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화성까지 남은 거리 3천만 킬로미터, 항법 AI가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사람들은 화성 궤도 정거장 오디세이를 스쳐 지나가는 배경쯤으로 여겼다. 노아 강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운명은 언제나 가장 평범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날의 선택이 모든 것을 바꿔 놓으리라는 사실을, 그때의 노아 강는 알지 못했다.

이주선단의 항법 AI가 보낸 정체불명의 구조 신호 — 그것이 눈앞에 던져진 순간, 노아 강의 심장이 크게 한 번 요동쳤다. 도망칠 수도 있었다. 못 본 척 돌아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발은 이미 그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조건은 하나야."

노아 강는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떨림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끝까지 간다. 중간에 그만두는 건 없어."

그 말에 상대가 처음으로 웃었다. 서늘한, 그러나 흥미로 번들거리는 웃음이었다.

그렇게 첫걸음이 놓였다. 되돌릴 수 없는 종류의 걸음이었다. 화성 궤도 정거장 오디세이의 하늘이 서서히 물들어 가는 동안, 노아 강는 자신 앞에 펼쳐질 길의 무게를 아직 절반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어제의 삶으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주머니 속에서, 있어서는 안 될 것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첫 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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