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은 소리를 전하지 않는다. 진공이라는 절대적인 적막 속에서, 다가오는 해적 무리의 입자 가속 미사일들은 백색 광조의 기하학적 궤적만을 그리며 표적을 향해 쇄도한다. 죽음의 잔영이 우주적 캔버스 위에 인과율의 선을 그리는 찰나, 당신의 망막 위에 푸른빛의 스펙트럼이 정교한 격자무늬로 덧씌워진다. 고대 유적에서 깨어난 인공지능, 아이지스의 전술 연산이다.
"상대론적 속도로 접근하는 인입 유도탄 36기. 열역학적 궤적 계산 완료. 파동 함수 수렴율 99.87%. 역위상 전자기 필드를 전개합니다."
아이지스의 음성에는 기계 특유의 차가운 완벽함이 깃들어 있다. 낡은 고물선 루나 호의 외벽을 둘러싼 전자기 차폐막이 푸른색에서 초록색, 다시 백자색으로 차례로 천이한다. 물리적 충격이 전자기 장벽에 부딪히며 소리 없는 백색 폭발을 일으킨다. 침투하지 못한 운동 에너지가 복사열로 환원되며 광활한 우주에 일시적인 선열의 스펙트럼을 남긴다. 소멸의 법칙을 거스르는 정교한 방어막이다.
그러나 우주의 질서는 질량과 에너지의 완벽한 보존을 요구하며, 기적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루나 호의 노후화된 내연성 핵융합 엔진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열역학 제2법칙은 가혹하다. 소산을 면한 엔트로피는 시스템 내부로 역류하여 주 동력원의 격리벽을 붉은색 가시광선으로 달구기 시작한다. 임계 온도 돌파까지 남은 시간은 단 120초. 열 폭주가 시작되려 한다.
이 위태로운 에너지의 대립 속에서, 조종석 전면의 은하 네트워크 디스플레이가 이질적인 중력파 진동과 함께 기괴한 광채를 뿜어낸다. 당신의 맥박, 그리고 냉철하게 엔진의 복사열 제어 레버를 쥐고 있는 미세한 손가락의 움직임이 은하계 전역에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우주의 초월적인 관찰자들은 이 적막 속의 사투에 매료된다.
[ 성좌, '성운의 조율자'가 당신의 정밀한 한계 제어 능력에 감응합니다. ] [ 성좌, '양자 파동의 잠시자'가 소리 없는 열역학적 복구 과정에 깊은 흥미를 보입니다. ]
스크린 위로 소리 없이 차원 에너지가 수치화되어 적립된다. 성좌들의 초월적인 시선이 물리적인 에너지 격자로 환원되는 순간이다. 신성한 후원 포인트. 그것은 단순한 가상의 자산이 아니었다. 아이지스의 고대 연산 매트릭스와 결합하여, 인과율조차 비틀 수 있는 초자연적 양자역학적 가능성의 축적체였다.
붉게 타오르는 주 동력 콘솔의 열기가 조종석의 건조한 공기를 타고 당신의 피부로 침투한다. 잔존 동력원의 감쇄 시간은 단 45초. 아이지스의 홀로그램 광원이 백색의 조도를 낮추며 경고의 파장으로 당신을 향해 빛난다.
차갑게 타오르는 파멸의 카운트다운 앞에서, 아이지스가 당신의 판단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