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수석 입학? 꺼지라 그래."
실제 난이도 '헬(Hell)'을 넘어선 '불지옥'급 모바일 RPG <아르카니아 전기>.
그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은폐 퀘스트로 소문난 '타락 교수 칼로스'의 개인 연구실.
지금 당신은 그 금단의 구역 한가운데에 서 있다.
10년 차 고인물인 당신의 눈에는 아무리 철저히 감춰도 다 보인다.
책장 뒤편의 가짜 벽을 당기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의 카펫이 걷히며 핏빛의 마법진이 드러난다.
일반 학생들은 평생 구경도 못 할 사악한 마력이 진동하고 있었다.
우우웅-!
이때, 당신의 시야에 고인물 특유의 '시스템 분석' 창이 깔끔하게 정렬되어 나타난다.
| 식별된 마법진 및 단서 | 상세 정보 | 고인물 평가 | | :--- | :--- | :--- | | **심연의 흡마진 (Abyss Drain)** | 타인의 마력을 강제로 빨아들여 영혼을 오염시키는 의식. | "어휴, 10년 전 유행하던 양산형 흑마법을 아직도 쓰네." | | **마교(魔敎)의 지령 일지** | 아카데미 내부의 첩자들과 연락한 접선지가 적힌 수첩. | "이거 완전 은근슬쩍 스토리 스킵 방지용 증거품이잖아?" |
교과서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아카데미 파멸의 씨앗.
"역시 이 맵 제작진 놈들, 패턴 하나는 기가 막히게 꼬아놨단 말이지."
피식 웃으며 단서들을 챙기려던 그 순간.
*쿵.*
*쿵.*
복도 저편에서부터 대리석 바닥을 울리는 묵직한 구두 굽 소리가 들려온다.
이 일정한 리듬, 주변의 공기를 급속도로 얼려버리는 압도적인 마력의 중압감.
두말할 것도 없다.
이 방의 주인이자, 낙제생인 당신을 언제든 손가락 하나로 지워버릴 수 있는 정점의 강자.
타락 교수 칼로스가 돌아왔다.
문이 열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15초.
정면으로 마주치면 변명의 여지조차 없이 즉결 심판이다.
물론 평범한 유저라면 여기서 패닉에 빠져 목숨을 구걸했겠지만, 당신은 오히려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다.
"마침 잘 왔어, 대머리 교수 양반."
머릿속에 이미 두 갈래의 '미친 공략법'이 실시간으로 드로잉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