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사의 손님
새벽은 천산의 골짜기에서 늦게 온다. 월청이 눈을 떴을 때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아니, 떨린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그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었다.
통증이 아니었다. 시간이 물질로 변해 혈관을 흐르는 것 같았다. 혹은 생명이 검의 칼날을 타고 흩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월청의 호흡이 끊겼다.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이 흙을 움켜쥐었다.
오 년이 남았다. 아니, 이제 오 년이 아니다.
폐사의 마당에 일곱 개의 돌 조각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천상의 별을 본뜬 모양이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윤곽이 흐릿해졌다. 마치 별들이 천천히 꺼져가는 것처럼. 월청은 다섯 번째 별 앞에 섰다. 검을 들었다. 칠성검법의 다섯 번째 정세는 '소멸의 별'이라 불린다. 모든 것을 지우되, 자신까지 지우지 않는 경계를 유지하는 검리였다.
월청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공기가 갈라졌다. 검의 궤적이 빛처럼 흔적을 남겼다. 하나, 둘, 셋. 정세의 반복.
그 순간, 무언가가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월청의 호흡이 끊겼다. 검을 내려놨다. 무릎을 꿇었다.
폐사의 법당 종이 울렸다. 어떤 바람도 없는데 저절로 울렸다. 종소리가 멈췄다. 그 순간, 발자국이 들렸다.
월청은 검을 들었다. 손이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습관이었다. 삼십 년간의 수행도 이 습관을 지우지 못했다.
폐사의 돌담을 넘어 한 소녀가 나타났다. 나이는 이십 남짓. 옷은 낡았고, 얼굴은 야윈 상태였다. 그런데 눈이 달랐다. 그 눈에는 복수라는 이름의 검이 담겨 있었다.
"월청."
소녀가 말했다.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저주를 내뱉는 목소리였다.
월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을 들고 있는 손가락으로 그 소녀를 가리켰다. 그것이 그의 모든 언어였다.
소녀의 손에는 검이 있었다. 화산파의 옛 검이었다. 자루에 불꽃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월청의 눈이 흔들렸다. 그 문양을 본 것이 얼마만인가.
"화산파 대비무의 죽음을 갚으러 왔다."
소녀가 검을 들었다. 자세가 서툴렀다. 기초 수련도 부족해 보였다. 그런데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살의가 충만했다.
월청이 검을 올렸다.
소녀가 달려왔다. 발걸음이 부정확했다. 월청은 한 발 물러섰다. 소녀의 검이 공을 가르며 지나갔다. 너무 가까웠다. 너무 무모했다.
"이름을 말해라."
월청이 말했다. 첫 번째 말이었다.
소녀가 멈췄다. 눈빛이 변했다. 살의 속에 뭔가 다른 감정이 섞였다. 월청은 그것을 알았다. 그것은 경외였다.
"아운이다. 화산파 대비무의 딸."
딸이었다.
월청의 검이 공중에서 멈췄다. 손가락이 떨렸다. 아니, 떨린 것이 아니었다. 내공이 흔들렸다. 월청은 검을 내려놨다.
아운이 다시 달려왔다. 검을 휘둘렀다. 월청은 한 손으로 그것을 맞받았다. 검이 부딪혔다. 불꽃이 튀었다. 아운의 몸이 날아갔다.
"멈춰라."
월청이 말했다. 아운이 멈췄다. 그것이 아니었다. 아운은 멈출 수 없어서 멈췄다. 숨을 쉬기 위해.
황혼의 빛이 폐사의 돌담을 붉게 물들였다. 그 빛 속에서 아운의 눈이 반짝였다.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복수의 눈물이었다. 그런데 그 속에 무언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당신의 검을..."
아운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의 검을 배우고 싶습니다."
말이 끝나자 검을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아운은 월청을 바라봤다. 복수자의 눈이 아니었다. 수행자의 눈이었다. 월청이 알았다. 이 눈을 본 것이 있다. 거울에서.
월청은 침묵했다. 침묵이 수락이었다.
황혼이 깊어졌다.
폐사의 법당은 어둠 속에 있었다. 촛불 하나가 타고 있었다. 화산파 대비무의 초상화가 그 빛에 비추어 있었다. 월청은 그 초상화 앞에 절을 했다.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운이 옆에 서 있었다. 스승을 관찰하고 있었다. 아운의 눈이 제단의 뒤쪽을 향했다. 초상화 뒤의 벽면에 무언가 새겨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글씨였다. 아운이 한 발 다가섰다.
"그만."
월청이 말했다. 아직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제단 뒤는 보지 말아라."
아운이 발을 멈췄다. 월청이 일어섰다. 촛불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얼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돌처럼 무표정했다. 그런데 눈은 달랐다. 눈은 무언가를 감싸고 있었다.
밤이 깊어졌다.
폐사의 방은 좁았다. 월청은 아운을 위해 짚으로 만든 침대를 펼쳤다. 음식도 있었다. 밥과 된장국. 삼십 년간 같은 것을 먹어왔다. 아운은 침묵 속에서 그것을 먹었다.
"칠성검법은 검이 아니다."
월청이 말했다. 아운이 수저를 멈췄다.
"그것은 속죄의 길이다."
아운이 월청을 바라봤다.
"매 정세마다 수명이 단축된다. 여섯 번째를 깨우면 삼 년이 더 사라진다. 일곱 번째를 깨우면, 내 생은 끝난다."
월청이 말했다. 아운의 숟가락이 그릇에 떨어졌다.
"알고도 배우겠는가?"
아운이 대답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도 속죄의 길을 걷겠습니다."
월청은 그 대답을 받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승인이었다. 아운은 다시 밥을 먹었다.
밤의 중간쯤이었다.
월청이 악몽을 꿨다. 몸이 가누어지지 않았다. 차가운 것이 그의 피부를 타고 흘렀다. 꿈 속에서 그는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검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다른 손이 자신의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손의 주인은 들리지 않는 음성으로 속삭이고 있었다. 월청은 그 음성에 저항하려 했지만, 몸은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저건 내 검이 아니었다!"
월청이 소리쳤다. 눈을 떴다.
아운이 서 있었다. 월청의 방 입구에서. 촛불을 들고 있었다. 놀란 표정이었다. 아운의 눈이 월청의 눈과 만났다. 그 순간, 월청은 아운을 보지 않았다. 거울을 봤다. 삼십 년 전의 자신을 봤다.
월청은 몸을 돌렸다. 말하지 않았다. 침묵이 모든 것을 덮었다. 아운은 촛불을 놓고 나갔다. 월청은 천장을 봤다. 천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어둠이 있을 뿐이었다.
아운이 나간 후 월청은 한동안 천장을 노려봤다. 눈을 감아도 그 악몽의 장면이 떠나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손목을 움직이던 감각. 검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휘어지던 그 느낌. 그리고 그 목소리. 삼십 년을 묻어두려 했던 그것이 밤마다 올라왔다.
월청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밤이 깊었다. 창밖을 보니 천상의 일곱 별이 떠 있었다. 북두칠성. 칠성검법의 원본이 되는 그 별들이었다.
그는 검을 들었다. 밤중에 검을 드는 일은 드물었다. 검은 가볍지 않았다. 내공이 검의 무게를 받치려 하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맥박이 빨라졌다. 이미 오십을 넘긴 몸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칠성검법의 대가였다.
월청은 검을 내려놨다. 더 이상 오늘 밤은 수련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운의 눈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눈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절망한 자의 눈. 자신이 삼십 년 전에 가졌던 바로 그 눈이었다.
새벽이 올 때까지 월청은 앉아만 있었다.
아침이 되자 아운이 나타났다. 어젯밤 일을 묻지 않았다. 묻는 대신 월청 뒤를 따라갔다. 폐사의 일곱 별 조각상이 있는 곳으로.
"칠성검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월청이 첫 번째 별 조각상 앞에 섰다. 돌로 만든 조각상은 손가락만 한 크기였다. 하늘의 별을 본떠 만들었지만, 손으로 만진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삼십 년을 그 조각상을 만지며 기도해온 손의 흔적이었다.
"검은 무기가 아니다. 검은 도(道)다. 그리고 도는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향한다."
아운이 조각상을 바라봤다.
"그런데 내 검은 아직도 죽음을 향하고 있다."
월청이 말했다. 아운이 월청의 옆모습을 봤다.
"그것을 깨닫는 것부터가 수련의 시작이다."
월청이 손을 들었다. 첫 번째 별 조각상을 가리켰다.
"이 별이 밝혀질 때, 너는 검을 통해 생명을 본다. 두 번째 별이 밝혀질 때, 너는 죽음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렇게 일곱 별을 모두 밝혀야 한다. 그때쯤이면, 검이 아니라 손가락 끝의 기운만으로도 강호의 모든 것을 벨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승님은?"
아운이 물었다.
"나는 이미 다섯 별을 밝혔다. 여섯 번째를 밝히면 삼 년이 더 남는다. 일곱 번째를 밝히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월청이 첫 번째 별 조각상을 만졌다. 손가락이 돌의 표면을 어루만졌다.
"그래서 나는 여섯 번째를 밝히기 전에, 너를 통해 일곱 번째 별을 본다. 너의 검에서,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본다."
아운이 이해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조각상을 바라봤다. 돌 위의 별 모양이 햇빛에 반짝였다.
"오늘부터 시작하자."
월청이 말했다. 아운이 검을 들었다. 어제 폐사에서 떨어뜨린 자신의 검이었다. 월청이 그것을 주웠고, 밤새 닦아두었다. 칼날이 햇빛에 반짝였다.
"첫 번째 정세는 '생명의 검'이다. 검을 들 때 생각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살아갈 내일이다. 검 끝이 향하는 곳에는 누군가의 내일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월청이 자신의 검을 들었다. 천천히 움직였다. 손가락부터 시작했다. 손가락이 공기를 가르면서 미세한 소리가 났다. 칼날이 그 소리에 따라 움직였다. 손목이 움직였다. 팔이 움직였다. 몸 전체가 하나의 리듬으로 움직였다.
아운이 그것을 봤다. 스승의 검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 생명이었다. 아운의 눈이 커졌다. 그 순간 월청의 손가락이 떨렸다. 내공이 폭발하려는 신호였다. 다섯 번째 별을 밝힐 때마다 오는 그 신호였다.
월청이 검을 거두었다. 숨이 가쁘지 않았다. 하지만 손가락 끝에서는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아운이 월청의 손을 잡았다.
"스승님!"
"괜찮다."
월청이 손을 빼냈다. 피는 계속 떨어졌다. 그것은 내공이 극한에 도달했을 때 나오는 피였다. 몸 속의 경맥이 터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월청은 손을 들었다. 피가 햇빛에 붉게 빛났다.
"이것도 대가다."
아운이 자신의 옷자락을 찢어 월청의 손가락을 감싸주려 했다.
"하지 마. 이 피는 씻지 않는 것이 낫다."
월청이 손을 들었다. 피가 햇빛에 붉게 빛났다. 그 빛을 보면서 월청은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운은 물어보지 않았다. 스승의 침묵을 존경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정오가 되자 폐사 위의 하늘이 맑아졌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 그 하늘 아래서 월청과 아운은 계속 수련했다. 첫 번째 별의 정세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아운의 검이 점점 월청의 검에 가까워졌다. 아직 멀었지만, 방향은 맞았다.
저녁이 되자 아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월청도 그러했다. 하지만 월청의 피는 여전히 손가락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한 방울, 한 방울. 마치 모래시계처럼.
"오늘은 여기까지다."
월청이 말했다. 아운이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월청을 바라봤다. 스승의 얼굴에서 고통이 보였다. 그것은 신체의 고통이 아니었다. 영혼의 고통이었다.
"스승님, 혹시..."
"묻지 마."
월청이 말했다. 아운이 입을 다물었다.
밤이 내려앉았다. 폐사는 다시 어둠으로 뒤덮였다. 월청은 아운에게 밥을 주었다. 오늘은 밥과 된장국에 나물이 더해져 있었다. 아운이 깜짝 놀랐다.
"왜?"
"너를 위해서다."
월청이 말했다. 아운이 그 음식을 먹었다. 맛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스승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먹고 난 후 아운은 다시 폐사를 돌아다녔다. 제단이 있는 법당으로 갔다. 화산파 대비무의 초상화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촛불이 타고 있었다. 누가 켠 것인지는 모르지만, 촛불은 계속 타고 있었다.
아운이 제단 뒤를 보려고 했다. 어제 월청이 말했던 그 글귀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벽에 닿았다. 돌이 아니라 종이 같은 것이었다. 글씨가 있었다. 아운이 손가락으로 글씨를 더듬었다. 몇 글자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았다.
"아운."
월청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운이 손을 빼냈다. 월청이 법당 입구에 서 있었다. 촛불의 불빛 속에서 월청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아니다."
월청이 말했다.
"그 글씨를 읽을 때가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언제까지요?"
아운이 물었다.
"여섯 번째 별을 밝힐 때까지."
월청이 말했다. 아운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스승의 말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아운의 마음 속에는 의문이 남았다. 그 글귀가 무엇인지, 왜 아직 읽으면 안 되는지. 아운은 제단 뒤를 한 번 더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있는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밤이 깊어졌다. 월청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운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폐사는 다시 침묵으로 가득 찼다.
한밤중쯤, 월청은 다시 악몽을 꿨다. 이번은 더 심했다. 몸이 뒹굴었다. 침대에서 떨어졌다.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그 와중에도 월청은 비명을 질렀다.
"아니다! 저건... 저건 내 검이 아니야!"
그 목소리 속에는 절망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강탈당한 것을 되찾으려는 절규였다.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은 계속 속삭였다. 월청이 알 수 없는 음성으로. 하지만 그 음성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 월청을 지배하려는 의도.
목소리가 폐사 전체에 울렸다. 아운이 깼다. 촛불을 들고 월청의 방으로 달려갔다. 월청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 눈이 열려 있었다. 하지만 초점이 맞지 않았다. 악몽 속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스승님!"
아운이 월청을 도와 일으켰다. 월청의 눈이 초점을 되찾았다. 아운을 봤다. 그 순간, 월청은 아운의 눈 속에 무언가를 보았다. 자신의 악몽을 본 것이었다. 아운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통을 함께 짊어지려 하고 있었다.
월청은 아운의 손을 놓고 몸을 돌렸다. 말하지 않았다. 침묵이 모든 것을 덮었다. 아운은 촛불을 놓고 나갔다. 월청은 바닥에 앉았다. 손가락에서는 여전히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 피가 돌 위에 흩어졌다.
새벽이 올 때까지 월청은 일어나지 않았다. 바닥에 앉아서 천장을 봤다. 천장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어둠이 있을 뿐.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는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손목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손의 주인은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계속 속삭이고 있었다. 삼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 손은 여전히 자신을 놓지 않고 있었다.
새벽빛이 폐사의 돌담을 비추기 시작했다. 월청은 일어났다. 아운이 이미 일곱 별 조각상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배운 첫 번째 정세를 혼자 반복하고 있었다. 검의 움직임이 어제보다 나았다. 월청이 옆에 섰다. 아운이 검을 거두었다.
"오늘은 두 번째 별을 배운다."
월청이 말했다.
"두 번째 별은 '죽음의 검'이다. 첫 번째에서 생명을 봤다면, 이제는 죽음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월청이 말을 멈췄다. 아운이 월청의 눈을 봤다.
"죽음은 죽음이다. 검이 벨 때 누군가의 생은 끝난다. 그것을 잊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검객이 되는 길이다."
월청이 자신의 검을 들었다. 이번엔 속도가 빨랐다. 칼날이 공기를 가르면서 비명 같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죽음의 소리였다. 검 끝이 땅을 파고들었다. 돌이 갈라졌다.
아운은 그것을 봤다. 그리고 무서워했다. 스승의 검이 가진 절대적인 파괴력에 대해. 하지만 동시에 아운은 매료되었다. 그 파괴력 속에서 무언가 순수한 것을 본 것 같았다. 죽음의 순수함.
월청이 검을 거두었다. 이번엔 손가락에서 더 많은 피가 떨어졌다. 어제보다 더 많은 피. 마치 모래시계가 더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배워라."
월청이 말했다. 아운이 검을 들었다.
둘째 날, 아운은 두 번째 정세를 배우기 시작했다. 월청의 지도 아래 아운의 검은 생명의 리듬에서 죽음의 리듬으로 변해갔다. 검의 움직임이 더 날카로워졌고, 호흡도 더 깊어졌다. 하지만 월청의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멈추지 않았다.
셋째 날 아침, 월청은 손떨림이 심해졌다. 검을 들 때 손목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운이 그것을 눈여겨봤지만, 묻지 않았다. 월청은 여전히 같은 강도로 수련을 이어갔다. 정오가 넘어서자 월청의 호흡이 가빠졌다. 기침이 나왔다. 손으로 입을 가렸을 때 손가락 사이로 검붉은 것이 보였다.
"스승님!"
아운이 월청을 부축했다. 월청은 손을 빼냈다.
"계속하자."
월청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숨이 차 있었다. 아운은 월청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월청이 먼저 손을 들었다. 아운은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스승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월청은 아운의 손을 보았다. 그 손에서 자신과 같은 결연함을 느꼈다.
그날 저녁 월청은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 보였다. 아운은 죽을 만들어 월청에게 건넸다. 월청은 그것을 받아먹었다.
"아운."
월청이 아운을 불렀다. 아운이 월청을 바라봤다.
"네가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려 했던 마음,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실은 너의 생각보다 복잡하다."
월청이 말했다. 아운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스승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해주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섯 번째 별을 밝힐 때, 넌 그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월청이 말했다.
넷째 날, 월청의 눈빛이 흐려졌다. 아운이 처음 폐사에 왔을 때 본 그 맑고 예리한 눈이 아니었다. 마치 안개 속을 보는 것처럼 초점이 불안정했다. 월청은 수련 중에 여러 번 멈춰야 했다. 내공을 제어하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검이 손에서 떨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스승님, 오늘은 쉬세요."
아운이 말했다.
"아직 아니다."
월청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아운은 월청의 팔을 잡았다. 스승을 지탱하기 위해. 월청은 아운의 팔을 느꼈다. 그 팔의 힘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월청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다섯째 날, 월청은 법당에서 오래 머물렀다. 화산파 대비무의 초상화 앞에서. 아운은 멀리서 스승을 관찰했다. 월청의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운은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것이 스승의 개인적인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운은 조각상 앞에서 자신의 수련을 계속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정세를 반복하며. 검의 움직임이 점점 월청의 검에 가까워졌다.
여섯째 날, 월청의 모습이 눈에 띄게 변했다. 얼굴이 창백해졌고,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대신 마비된 것처럼 움직임이 느려졌다. 수련 중에 월청은 자신의 검을 놓쳤다. 처음이었다. 아운이 검을 주웠다. 월청은 그것을 받아 다시 들었다. 하지만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스승님..."
"내일이다."
월청이 말했다. 아운은 이해했다. 내일 여섯 번째 별을 밝힐 것이라는 뜻이었다. 아운은 월청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번엔 월청이 손을 빼지 않았다.
일곱째 날 아침, 월청은 아운을 깨웠다. 아직 새벽이었다. 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
"제단으로 가자."
월청이 말했다. 아운은 월청을 따라 법당으로 갔다. 촛불이 켜져 있었다. 화산파 대비무의 초상화가 그 빛에 비추어 있었다.
월청은 무릎을 꿇었다. 아운도 그 옆에 무릎을 꿇었다. 월청의 손이 떨렸다. 아니, 떨리는 것이 아니라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내공이 극한에 도달했다는 신호였다.
"여섯 번째 별을 밝힌다."
월청이 말했다.
월청의 손가락이 올라갔다. 공기가 갈라졌다. 빛이 흘렀다. 그것은 다섯 번째 별의 빛과는 달랐다. 더 강렬했고, 더 차가웠다. 죽음의 빛이었다. 월청의 몸이 떨렸다. 입에서 피가 흘렀다. 한 줄기, 두 줄기.
"스승님!"
아운이 월청을 부축했다. 월청은 손을 들었다. 손가락 끝에서는 더 이상 피가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이 마비된 것처럼 색이 변해가고 있었다.
"삼 년이 남았다."
월청이 말했다. 목소리가 매우 약했다.
"그리고 이제... 글귀를 읽을 시간이 왔다."
월청이 손을 들어 제단 뒤의 벽면을 가리켰다. 촛불이 그곳을 비추었다. 글씨가 또렷해졌다. 아운의 눈이 커졌다.
'죽인 자는 내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아운이 그 글씨를 읽었다. 손이 떨렸다.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흔들렸다. 복수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졌다.
"화산파 대비무가... 정말 월청 스승님에게 죽었나요?"
아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은 복수심의 떨림이 아니었다. 혼란의 떨림이었다.
월청은 아운을 바라봤다. 말하지 않았다. 침묵이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더 깊은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그렇다면 누가?"
아운이 물었다. 월청은 여전히 침묵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아운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침묵이었다. 아운은 그것을 이해했다.
밤이 깊어졌다.
월청은 아운을 위해 더 많은 음식을 준비했다. 밥과 국, 나물, 그리고 생선까지. 아운은 그것을 먹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아운은 계속 생각했다. 그 글귀의 의미를.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스승님, 그렇다면 제가 왜..."
"배우기 위해서다."
월청이 말했다.
"복수는 이미 끝났다. 아니, 복수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그것을 깨닫는 것이 너의 수련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워야 하나요?"
아운이 물었다.
"진실을."
월청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진실은 내가 아니라 너 스스로 찾아야 한다."
월청은 아운을 바라봤다. 그 눈은 이제 더 이상 절망한 자의 눈이 아니었다. 뭔가를 찾아야 하는 자의 눈이었다. 수행자의 눈이었다.
"일곱 번째 별을 밝히기 전에, 넌 먼저 이 비밀을 풀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칠성검법의 시작이다."
월청이 말했다. 아운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복수자에서 수행자로의 전환. 그것이 이 폐사에서 배워야 할 첫 번째 진리였다.
밤이 깊어졌다. 폐사는 다시 침묵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번 침묵은 다르게 느껴졌다. 그것은 끝의 침묵이 아니라 시작의 침묵이었다.
한밤중쯤, 월청은 또 악몽을 꿨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손의 주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깊고 낮았다. 월청이 아는 목소리였다.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목소리였다.
"너는 왜 계속 검을 들고 있는가?"
그 목소리가 물었다. 월청은 꿈속에서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 친숙했고, 동시에 너무나 낯설었다.
"그 검은 이미 죽었다. 죽인 것도 나다."
목소리가 계속했다. 월청은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름을 부를 수 없었다. 아직은.
월청이 깼다. 눈을 떴다. 천장을 봤다. 천장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어둠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손이 여전히 자신의 손목을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