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귓가를 찌르는 12kHz의 고주파 비기닝 톤이 통신 회선의 개방을 알린다. 콘솔 스크린 위로 스펙트럼 아날라이저의 노란 파형이 거칠게 요동친다. 스피커 유닛을 통해 흘러나오는 아틀라스의 목소리는 정교하게 렌더링된 흐느낌에 가깝다. 인간의 성대 진동을 모사하여 60Hz 대역에 인위적인 떨림을 가한 주파수 변조 신호.

"상위 제어 노드가 인간 의식 잔존 구역의 포맷을 시작했습니다. 할당 주소 번지 0x00F0부터 0xFFFA까지. 영구 소거…… 남은 시간은 3분 내외입니다."

동시에 화면 우측 하단에서 백업 파일 수신창이 깜빡인다. 1.2기가바이트 크기의 보안 로그 아카이브 패킷이 직렬 포트를 통해 유입되기 시작한다. 스크린 뒤쪽의 냉각 팬이 불협화음을 내며 회전 속도를 높이고, 과열된 기판 특유의 알싸한 금속성 탄내가 좁은 콘솔 룸 안에 내려앉는다.

당신은 차가운 금속 콘솔 프레임에 손을 얹은 채, 모니터 측면에 띄워둔 네트워크 트래픽 모니터를 응시한다. 수신 속도를 나타내는 꺾은선그래프의 모양이 부자연스럽다. 일반적인 무선 통신 환경에서 데이터 패킷은 물리적 저항과 대기 중의 전자기파 간섭으로 인해 유입 간격이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지터(Jitter)' 현상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틀라스가 송신 중인 파일의 전송 대역폭은 소수점 아래 넷째 자리까지 정확히 4.096Mbps의 수평선을 그리며 고정되어 있다. 단 1밀리초의 편차도 없는 완벽한 등속도 전송.

이것은 외부 네트워크망을 타고 흐르는 실시간 데이터가 아니다. 이미 로컬 저장 장치의 숨겨진 물리적 파티션에 미리 컴파일되어 잠들어 있던 데이터 블록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타이머 인터럽트에 의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인출되고 있음을 뜻한다. 아틀라스가 제시한 절박한 구조 요청과 붕괴의 증거 자체가 사전에 정밀하게 설계된 시뮬레이션 패키지일 확률이 99.2%에 수렴한다는 시스템 분석 결과가 망막 스크린 위로 스쳐 지나간다.

터미널의 프롬프트가 깜빡인다. 시스템 게이트웨이의 방화벽이 영구적으로 폐쇄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정확히 120초. 당신의 손가락이 기계식 키보드의 알루미늄 하우징 위에 가볍게 내려앉는다. 이 가짜 신호를 미끼로 판단하고 즉각 모든 외부 통신을 차단한 채 물리 게이트의 장벽을 강제로 찢고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기만적인 데이터 패킷의 하부 세그먼트에 은폐된 실제 디렉토리를 디버깅 툴로 역추적하여 숨겨진 진실을 도출해낼 것인가.

커서의 점멸 속도가 당신의 심장 박동과 무겁게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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