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이 회차는 아직 그래픽 노블 장면이 제작되지 않아 일반 노블로 보여드려요.

응급센터의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소독약 냄새가 훅 밀려들었다. 도현은 스테이션 모서리에 손을 짚은 채, 아침에 살린 노인의 명치가 아직 자기 가슴 어딘가에서 미열처럼 뛰고 있는 걸 느꼈다. 잔류. 이 능력의 대가는 몸에 남는다.

그때 자동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삼십대 남성, 흉통 호소하다 실신, 혈압 팔십에 사십!"

구급대원이 이송용 침대를 밀며 소리쳤다. 환자의 얼굴은 회색이었고, 입술은 산소가 모자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3년 차 레지던트 한지우가 장갑을 끼며 달려나왔다.

"심근경색 의심. CT 잡고 심전도 붙여. 아스피린 로딩—"

"박리입니다."

도현의 말이 짧게 끼어들었다.

지우가 고개를 돌렸다. 아침에 처음 본 인턴. 이름표도 삐뚤어진 신입.

"뭐?"

"대동맥 박리요. 심근경색 아닙니다."

"인턴, 심전도도 안 나왔어. 흉통에 실신, 저혈압이면 교과서적으로 경색이 먼저야. 넌 지금 뭘 보고—"

지우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도현은 이미 환자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정확히는, 왼쪽 손목과 오른쪽 손목을 동시에.

맨살에 닿는 순간이었다.

가슴 한복판이 세로로 찢어지는 감각이 도현의 몸을 관통했다. 등 뒤까지 뻗는, 벽이 무너지듯 밀려오는 통증. 대동맥 안쪽 막이 벗겨져 피가 다른 층으로 새어 들어가는 그 느낌—도현은 이 감각을 알았다. 회귀 전, 놓쳤던 환자에게서 배운 감각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왼팔로 전해지는 맥과 오른팔로 전해지는 맥의 크기가 달랐다.

"양팔 혈압 차이 이십 이상. 박리가 좌쇄골하동맥 기시부까지 올라왔습니다. CT 돌릴 시간 없어요. 지금 조영 CT 아니면 이 사람 삼십 분 안에 심낭압전으로 죽습니다."

스테이션이 조용해졌다.

"…양팔 혈압을 언제 쟀는데?" 지우가 물었다.

"안 쟀습니다. 재보시죠."

간호사가 커프를 양팔에 감았다. 좌측 백이십, 우측 팔십오. 삼십오 차이.

지우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러나 뒤에서 커피를 들고 지나가던 4년 차가 코웃음을 쳤다.

"운 좋게 맞춘 걸로 확신하지 마라. 저혈압에 팔 혈압 차이는 재는 위치 잘못 잡아도 나와. CT부터 돌려. 인턴이 감으로 진단서 쓰는 데 아니야, 여기."

도현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꾸는 시간 낭비였다. 그는 회귀 전에도 이 종류의 침묵을 셀 수 없이 겪었다. 옳은 걸 안다는 것과 그걸 세상이 인정하게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CT 돌리세요. 대신 흉부외과 온콜 지금 부르시고요. 결과 나오면 바로 수술방 잡아야 하니까."

"인턴이 온콜을 왜 불러." 4년 차가 인상을 썼다.

"불러서 손해 볼 거 없잖습니까. 제 진단이 틀렸으면 저 혼자 웃음거리 되면 되는 거고."

지우가 도현을 잠깐 응시했다. 그 눈에 뭔가—경계인지 흥미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스쳤다.

"…부르죠." 지우가 낮게 말했다. "온콜 콜해."

침대가 CT실로 밀려들어갔다. 도현은 벽에 기댔다. 아무도 보지 않는 각도로,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쌌다.

떨리고 있었다.

미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손가락 끝이 제 의지와 무관하게 흔들렸다. 아침의 대동맥류, 그리고 방금의 박리. 두 번의 진단이 몸에 겹쳐 쌓였다. 명치의 미열 위로 가슴을 세로로 가르는 통증이 아직도 얇게 깔려 있었다.

'벌써.'

메스를 쥐어야 할 손. 이 손이 부서지면 아무리 병을 정확히 읽어도 소용없다. 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저울이었다. 진단을 얻는 만큼 수술할 손을 잃는 저울.

몇 분 뒤, CT실 문이 열리고 영상의학과 전공의가 판독 화면을 보며 튀어나왔다.

"어? 이거… 상행 대동맥 박리. 스탠포드 A형. 심낭에 벌써 액체 고이기 시작했어. 압전 직전이야!"

스테이션이 다시 얼어붙었다. 이번엔 다른 종류의 침묵이었다.

4년 차의 커피가 손끝에서 흔들렸다. 그는 화면과 도현을 번갈아 봤다. 심근경색이라 확신했던 병변이, 인턴이 손으로 짚은 그대로 화면에 떠 있었다.

"양팔… 혈압 차이…" 4년 차가 중얼거렸다.

지우는 아무 말 없이 온콜 전화를 다시 눌렀다.

"흉부외과요? 스탠포드 A형 박리, 심낭압전 임박. 지금 바로 방 열어야 합니다. 네, 지금이요."

수술 팀이 환자를 데려가는 동안, 도현은 조용히 스테이션 컴퓨터 앞으로 걸어갔다.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그를 우습게 보던 시선들이, 이제는 그를 힐끔거리며 피했다.

인정. 그 미묘한 무게 변화를 도현은 오래전에 잃었다가 지금 되찾았다.

그러나 그가 화면 앞에 선 이유는 인정 때문이 아니었다.

환자의 응급 접수 차트. 도현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이전 내원 기록을 열었다. 이 환자는 삼 주 전에도 흉통으로 이 병원 외래를 왔었다. 그때 찍은 심초음파 수치가 화면에 떴다.

도현의 눈이 한 곳에서 멈췄다.

상행 대동맥 직경. 42밀리미터로 기록되어 있었다. 정상 범위 언저리. 이 정도면 경과 관찰로 돌려보낼 만한 수치다.

그런데 이상했다.

측정 날짜와 판독의가 다른 항목은 손으로 적은 듯 자연스러운데, 유독 이 직경 수치만 폰트 간격이 어긋나 있었다. 소수점 뒤가 잘려 있었고, 앞자리 숫자의 픽셀이 뭉개져 있었다. 원래 45나 48이었던 걸 42로 고친 흔적—회귀 전, 자신의 차트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종류의 손질.

만약 삼 주 전 직경이 실제로 48이었다면, 이 환자는 그때 바로 수술 대기에 올랐어야 했다. 그랬다면 오늘 응급실에 실려 오지도, 심낭에 피가 차지도 않았다.

누군가 이 환자를 '경과 관찰'로 눌러두기 위해 숫자 하나를 고쳤다.

도현의 손끝이 마우스 위에서 굳었다. 떨림 때문이 아니었다. 이 냄새를 알기 때문이었다. 카르텔이 명성과 통계를 관리하는 방식. 수술 실적에 넣기 애매한 환자를 밀어내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서열 낮은 자에게 뒤집어씌우는 그 방식.

'벌써 시작되고 있었구나.'

"서 선생."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마취과 강민석이었다. 회귀 전 도현의 몇 안 되는 아군. 지금은 도현을 알지도 못하는, 그저 응급 마취 콜을 받고 내려온 얼굴.

민석은 도현의 옆얼굴을 물끄러미 살폈다.

"얼굴이 백지장이야. 아까 그 박리 환자 진단, 잘 들었어. 인턴 첫날에 대단하던데."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 민석이 도현의 손목 쪽으로 눈길을 옮겼다. "손, 왜 그래."

도현은 자연스럽게 손을 책상 밑으로 내렸다.

"긴장해서요. 첫날이라."

"긴장으로 손이 그렇게 규칙적으로 떨리진 않아." 민석이 팔짱을 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은 도현을 놓지 않았다. "나 마취과야. 사람 몸에 통증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온종일 들여다보는 사람이라고. 지금 너, 어디가 아픈 사람 같은데."

도현의 심장이 한 박자 크게 뛰었다.

이 남자는 회귀 전에도,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이었다. 도현이 자기 몸을 소모품처럼 태우고 있다는 걸.

"물 좀 마시면 됩니다."

"물 갖다줄게. 여기 앉아 있어." 민석이 한 발 물러서며 덧붙였다. "그리고 서 선생. 인턴이 진단 맞춘 게 티가 나는 순간부터, 이 병원은 널 편하게 두지 않아. 축하한다고 해야 할지 조심하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민석이 정수기 쪽으로 걸어갔다.

도현은 다시 차트로 시선을 돌렸다. 이 위조 흔적을, 사진으로 남겨둬야 했다. 증거 없는 확신은 소음일 뿐이다. 회귀 전 뼈에 새긴 교훈. 그는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책상 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누군가 도현의 어깨 너머로 손을 뻗어, 마우스를 낚아채듯 클릭했다. 차트 창이 닫혔다.

"응급 환자 차트는 심사 대상이라, 인턴이 함부로 열람하면 안 돼."

느긋한, 그러나 결코 친절하지 않은 목소리였다.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정장 위에 흰 가운을 걸친 사십대 남자. 명찰에 '심사위원회 박태오'라고 적혀 있었다.

도현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이 얼굴. 회귀 전 도현을 매장한 결정적인 손. 조작 데이터의 실무를 처리하고, 누명의 서류에 서명한 남자.

"삼 주 전 내원 기록까지 왜 열어봐? 인턴이." 박태오가 물었다. 미소를 걸치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환자 병력 확인하려고요. 삼 주 전에 흉통으로 왔었더군요. 그때 심초음파 수치가—"

"수치가 뭐."

도현은 잠깐 박태오의 눈을 마주 봤다. 지금 이 자리에서 위조를 입에 올리면, 증거를 잡기도 전에 이 남자가 원본을 지워버릴 것이다. 도현은 회귀 전에도 이 순서로 당했다.

"…정상이었더군요. 그때 잡았으면 좋았겠다 싶어서요."

박태오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리고 그는 태블릿을 챙기며, 응급 환자의 차트가 담긴 스테이션 단말을 로그아웃시켰다.

"이 환자 기록은 심사위에서 회수해서 관리할게. 인턴은 손댈 거 없어." 그는 차트 출력물 뭉치를 집어 들었다. 그 안에 삼 주 전 심초음파 판독지가 있었다. "박리 진단은 인상적이었어, 서 선생. 앞으로도 그 예리한 눈, 딱 필요한 데만 쓰도록 하고."

박태오가 몸을 돌리다 말고, 어깨 너머로 도현을 흘겨봤다. 웃음기가 완전히 걷힌 얼굴이었다.

"괜한 데 눈 굴리지 말고."

그가 출력물을 옆구리에 낀 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12층. 심사위원회 회의실이 있는 층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도현은 닫힌 차트 창을 응시했다.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다. 위조된 숫자 42밀리미터가, 저 남자의 옆구리에 실려 사라지고 있었다.

떨리는 손을 도현은 천천히 주먹으로 말아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그 통증은 능력이 준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것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순수하게 자신만의 분노였다.

정수기 앞에서 종이컵을 든 강민석이, 걸음을 멈춘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민석이 종이컵을 내밀었다. 물은 반쯤 흘러 그의 손등을 적시고 있었다.

"방금 저 사람, 심사위 박태오지." 민석이 목소리를 낮췄다. "인턴 첫날에 저 양반이랑 뭘 얽혔길래 눈싸움을 해."

"차트를 보다가요." 도현은 종이컵을 받았다. 손이 여전히 떨렸고, 물 표면에 잔물결이 번졌다. 그는 컵을 두 손으로 감싸 흔들림을 눌렀다. "삼 주 전 이 환자 기록에 이상한 게 있었습니다."

"이상한 거."

도현은 대답 대신 물을 넘겼다. 지금 강민석에게 위조를 말한들, 이 남자는 아직 도현을 모른다. 증거도 없다. 확신을 발설하는 순간 소음이 되는 세계라는 걸, 도현은 첫 삶에서 뼈로 배웠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민석은 잠시 도현을 바라보다가,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손등의 물기를 가운에 문지르며 말했다.

"서 선생. 물 다 마시면 손 좀 펴봐."

"괜찮다니까요."

"안 괜찮으니까 그래." 민석의 어조가 처음으로 단단해졌다. "아까 박리 진단, 양팔 혈압 재기도 전에 짚었지. 나 스테이션에서 다 봤어. 손목 잡자마자 초 단위로 판독이 나왔어. 그게 사람이 감으로 되는 게 아니야."

도현의 목이 마르게 말라붙었다.

"그리고 그 직후부터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어. 병 하나 짚을 때마다 네 몸에서 뭐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민석은 팔짱을 풀고 도현 쪽으로 반 발 다가섰다. "나는 통증을 다루는 사람이야. 지금 네 몸에서 나는 게 긴장이 아니라는 건 알겠어.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답이었다. 회귀 전에도 이 남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걸 가장 먼저 알아챘다. 도현은 종이컵의 가장자리를 손톱으로 눌렀다.

"과로예요. 응급실 첫날 텐션이 좀 셌습니다."

"그런 걸로 하지." 민석이 물러섰다. 물러섰지만, 눈은 여전히 도현을 붙들고 있었다. "대신 하나만 기억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는 의사는, 결국 자기 환자보다 먼저 쓰러져. 나는 그런 걸 수술방에서 몇 번 봤어."

그때 스테이션 인터폰이 울렸다.

"응급 3구역, 흉부외과 온콜 서도현 인턴 콜입니다. 조금 전 박리 환자 수술방 진입했고, 집도의가 어시스트 명단에 인턴 넣으라는데—"

간호사가 수화기를 든 채 도현을 돌아봤다. 얼굴에 미묘한 당혹이 걸려 있었다.

"근데 집도의가… 흉부외과 과장님이세요. 윤재경 과장님."

도현의 숨이 멎었다.

윤재경. 회귀 전, 도현을 매장한 카르텔의 정점. '검증되지 않은 손이 환자를 죽인다'는 신념으로 그를 시스템 밖으로 밀어낸 남자. 두 번째 삶에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벽. 그 이름이, 예정보다 훨씬 이르게 도현의 첫날에 떨어졌다.

"과장님이 응급 박리를 직접 잡으세요?" 4년 차가 놀란 얼굴로 끼어들었다. "스탠포드 A형이면 온콜 펠로우가 잡는 게 보통인데."

"명단에 인턴 이름을 콕 집어 넣으라셨대요." 간호사가 곤란한 듯 덧붙였다. "박리 진단한 그 인턴을, 수술방에 들여보내라고."

민석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도현과 인터폰을 번갈아 보더니 낮게 중얼거렸다.

"진단이 티가 나는 순간부터 편하게 안 둔다고 했지. 벌써네."

도현은 떨리는 손을 다시 주먹으로 말았다. 아침의 대동맥류, 방금의 박리. 두 번의 잔류가 이미 손끝에 얇게 쌓여 있었다. 그런데 지금, 수술방으로 들어가라는 호출이 떨어졌다. 심낭에 피가 차오르는 환자, 그리고 그 환자의 가슴을 여는 사람이 하필 윤재경.

'날 부른 게 아니야. 시험하려는 거지.'

윤재경은 도현이 어떻게 그 진단을 짚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CT도 없이, 양팔 혈압도 재기 전에. 통제되지 않은 손이 어떻게 시스템보다 빠른지, 그 정체를 자기 성역 안에서 직접 확인하려는 것이다.

수술방은 7층. 윤재경의 성역이었다. 감시가 없는 응급센터와 달리, 그곳에서 도현은 능력을 숨길 여지가 없다.

도현은 종이컵을 스테이션에 내려놓았다.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아 있었다.

"…가겠습니다."

"서 선생." 민석이 그의 팔을 잡았다. 처음으로, 부드럽지 않게. "그 손으로 어시스트를 서겠다고? 리트랙터 하나 못 쥐면 수술방 한복판에서 망신당해. 아니, 망신으로 안 끝나. 과장 수술방에서 인턴이 손 떨면 그 자리에서 매장이야."

도현은 민석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회귀 전, 이 남자가 자신을 이렇게 붙잡아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그때는 뿌리쳤다. 혼자 다 안다고 믿었으니까.

"압니다." 도현이 말했다. "그래서 갑니다."

윤재경이 부른 이상, 거절은 곧 회피였고 회피는 곧 '숨길 게 있는 손'이라는 증명이었다. 카르텔은 도망치는 자를 가장 손쉽게 먹어치운다. 정면으로 걸어 들어가, 이 떨리는 손으로도 버틸 수 있음을 보여야 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아까 박태오가 눌러 올라간 12층 표시등이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도현은 7층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기 직전, 민석이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 틈으로 새어 들어왔다.

"손 떨리면, 마취 유도 늦춰줄게. 신호 보내. 나 오늘 그 방 마취야."

문이 닫혔다.

도현은 거울 벽에 비친 자기 손을 들여다봤다. 손가락 끝이 여전히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 손으로 윤재경의 수술방에 들어간다. 심낭을 열고 박리된 대동맥을 마주하는 그 순간, 만약 손이 굳어버린다면—

7층.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수술방 복도 끝, 스크럽을 마친 채 마스크 위로 도현을 응시하는 눈이 있었다. 서늘하고 흔들림 없는, 계산하는 눈.

"자네가 손으로 박리를 짚었다는 인턴인가." 윤재경이 말했다.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들어와. 자네 눈이 진짜인지, 내 수술방에서 직접 보지."

도현이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잔류한 통증이 가슴 한복판을 세로로 훑고 지나갔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방금 그 환자의 대동맥이 찢어지는 감각이었다.

그리고 도현의 오른손이, 마스크를 집으려던 그 순간, 눈에 띄게 한 번 크게 떨렸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