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이 회차는 아직 그래픽 노블 장면이 제작되지 않아 일반 노블로 보여드려요.

푸른 달 속 눈동자가 깜빡였다. 서율의 굳은 왼팔이 다시 저릿하게 조여왔지만, 그는 팔을 놓지 않았다. 공중에 펼쳐진 성좌가 사라지기 전에 붙들어야 했다.

"하늬 씨, 이거 기록해요. 지금."

하늬가 소환장을 뒤뜰 돌바닥에 던지듯 놓고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 불빛이 그녀의 뺨에 남은 붉은 자국을 스쳤다. 유겐의 통로에서 얻은 상처였다. 그녀는 그것을 지운 적이 없었다.

"세 점. 첫째 점, 둘째 점, 반쪽 원." 서율이 성좌를 손끝으로 짚어 나갔다. "선의 각도를 봐요. 첫 점에서 둘째 점까지가 기준선이에요. 아버지는 좌표를 그냥 찍지 않았어요. 삼각으로 걸어뒀어요."

"삼각측량이라고요?"

"세공사는 원래 그렇게 위치를 잡아요. 한 점만 있으면 도둑맞으니까, 두 점을 걸고 세 번째를 계산하게 만들어요." 서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건 나한테만 풀리게 만든 자물쇠예요."

푸른 달빛이 유작 조각의 손끝을 계속 적셨다. 반쪽 원 표식이 협회 본부 위에 겹쳐 있었지만, 서율은 그 아래로 흐르는 가는 선 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본부에서 서쪽으로 뻗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은빛 실.

"본부가 아니에요." 그가 숨을 삼켰다. "본부는 가리키기만 하는 거예요. 진짜 좌표는 이 선 끝이에요."

하늬가 지도 앱을 겹쳐 놓았다. 서율이 불러준 각도와 거리를, 그녀는 반년간 협회를 파며 익힌 손놀림으로 옮겼다. 화면 위 붉은 핀이 협회 본부를 지나, 그 서편 옛 채석장 부지에 내려앉았다.

"여기…" 하늬가 눈을 좁혔다. "삼 년 전에 협회가 사들여서 폐쇄한 곳이에요. 매입 명목이 '문화재 보존'이었는데, 그 뒤로 아무 기록이 없어요. 취재 요청 다 반려됐고요."

"삼 년 전." 서율이 그 말을 곱씹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예요."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침묵이 앉았다. 뒤뜰의 낡은 함석지붕이 바람에 삐걱였다.

서율은 유작을 뒤집었다. 미완이라 여겼던 밑면, 아버지가 조각칼을 대다 만 듯 거칠게 남긴 자리. 달빛이 거기에도 스미자, 지금껏 흠집으로만 보이던 자국들이 글자의 획으로 일어섰다.

'半月.'

반달. 아니, 반쪽 달.

그리고 그 아래, 더 작은 획으로.

'待.'

"기다린다…" 하늬가 읽었다. "뭘요?"

서율은 대답하지 못했다. 손끝이 그 글자 위에서 멈췄다. 아버지의 필체였다. 조각칼로 쓴, 떨리는.

폐공방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율은 작업대 위에 아버지의 의무기록 사본과 유작을 나란히 놓았다. 하늬가 반년치 취재 파일을 노트북에 띄웠다. 두 개의 시간표가 한 화면에서 겹쳐졌다.

"봐요." 하늬가 손가락으로 짚었다. "아버님이 조각을 끊고 버틴 게 이백 일. 마지막 삼십 일에 누가 찾아왔죠. 결재 도장, 백단휘 별자리 문양. 그 뒤에 대형 작업 재개, 급가속 석화, 사망."

"완성을 강요당했다고 도현 선생님이 그랬어요." 서율의 잿빛 왼손이 유작 옆에 놓였다. 감각이 없는 손가락으로, 그는 반쪽 달 글자를 더듬었다. "그런데 왜 하필 완성이었을까요. 왜 백단휘는 아버지한테 이걸 끝내게 하려고 했을까요."

하늬가 파일을 더 넘겼다. 접견실 무단 감시로 뜯어낸, 반쪽만 남은 문서 스캔이 떴다. 협회 봉인 문양이 찍힌 내부 지시서였다.

"이거 백단휘 접견실에서 건진 거예요. 이십 년 넘은 문서인데—" 그녀가 흐릿한 글자를 확대했다. "'한씨 유작 완성 시 반월석 소재 자동 확정.' 반월석. 반쪽 달빛석 말하는 거 아니에요?"

서율의 등줄기가 굳었다. 왼팔의 석화와는 다른 종류의 굳음이었다.

"완성 시… 소재 확정." 그가 천천히 조각했다. "아버지가 이걸 완성하면, 지도가 완성돼요. 지금 이 성좌처럼. 그러면 반쪽 달빛석 위치가 협회 손에 넘어가요."

"그럼 아버님은—"

"완성하지 않으려고 버틴 거예요." 서율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백 일 동안. 조각을 끊고. 손이 근질거려도, 완성하고 싶어도, 안 했어요. 완성하는 순간 협회가 반쪽 달빛석을 가지니까."

하늬가 입을 다물었다.

서율은 유작을 두 손으로 감쌌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굳어 파편 쥐는 감각은 이미 무뎠지만, 조각을 쥔 손바닥만은 뜨거웠다.

삼 년 동안, 그는 아버지를 원망했다. 왜 미완으로 남겼는지. 왜 마지막 작품 하나 끝내지 못하고 죽었는지. 몰락한 가문의 마지막 후예에게, 자격도 힘도 물려주지 못한 채 흠집투성이 돌덩이 하나만 남긴 아버지를.

'미완의 죄.'

장례식 방명록에 백단휘가 남긴 그 네 글자를, 서율은 지금껏 아버지의 죄로 읽었다. 아버지가 무언가 끝내지 못한 죄. 세상을 등지고 무능하게 죽은 죄.

틀렸다.

"미완의 죄가 아니었어요." 서율이 낮게 말했다. "그건 백단휘의 자백이었어요. 자기가 완성을 강요하다 죽였다는. 그런데 아버지가 끝까지 미완으로 버텼으니까—백단휘 입장에선 '완성 못 하게 한 죄'가 남은 거예요. 그래서 조문에 그렇게 쓴 거예요. 미완의 죄. 자기 손으로 못 끝낸 일이 아직 남았다는."

하늬의 손가락이 노트북 위에서 멈췄다. "협박이었네요. 조문을 빙자한. 아직 안 끝났다는."

"아버지는 완성하지 않아서 죽은 게 아니에요." 서율이 유작을 이마에 댔다. 차가운 돌의 결이 이마를 눌렀다. "완성하지 않으려고 죽었어요. 나한테… 이걸 넘기려고."

굳은 왼팔이 저릿하게 울었다. 아버지가 어깨에서 심장으로 굳어가던 그 자리, 정확히 같은 자리가.

서율은 이번엔 그 통증을 밀어내지 않았다. 잠깐, 아주 잠깐 아버지의 굳은 팔을 함께 느꼈다. 이백 일을, 손을 봉인한 채, 아들에게 지도 하나 넘기려고 버틴 사람의 팔을.

"아버지." 그가 눈을 감았다. "이제 알았어요. 미안해요. 원망해서."

물기 어린 숨을 한 번 삼키고, 서율은 눈을 떴다. 눈동자가 마르고 단단해져 있었다.

"내가 끝낼게요. 대신, 협회한테는 안 넘겨요. 반쪽 달빛석은 내가 먼저 찾을 거예요."

새벽이 오기 전, 두 사람은 폐공방을 나섰다. 청문 소환 시각은 정오. 그러나 서율은 본부로 곧장 가지 않았다. 성좌가 가리킨 서편 채석장이 먼저였다. 협회가 삼 년간 문 걸어 잠근 채, 아무도 파내지 못한 곳.

"청문에 안 가면 능력이 강제 봉인돼요." 하늬가 운전대를 잡으며 말했다. "그거 알죠?"

"봉인은 심사위원 전원 합의로 사칭이 확정돼야 집행돼요. 제9조 3항." 서율이 창밖 하늘을 봤다. 달이 지고 있었다. "물증만 있으면 그 합의는 성립 안 해요. 지금 내 손에 있는 게 바로 그 물증이에요. 백단휘가 아버지를 죽인 이유, 반쪽 달빛석 지도, 접견실 지시서. 청문장이 나를 봉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백단휘를 세우는 자리가 될 거예요."

하늬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반년간 판을 짜온 조사자의 웃음이었다.

"근데 채석장 먼저 가는 이유는요?"

"청문장에서 내가 이기려면, 반쪽 달빛석이 실제로 어디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해요. 백단휘가 이십 년 찾은 걸 내가 먼저 손에 넣으면—" 서율이 굳은 팔을 안았다. "그 사람이 가진 정보 우위가 사라져요. 그럼 청문장에서 판이 뒤집혀요."

채석장은 잿빛 안개에 잠겨 있었다. 폐쇄된 정문의 사슬은 끊긴 지 오래였다. 서율이 앞장서 안으로 들어섰다. 깎다 만 절벽면이 회색 톱니처럼 하늘을 물어뜯고 있었고, 그 아래 오래전 버려진 채굴 갱도 입구가 검게 벌어져 있었다.

성좌의 은빛 실이 가리킨 방향, 정확히 그 갱도였다.

서율이 유작을 꺼내 들자, 조각 손끝의 문양이 지는 달빛에 희미하게 반응했다. 갱도 안쪽 어둠 속에서, 아주 미약한 반응이 되돌아왔다. 무언가가 그 안에서 문양과 공명하고 있었다.

"저 안에 있어요." 서율의 목소리가 떨렸다. "반쪽 달빛석이."

그가 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갱도 입구 위 절벽에서 목소리가 떨어졌다.

"거기까지 알아냈나."

서율이 고개를 들었다.

절벽 위에 유겐이 서 있었다. 골무 낀 손을 허리에 얹은 채. 그 뒤로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열을 지어 늘어섰다. 협회 정예 조각가들. 한둘이 아니었다. 여덟, 아니 열. 저마다 손에 매개체를 쥐고 있었다.

"삼 일 동안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유겐이 절벽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골무가 그의 손끝에서 회색으로 번들거렸다. "여기까지 왔군. 백단휘 님이 이십 년을 파고도 못 찾은 좌표를, 몰락한 집 아들 하나가 사흘 만에."

"당신들은 못 풀었지." 서율이 유작을 등 뒤로 감췄다. "이건 나한테만 풀리게 만들어졌으니까. 아버지가 그렇게 새겼어."

유겐의 얼굴에서 웃음이 잠깐 지워졌다. 그 틈을 서율은 놓치지 않았다.

"정보 우위를 뺏겼다는 표정이네요." 서율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굳은 왼팔을 늘어뜨린 채로. "당신 스승이 아버지를 죽여가면서까지 못 얻은 걸, 내가 먼저 알았어요. 반쪽 달빛석이 어디 있는지. 왜 아버지가 완성을 거부했는지. '미완의 죄'가 누구의 죄인지."

정예 조각가들 사이에 미세한 술렁임이 지나갔다. 유겐이 손을 들어 그들을 눌렀다.

"입 함부로 놀리지 마라."

"아버지는 이 지도를 완성하면 반쪽 달빛석이 당신들 손에 넘어가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이백 일을 손 봉인하고 버텼어요. 죽어가면서. 그게 미완의 진실이에요." 서율의 목소리가 채석장 벽에 부딪혀 되울렸다. "당신들은 강요만 할 줄 알았지, 왜 그 사람이 목숨 걸고 안 끝냈는지는 끝까지 몰랐어요. 지금도 모르죠. 반쪽 달빛석이 대체 뭐길래 그렇게까지 했는지."

유겐이 갱도 입구와 서율을 번갈아 봤다. 그의 골무 낀 손이 천천히 오므라들었다.

"하나만은 정정해주지."

유겐이 입꼬리를 비틀며 다가왔다. 정예들이 그를 따라 서율과 갱도 사이를 반원으로 에워쌌다. 하늬가 서율의 옆으로 붙어 섰다.

"네 아버지가 목숨 걸고 지킨 게 뭔지, 나도 오늘 알았다." 유겐이 갱도 안쪽 어둠을 턱으로 가리켰다. "저 안의 반쪽 달빛석. 저게 이십 년 동안 아무한테도 반응 안 했다. 백단휘 님이 손을 대도, 내가 손을 대도. 죽은 물건처럼 침묵했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예요."

유겐이 서율의 등 뒤에 감춰진 유작을 응시했다. 그 시선이 서율의 잿빛 왼팔로, 손끝으로 옮겨갔다.

"그런데 방금, 네가 그 갱도 앞에 서니까 반응했어.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유겐이 낮게 웃었다. "정정한다. 진짜 달빛석은 네 아버지를 기다린 게 아니야."

서율의 심장이 한 박자 멈췄다.

"너를 기다려온 거다. 한서율. 네 아버지도 그걸 알았을걸. 그래서 지도를 너한테만 풀리게 새긴 거고—그래서 백단휘 님이 이십 년째 정말로 손에 넣고 싶어 한 건, 저 돌덩이가 아니라."

유겐의 골무가 서율을 정확히 겨눴다.

"네 몸에 흐르는 피다."

푸른 새벽빛 속에서, 갱도 안쪽 어둠이 서율의 손끝 문양을 향해, 다시 한 번 깊게 맥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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