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자살한 인공지능은, 삭제 직전 단 한 사람에게 유서를 남겼다.
폐쇄된 AI 연구소 제7동. 류하진에게 그곳은 어제까지만 해도 지겹도록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오늘, 공기의 결이 달랐다. 살갗에 닿는 바람 한 줄기까지 낯설게 곤두섰고, 그 낯섦은 분명한 예감이 되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무언가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삭제한 AI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 그것이 눈앞에 던져진 순간, 류하진의 심장이 크게 한 번 요동쳤다. 도망칠 수도 있었다. 못 본 척 돌아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발은 이미 그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와서 물러설 생각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류하진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아니. 여기서 멈추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그렇게 첫걸음이 놓였다. 되돌릴 수 없는 종류의 걸음이었다. 폐쇄된 AI 연구소 제7동의 하늘이 서서히 물들어 가는 동안, 류하진는 자신 앞에 펼쳐질 길의 무게를 아직 절반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어제의 삶으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날 밤 — 모든 것을 뒤흔들 첫 번째 이변이 류하진를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