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온기

박준호의 손가락이 봉투를 찢었다. 아침 햇살이 카페 창문을 가득 채웠고, 테이블 주변의 모두가 숨을 죽였다. 할머니는 손수건을 쥐고 있었고, 이준호는 자신의 컵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정석진의 딸은 아버지의 옆에 앉아 손을 맞잡고 있었다. 유미라는 창밖을 보고 있었지만, 어깨의 긴장이 풀려 있었다.

나는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편지지가 펼쳐졌다. 박준호의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민준이에게."

그 다섯 글자만으로도 내 눈가가 뜨거워졌다.

"넌 그때 혼자였어.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넌 정말 혼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나도 그랬어. 넌 내 손을 잡으라고 했지만, 우린 둘 다 손을 놓을 수 없었어. 그래서 넌 나한테서 도망쳤고, 나는 널 따라갔어. 10년을 따라갔어."

박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할머니가 손수건으로 눈을 닦았다.

"넌 날 거절했지. 그리고 그 거절이 맞았어. 왜냐하면 넌 그때 누군가에게 기대면 상처받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넌 몰랐어. 그 거절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담겨 있었는지. 너는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라고 했어. 너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누군가가 나를 본다고, 내가 보인다고 말해줬어."

내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왼손이 아니라 양손이 모두 떨렸다.

"그 말이 날 살렸어. 그리고 난 너를 살리고 싶었어. 이 카페를 사 놨어. 여기서 넌 누군가를 돌보게 될 거고, 그들이 너를 돌봐줄 거야. 그게 내 계획이었어. 진정한 치유는 일방적이지 않아. 누군가를 돌보는 것과 돌봄을 받는 것이 동시에 일어날 때만 가능해."

박준호가 종이를 내려놨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넌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었지. 근데 그 손님들이 너한테 준 건 뭐였어? 그들이 너한테 한 말은 뭐였어? 생각해봐. 할머니가 너한테 뭐라고 했는지. 이준호가 넌 뭐라고 했는지. 정석진이가 침묵으로 뭐라고 했는지. 유미라가 넌 뭐라고 했는지."

박준호가 편지를 내려놨다. 나는 그 순간들을 떠올렸다.

할머니가 내 머리를 쓸어내렸을 때,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괜찮아. 넌 충분해." 그 말과 함께 내 가슴의 무언가가 녹아내렸다. 누군가가 나를 그대로 받아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준호가 나에게 물었을 때, 그의 눈빛은 진지했다. "너는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어?" 그건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말이었다.

정석진이 나 옆에 조용히 앉아 있던 그 시간. 말 없이 함께 있어주던 그 침묵. 그것이 내 상처를 감싸주는 가장 강한 위로였다.

유미라가 내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을 때. "시험 통과했어." 그 웃음은 내가 어떤 모습이든 받아들여진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나를 위로하지 않았다. 나를 받아주었다. 그것이 전부였고, 그것이 전부여야 했다.

박준호의 손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10년을 기다린 손. 10년을 매일 써온 손. 그 손이 내 손을 찾았다.

"고마워."

내 목소리가 떨렸다.

"너희가. 나를 살려줘서."

할머니가 먼저 일어났다. 그녀의 손이 나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마치 아이를 다루듯이. 그 손이 내려앉자 이준호가 말했다.

"너도 고마워."

정석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미라도 웃음이 흘러나왔다. 정석진의 딸이 "언니도 고마워"라고 말했다. 모두가 감사했다.

나는 숨을 쉬었다. 깊게, 천천히.

폐쇄공포증이 사라졌다. 공황장애의 증상이 사라졌다. 가슴을 누르던 손이 풀렸다. 숨이 막히던 느낌이 걷혔다. 왼손의 저림도, 양손의 떨림도 모두 멈췄다.

나는 자유로웠다.

카페의 창밖으로 시골 풍경이 보였다. 녹색의 산. 노란 들판. 그 위로 흘러가는 구름. 그 모든 것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이 풍경이 변한 게 아니라 나의 눈이 변했다. 나의 마음이 변했다.

할머니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냄비가 부딪히는 소리. 가스불이 켜지는 소리. 그 모든 소리가 생명력 있게 들렸다.

"민준아, 너는 뭘 먹고 싶어?"

나는 웃음이 나왔다. 이전에는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그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하지만 지금 할머니의 질문은 다르게 들렸다. 그건 "넌 뭘 필요로 해?"라는 질문이었다. 그건 "너도 돌봄받을 자격이 있어"라는 말이었다.

"따뜻한 거. 뭐든."

할머니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카페 전체에 퍼졌다. 이준호도, 정석진도, 유미라도, 박준호도 웃고 있었다.

나는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카페를 한 바퀴 둘러봤다. 낡은 목재 테이블. 녹슨 간판. 불완전한 카운터. 어딘가 허름해 보이지만, 이제 그곳이 가장 따뜻한 공간이었다.

박준호가 나에게 왔다. 그의 손이 나의 어깨에 놓였다.

"이제 너도 준비가 됐어."

"뭐가?"

"다음 손님을 맞이할. 그리고 이 카페를 지켜낼."

나는 박준호를 봤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10년을 기다린 사람의 미소. 그 미소가 나를 안심시켰다.

박준호가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확실했다.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10년 전 다리 위에서 넌 나를 붙잡았어. 말도 없이, 그냥 손을 맞잡고 있어줬어. 그리고 넌 '형,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라고 했어. 그 말이... 정말로 나를 살렸어."

나는 기억했다. 10년 전 그 밤. 박준호의 손이 차가웠고, 나도 차가웠다. 우리 둘 다 혼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로.

"그래서 난 10년을 기다렸어. 매일 편지를 썼어. 넌 다시 혼자가 되면 안 돼. 그래서 난 사람들을 모았어. 할머니도, 이준호도, 정석진도, 유미라도. 그리고 이 카페를 살려냈어. 모두 너를 위해서였어."

나는 박준호의 눈을 봤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들이 다 너의 상처와 연결된 사람들이야. 할머니는 너를 처음 받아줬던 사람이고, 이준호는 너와 함께 상처받았던 사람이고, 정석진은 너의 침묵을 이해했던 사람이고, 유미라는 너를 있는 그대로 봤던 사람이야. 넌 그들을 외면했고, 그들도 그 외면이 사실은 사랑이었다는 걸 이제 알았어. 넌 그들을 보호하려고 거절했어. 다시 상처받지 않으라고. 하지만 그들은 그 거절 속에서 너의 사랑을 읽었어."

나는 손을 뻗었다. 박준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유미라가 일어났다. 그녀는 나와 박준호를 봤다. 그리고 천천히 우리에게 왔다. 그녀의 손이 나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넌 정말 혼자가 아니야."

그건 유미라가 내게 물었던 질문의 답이었다. 그녀는 내게 "누군가가 나를 판단 없이 받아줄 수 있을까?"라고 물었고, 나는 "시험 통과했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사실 내가 받아줄 차례가 아니었다. 그들이 나를 받아줄 차례였다.

나는 그들을 봤다. 할머니도 부엌에서 나왔다. 정석진도, 그의 딸도, 손자들도 모두 나를 보고 있었다.

"우리 같이 밥 먹을까?"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가 준비한 밥상 앞에 앉았다. 밥. 국. 반찬. 그리고 누군가를 돌봐왔던 손들. 그 모든 것이 내 앞에 있었다.

우리는 함께 밥을 먹었다. 말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편했다. 타인의 침묵이 아니라 가족의 침묵이었다. 누군가 "맛있어?"라고 물었다. 누군가 "많이 먹어"라고 말했다. 누군가 "고마워"라고 중얼거렸다.

밥을 먹으며 나는 박준호의 말을 다시 생각했다. 카페를 살려냈다는 말. 그게 무슨 뜻일까. 박준호가 이 카페를 인수한 건 언제였을까. 그리고 그 전에 이 카페는 누구의 것이었을까. 김효선이 운영하던 그 카페. 그녀가 폐업을 고민하던 그 카페. 박준호가 어떻게 그 카페를 살려낼 수 있었을까.

나는 박준호를 슬쩍 봤다. 그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있었다. 10년을 기다린 사람의 평온함. 10년을 계획해온 사람의 확신. 그 확신이 나를 안심시켰다.

오후 1시. 카페의 문이 열렸다.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중년의 여자였다. 그녀의 눈에는 내가 봤던 그 상처의 빛깔이 있었다. 공포. 고독.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다는 절망.

나는 일어났다. 카운터 뒤로 갔다. 따뜻한 음료를 준비했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내 목소리가 안정적이었다. 떨리지 않았다. 두렵지 않았다.

여자 손님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나는 따뜻한 음료를 그녀의 테이블에 내려놨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봤다. 손가락이 경직되어 있었다. 컵을 집으려다 말았다. 나는 그것을 알아챘다.

그녀의 손이 떨리는 이유. 그 떨림 속에 담긴 공포. 그리고 그 공포 뒤에 숨겨진 상처.

나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 손을 만지고 싶었다. 그 손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 몸이 반응했다. 그녀의 상처가 나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녀의 공포가 내 몸에 스며들고 있었다. 내 손이 저리기 시작했다. 왼손부터. 그 다음 오른손. 가슴이 철렁거렸다.

이것이 골든핑거의 대가였다. 누군가의 상처를 감지하는 능력. 그것은 동시에 그 상처를 내가 짊어지는 것과 같았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녀를 봤다.

"괜찮으신가요?"

내 목소리는 평온했다. 하지만 내 몸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봤다.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네... 네."

나는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침묵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박준호에게서 배웠다. 침묵은 거절이 아니라 수용이다. 침묵은 그 사람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카운터로 돌아갔다. 할머니와 박준호는 여전히 주방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냄비의 냄새가 났다. 육수. 계란. 밥. 그들이 준비하는 건 음식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누군가의 상처를 감싸주는 시간.

이준호가 내 옆으로 와 앉았다.

"새 손님이네."

"응."

"넌 어떻게 알아?"

나는 이준호를 봤다. 그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있었다. 예전의 냉소가 사라지고, 순수한 호기심만 남아 있었다.

"모르겠어. 그냥... 느껴져."

내 손이 또 저렸다. 나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골든핑거?"

나는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이전과 달랐다. 더 조심스러웠다.

"그냥 사람일 수도 있어. 누군가를 보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돌보고 싶은 마음. 그게 골든핑거라고 생각해."

이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커피잔을 들었다. 마시지 않고 다만 들었다.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

"넌 괜찮아? 지금."

그건 이준호가 해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질문. 그의 얼굴이 조금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그 어색함은 좋은 것이었다.

"응. 이제는."

나는 대답했지만, 내 손은 여전히 저리고 있었다.

정석진이 일어났다. 그의 딸이 손자들을 데리고 밥상으로 나갔다. 할머니가 준비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였다. 정석진은 천천히 부엌으로 들어갔다. 박준호는 그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 그 분은 말이 없었어. 10년을 침묵으로만 버텼어. 하지만 지금 그분은..."

박준호가 멈췄다. 부엌에서 들리는 정석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자들아, 할아버지가 만든 반찬 먹어봐. 맛있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조용했지만, 거기에는 온기가 있었다.

나는 박준호를 봤다.

"넌 모두를 이곳에 이끌었어. 왜?"

박준호는 창밖을 봤다.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10년 전 다리 위에서 넌 나를 붙잡았어. 말도 없이, 그냥 손을 맞잡고 있어줬어. 그리고 넌 '형,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라고 했어. 그 말이... 정말로 나를 살렸어."

박준호가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결연함이 있었다.

"그래서 난 10년을 기다렸어. 매일 편지를 썼어. 넌 다시 혼자가 되면 안 돼. 그래서 난 사람들을 모았어. 할머니도, 이준호도, 정석진도, 유미라도. 그리고 이 카페를 살려냈어. 김효선 언니가 폐업하려던 이 카페를 인수해서 너를 위해 준비했어. 모두 너를 위해서였어."

나는 박준호의 말을 들었다. 김효선. 그 이름이 나왔다. 그 여자 사업가. 그녀가 폐업을 고민하던 카페. 박준호가 그 카페를 인수했다는 뜻이었다.

"그들이 다 너의 상처와 연결된 사람들이야. 할머니는 너를 처음 받아줬던 사람이고, 이준호는 너와 함께 상처받았던 사람이고, 정석진은 너의 침묵을 이해했던 사람이고, 유미라는 너를 있는 그대로 봤던 사람이야. 넌 그들을 외면했고, 그들도 그 외면이 사실은 사랑이었다는 걸 이제 알았어. 넌 그들을 보호하려고 거절했어. 다시 상처받지 않으라고. 하지만 그들은 그 거절 속에서 너의 사랑을 읽었어."

박준호의 말이 계속되었다. 그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계획했는지. 10년을 어떻게 기다렸는지. 그리고 왜 지금 이 시점에 모든 것을 드러냈는지.

"그리고 이 카페가 너를 위한 것이라면, 이 카페는 또한 너 같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해. 너처럼 혼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을 받아주는 공간. 그게 이 카페의 역할이야."

나는 박준호를 봤다. 그의 얼굴에는 10년의 기다림이 담겨 있었다.

오후 2시. 카페의 문이 다시 열렸다.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내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새로운 손님의 상처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 속의 고독. 그의 움직임 속의 불안.

내 손이 저렸다. 왼손부터. 그 다음 오른손. 가슴이 철렁거렸다. 하지만 나는 움직였다. 따뜻한 음료를 준비했다. 손이 떨렸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카페 어딘가에서 바람이 지나갔다. 창문도 닫혀있었고, 문도 닫혀있었는데도. 카운터 위의 오래된 사진이 살짝 흔들렸다. 10년 전 박준호와 내가 함께 있는 사진. 그 사진 위로 누군가의 손길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내 마음 한구석에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 아직도 이 카페를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 10년을 기다린 사람. 10년을 편지로 써온 사람. 그리고 이제 나와 함께 이 일을 하고 있는 누군가.

나는 새 손님에게 음료를 건넸다. 손이 떨렸지만, 나는 그것을 감추지 않았다. 그 떨림은 나의 약함이 아니라 나의 진심이었다.

"뭘 드시겠어요?"

"따뜻한 거. 뭐든."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그 따뜻한 손길을 느꼈다. 누군가의 손길이 내 등을 밀어주는 듯한 느낌. 누군가가 나에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잘했어. 계속해. 이것이 우리가 함께 하는 일이야.'

그 목소리는 박준호의 목소리이기도 했고, 할머니의 목소리이기도 했고, 이준호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모두가 함께 하는 목소리. 모두가 함께 밀어주는 손길.

나는 음료를 준비했다. 손이 떨렸지만,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카페 '온기'는 이제 우리 모두의 집이 되어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창을 통해 쏟아지고, 주방에서는 냄비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웃음이 카페를 채웠다. 누군가의 발걸음이 들렸다.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집은 아직도 누군가에 의해 지켜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그 손길. 10년을 기다린 사람의 마음. 10년을 편지로 써온 사람의 사랑. 그것이 아직도 이곳을 감싸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손님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 그의 떨리는 손. 그의 고독. 모든 것이 나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받아주기로 했다. 내 몸이 저리더라도. 내 가슴이 철렁거리더라도.

왜냐하면 이제 나는 알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상처를 함께 짊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 속에서 우리는 모두 함께 치유된다는 것을.

이전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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