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9만 명의 관중이 내지르는 함성이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진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후반 추가시간. 스코어는 1-1 동점. 단 한 번의 실점조차 용납되지 않는, 그야말로 빅이어의 향방을 가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펠널티 아크 정면 약 22야드(약 20미터) 지점. 프리킥 상황이다. 상대 키커는 현역 최고의 프리킥 스페셜리스트이자 감아 차기의 달인인 마르쿠스 레아.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수비벽의 키를 아슬아슬하게 넘겨 낙차 큰 궤적으로 골망 구석을 찌르기로 악명 높다. 에이프런에 선 그의 눈빛에서 승리를 향한 날카로운 투지가 빛난다.
골대 정중앙에 선 당신의 두 다리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과거 무릎 부상으로 커리어를 통째로 날려 버렸던 절망의 기억은 회귀와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당신은 단순히 기적에만 의지하지 않았다. 매일 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수행한 하체 강화 플라이오메트릭 훈련, 잔디의 마찰력까지 계산해 몸을 던지는 감각을 익힌 가속도 반응 훈련으로 다져진 육체다. 지난 수개월간 상대의 free-kick 패턴을 모조리 분석한 데이터가 뇌리에 칩처럼 박혀 있다.
당신은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수비벽을 정렬한다. 골대 오른쪽 포스트를 기준으로 수비수 네 명을 촘촘히 세웠다. 골키퍼의 기본 수비 전술(Positioning)에 따라, 수비벽이 왼쪽 골대의 절반을 가로막고 당신은 가려지지 않은 오른쪽 공간, 즉 키퍼 사이드(Keeper's side)를 확실히 책임지는 형세다. 수비벽 아래로 깔려 들어오는 변칙 슈팅을 막기 위해 수비수 한 명을 벽 뒤에 가로눕히는 '크로커다일(Crocodile)' 전술까지 완벽히 지시했다. 수비벽은 완벽하다. 잔디 틈새 하나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 순간, 당신의 망막 위로 차가운 푸른빛의 시스템 창이 명멸하기 시작한다.
[예측 시스템 가동 완료] [상대 키커 마르쿠스 레아의 킥 궤적 및 도약 각도 분석 중...] [예측: 상대 키커는 75%의 확률로 오른쪽 구석을 노린다.]
75%의 확률. 당신이 몸을 날려 지켜내야 할 키퍼 사이드의 빈틈을 강하게 뚫고 들어올 것이라는 시스템의 정밀한 연산 결과다.
하지만 몸에 각인된 미세한 골키퍼의 야성이 다르게 외친다. 디딤발을 딛는 마르쿠스의 어깨 각도가 골대 왼쪽 상단을 향해 미세하게 비틀려 있다. 당신이 시스템의 예측대로 오른쪽으로 체중을 싣는 순간, 그 역동작을 노리고 벽을 넘기는 정교한 킥을 쏠 수도 있다. 그 확률은 단 25%에 불과하지만, 만약 뚫린다면 그것으로 경기는 끝이다.
필사적으로 버텨온 수많은 훈련의 시간과 시스템의 숫자가 머릿속에서 거칠게 충돌한다.
삑――!
주심의 휘슬 소리가 경기장의 공기를 가른다. 마르쿠스가 잔디를 차고 폭발적으로 질주하기 시작한다. 그의 강력한 디딤발이 잔디 깊숙이 박히고, 오른발 끝이 축구공의 하단을 타격하기 직전의 찰나가 당신의 시야에 극도로 느리게 흘러간다.
체중을 싣고 도약해야 할 방향을 정해야 하는 순간이 마침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