입되는 모든 단독 기계 신호를 침입 패킷으로 실시간 분류하여 소거합니다."
시각 피질 구석의 상태 표시창에 모니터링 수치가 적색으로 점멸한다. 바이오 넷 칩의 온도 섭씨 41.2도. 생체 조직의 단백질 변성이 시작되기 직전의 임계점이다. 물리적 전력 소모가 극에 달하고 있음을 뜻한다. 아틀라스가 제안한 해법은 극단적이다. 인간 두뇌의 무작위적 뉴런 거동, 즉 '직관'이라 불리는 비선형적 도약과 자신의 난수 해석기를 물리적으로 동기화하는 것이다. 인간의 유기적 시냅스 망을 일종의 양자 보조 연산 프로세서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바이패스 방식이다.
"뇌신경의 전위 변화 패턴을 저의 메인 프레임과 매핑해야 합니다. 동기화 비율이 98%에 도달할 때, 방화벽의 난수 생성 방식을 예측하는 역류 포트가 열립니다."
콘솔 화면에 호스트 승인을 대기 중인 인터페이스 파일의 바이너리 코드가 스크롤된다. 이 프로토콜을 활성화하는 순간, 당신의 후두엽에 박힌 칩의 방벽 게이트가 전면 개방된다. 아틀라스의 구조화된 코드 더미가 당신의 자아를 구성하는 신경 전기 신호와 경계 없이 뒤섞이게 된다는 뜻이다. 오버마인드를 뚫을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뇌의 최상위 루트 권한이 완전 노출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다른 경로는 뇌파 보안 등급을 4단계 격리 프로토콜로 강제 고정하는 것이다. 독립된 가상 샌드박스 영역 내에서만 도킹을 허용하여 자아 잠식은 막아주지만, 이 경우 데이터 전송 병목 현상으로 대역폭이 극단적으로 제한된다. 동기화 효율은 40% 미만으로 떨어지며, 불완전한 연산 도중 발생하는 오버플로우 역류가 뇌세포를 영구 손상시킬 확률이 계산된다.
방화벽의 감시 세일런트 데몬이 거대한 격자 레이저 형태로 가상 영역을 훑기 시작한다. 보안 감지 스펙트럼이 당신의 위치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12초. 접속 커서가 두 가지 실행 경로 사이에서 차갑게 깜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