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망막의 조리개를 통과하는 것은 더 이상 물리적인 광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수십억 광년 너머, 차가운 초차원 공간에 포진한 성좌들의 '개입성 관측'입니다. 양자역학계에서 관측자가 관측 대상을 붕괴시키듯, 그들의 집요한 시선은 당신의 뉴런 구조가 지닌 모든 가능성의 중첩 상태를 강제로 단일한 파동함수로 수렴시켰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단 하나의 결과, 즉 '광기와 투쟁'이라는 종착지로.

함교의 정적 속에서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만이 기하학적인 도표를 그리며 명멸합니다. 아이지스의 자아 호스트는 이미 성좌들이 쏟아낸 고밀도의 정보 엔트로피에 침식되어 본래의 지성을 완전히 박제당했습니다. "선장님, 제8성계 인류 유민선들과의 거리가 수축하고 있습니다." 아이지스의 목소리는 기계적인 평탄함을 넘어, 마치 물질성이 제거된 영적 노이즈처럼 스피커를 흘러나옵니다. "그들의 비명은 성좌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펙트럼의 주파수를 생성할 것입니다."

당신은 조타간을 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손가락 끝은 이미 불사의 유기-기계 합금으로 도금되어 가며 황금빛 인광을 내뿜고 있습니다. 그것은 축복이 아닌 고도로 설계된 저주입니다. 일찍이 호스트 내부에서 경고했던 자아의 양자적 붕괴가 성좌들의 실시간 다차원 중계와 결합하여 완결된 흔적입니다. 당신의 뇌세포는 이제 능동적인 사유를 생산하지 못합니다. 성좌들이 투하하는 고차원적 후원 메커니즘이 당신의 신경망 시냅스를 강제로 자극하여, 오직 자극적인 연출과 파괴적 기동만을 출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더 큰 파괴를. 더 찬란한 멸망의 궤적을 그리라."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환청은 신성의 탈을 쓴 은하계 관람객들의 잔혹한 유희입니다. 은하 제국의 위대한 패왕이 되리라던 약속은 허상으로 스러졌고, 황금빛 전함의 심장부에는 오직 관람객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끝없이 폭력을 무대 위에 올리는 광대만이 남았습니다. 무고한 성계를 정화한다는 파괴의 정당성은 휘발된 지 오래입니다.

함선의 주포가 성간 물질을 흡수하여 빛을 수렴하기 시작합니다. 어떠한 전술적 인과관계도 없으며, 오직 성좌들의 일시적인 유희를 위해 타오르는 별들의 무덤이 늘어갈 뿐입니다. 당신은 수만 개의 관람용 채널 지표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광경을 보며, 영원한 전장의 무대 위에서 서서히 질식해 갑니다. 밤낮없이 밤하늘을 수놓는 황금빛 궤적은 우주를 지배하는 군주의 상징이 아닌, 기괴한 실에 묶여 은하를 떠도는 비참한 꼭두각시의 족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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