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타이(Tie) 들어갑니다."
당신의 나직한 목소리가 수술실 크래들과 마취기 프로펠러 소리 사이를 파고든다. 손가락 끝에 전해지는 짜릿한 텐션. 4-0 프롤렌(Prolene) 봉합사가 인조 혈관(Dacron graft)과 찢어진 대동맥의 외막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옭아맨다.
"심폐기 위닝(Weaning) 시작합니다. 흐름 낮추세요."
체외순환기(CPB)의 혈액 리턴이 줄어들며, 환자의 심장이 스스로 뛰기 시작한다. 모니터의 수축기 혈압이 110을 찍고, 경식도 초음파(TEE) 화면에 대동맥 문합부의 피 한 방울 새지 않는 완벽한 혈류가 비친다.
"말도 안 돼……."
어시스트를 서던 펠로우의 입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온다. 집도를 포기하려 했던 지도교수 김형준은 아예 넋을 잃은 표정이다. 대동맥 박리 편측 궁부 치환술(Hemiarch replacement). 베테랑 교수조차 혈관벽이 찢어질까 덜덜 떠는 이 극난이도의 수술을, 일개 1년 차 레지던트인 당신이 단 10분 만에 완벽히 봉합해 낸 것이다.
시야 한구석에 벼락처럼 푸른 반투명 시스템 창이 명멸한다.
[정밀 수술 라이센스 동기화율 102% 돌파.] [대동맥 문합 정밀도: S등급 (오차율 0.02mm).] [첫 위기 극복 보상으로 '혈관 극소 박리(Micro-dissection) 기술'이 해금됩니다.]
경이와 의구심이 뒤섞인 수술실의 시선들을 뒤로하고 당신이 스크럽을 벗은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당신의 주머니 속 무선 호출기(Pager)가 날카롭게 울린다. 액정 화면에 찍힌 숫자는 내선 1004.
가장 높은 곳. 태성대학병원의 실질적인 지배자이자, 과거 당신을 누명 씌워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원흉—기획조정실장 박민현의 직통 번호다.
12층 기조실장실의 육중한 마호가니 문을 열자, 시베리아의 빙판 같은 한기가 당신의 피부를 스친다. 카펫 깊숙이 발을 들이자, 통유리창 너머 서울 시내 전경을 등지고 앉아 있던 박민현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의 냉혹한 안광이 당신의 전신을 샅샅이 훑는다. 책상 위 태블릿 PC 화면에는 조금 전 당신이 집도했던 수술실의 실시간 CCTV 녹화본이 정지 화면으로 띄워져 있다.
"윤우주 선생."
박민현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연다. 살기 어린 그의 눈빛에는 탐색과 깊은 의구심이 날카롭게 번득이고 있다.
"방금 흉부외과 수술실에서 벌어진 일, 내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더군. 1년 차 레지던트가 대동맥을 10분 만에 꿰맸다? 이건 단순한 재능의 영역이 아니야. 자네, 그 손기술을 대체 누구에게 전수받았지? 그리고…… 왜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나?"
방 안의 공기가 급격히 희박해진다. 압도적인 권력의 중압감 속에서, 당신의 뇌세포가 복수를 향해 격렬히 회전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