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선왕이 미쳐 죽은 지 사흘 만에, 왕관은 스스로 다음 주인을 지목했다. 서자 이휘였다.

사람들은 왕관을 쓴 자가 미쳐가는 나라 단국를 스쳐 지나가는 배경쯤으로 여겼다. 이휘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운명은 언제나 가장 평범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날의 선택이 모든 것을 바꿔 놓으리라는 사실을, 그때의 이휘는 알지 못했다.

즉위를 거부할 수 없는 서자 왕자의 생존 — 그것이 눈앞에 던져진 순간, 이휘의 심장이 크게 한 번 요동쳤다. 도망칠 수도 있었다. 못 본 척 돌아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발은 이미 그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조건은 하나야."

이휘는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떨림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끝까지 간다. 중간에 그만두는 건 없어."

그 말에 상대가 처음으로 웃었다. 서늘한, 그러나 흥미로 번들거리는 웃음이었다.

그렇게 첫걸음이 놓였다. 되돌릴 수 없는 종류의 걸음이었다. 왕관을 쓴 자가 미쳐가는 나라 단국의 하늘이 서서히 물들어 가는 동안, 이휘는 자신 앞에 펼쳐질 길의 무게를 아직 절반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어제의 삶으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주머니 속에서, 있어서는 안 될 것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첫 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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