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아버지가 남긴 유산은 빚 문서 한 뭉치와, 가라앉기 직전의 배 한 척이었다.

통영 앞바다의 낡은 배 위 민박의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열렸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랬다. 문바다는 습관처럼 하루를 시작했지만, 손끝에 걸리는 위화감을 끝내 떨치지 못했다. 사소한 것들이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그리고 어긋남이란 언제나, 커다란 균열의 첫 신호였다.

빚만 남긴 아버지의 배를 민박으로 되살리기 — 그것이 눈앞에 던져진 순간, 문바다의 심장이 크게 한 번 요동쳤다. 도망칠 수도 있었다. 못 본 척 돌아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발은 이미 그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당신이었군. 소문의 그 사람이."

상대의 눈이 가늘어졌다. 문바다는 물러서지 않고 그 시선을 마주 받았다.

"소문이 어떻든 상관없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지금부터 보여줄 테니까."

그렇게 첫걸음이 놓였다. 되돌릴 수 없는 종류의 걸음이었다. 통영 앞바다의 낡은 배 위 민박의 하늘이 서서히 물들어 가는 동안, 문바다는 자신 앞에 펼쳐질 길의 무게를 아직 절반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어제의 삶으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멀리서, 누군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은 이름을 드러낼 때가 아니라는 듯이.

첫 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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