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10화 「정상 복귀」

새벽 5시 47분. 재활 센터의 훈련실은 아직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한지선은 매트 위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올림픽 은메달이 들려 있었다. 그것이 햇빛에 반짝이기를 기다리며, 그녀는 그 메달을 천천히 돌렸다. 표면에 새겨진 이름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한지선. 체조. 은.

"이제 알겠다."

지선의 목소리는 낮았다. 중얼거림에 가까웠다.

"이것도 승리였구나."

그 말을 끝으로 지선은 메달을 내려놓았다. 손에 남은 따뜻함. 그것이 더 이상 아픔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훈련실의 창밖으로 햇살이 밀려들었다. 서울의 새벽은 금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오늘은 이준호와 박수연이 돌아오는 날이었다. 아니, 돌아가는 날이었다. 다시 자신의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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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정각. 서울 올림픽 스포츠센터 펜싱 경기장.

지선은 관중석의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옆에는 강은비가 있었고, 한 칸 떨어진 자리에 최현준이 앉아 있었다. 세 명의 어른이 한 무리의 선수들 사이에서 한 명의 선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준호가 경기장에 들어섰다.

검은색 펜싱복, 흰색 마스크, 손에 쥔 에페. 신경 손상 진단을 받은 지 6개월 만이었다. 완전한 복귀는 아니었다. 좌측 팔의 신경 회복률은 68%. 세밀한 움직임이 필요한 펜싱에서 68%는 여전히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이준호는 경기장에 선 자신을 믿고 있었다.

지선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선수의 호흡, 근육의 미세한 떨림,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의 움직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의 직관은 정확했다. 이준호는 두렵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됐다.

첫 라운드. 상대 선수는 전국 랭킹 8위. 이준호는 랭킹 밖이었다. 완전한 복귀가 아니었기에 공식 순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첫 번째 공격. 이준호가 에페를 휘두르지 않았다. 상대를 관찰했다. 신경이 아직 불안정한 상태에서 무리한 공격은 신체를 배신하게 만들 수 있었다. 지선은 그 선택을 읽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5초 뒤. 이준호가 움직였다. 좌측 팔이 천천히 올라갔다. 신경 신호가 뇌에서 손가락 끝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상대는 이미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준호는 밀어붙였다.

에페의 끝이 상대의 가슴팍에 닿았다.

"포이!"

경기장의 전광판에 1:0이 떴다.

지선은 일어섰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손이 따뜻해질 때까지. 심장이 터질 듯 뛸 때까지.

강은비가 지선의 옆에서 함께 박수를 쳤다. 최현준도 일어서서 손을 맞춰 울렸다. 관중들이 돌아봤다. 낯선 사람들이 왜 이렇게 크게 박수를 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들도 함께 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 박수에는 금메달에 대한 축하가 아니었다. 그것은 '다시 설 수 있다는 확신'에 대한 축하였다. 신경이 끊겼던 선수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기적에 대한 것이었다.

이준호는 마스크 너머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관중석의 한 여자가 서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한지선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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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22분. 서울 강서구 여자배구팀 훈련장.

박수연이 코트에 들어섰다.

3개월 전만 해도 그녀는 그곳에 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팀의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동료들이 자신 때문에 패배하지 않기를 바라며, 자신을 '자산'처럼 여기는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박수연은 이제 안다. 자신은 팀의 자산이 아니라 팀의 일원이라는 것을. 무릎이 완벽하지 않아도, 움직임이 어색해도, 자신은 여기 있어도 된다는 것을.

훈련 시작 20분 후. 공격 연습.

박수연이 자유 공격 위치로 들어갔다. 무릎 각도 90도. 신경 손상으로 인한 감각 이상은 여전했지만, 뇌가 더 이상 그 다리를 '죽은 것'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심리적 안정감이 신체를 살려냈다.

토스가 올라왔다.

박수연의 팔이 올라갔다. 어색했다. 예전처럼 매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했다.

스파이크.

공이 네트를 넘어 상대편 코트에 떨어졌다.

팀 동료들이 박수연을 달려갔다. 가슴에 안았다. 등을 두드렸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선수에 대한 환영이 아니라, 팀원에 대한 기쁨이었다.

박수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그 눈물은 절망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회복의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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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47분. 재활 센터 사무실.

지선은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다. 박수연이 보낸 영상.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는 순간. 팀 동료들이 그녀를 안아주는 모습.

영상이 반복되었다.

지선은 웃으며 울었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깨가 떨렸다. 그 눈물 속에는 선수들의 회복을 기뻐하는 감정만 있었다. 더 이상 자신의 은퇴 트라우마는 없었다.

강은비가 들어왔다.

"봤어?"

지선이 묻지 않았다. 강은비가 이미 영상을 본 것을 알고 있었다.

"좋지?"

강은비가 지선의 옆에 앉았다.

"고마워."

지선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뭐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된다고 해줘서. 그리고 옆에서 계속 있어줘서."

강은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지선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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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15분. 같은 시각, 정부 재정경제청 스포츠산업과.

서민준은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스테판 센터 재평가 보고서'. 제목 아래에 초록색 도장이 찍혀 있었다. '인정'.

스테판 센터는 이제 공식적으로 '신경손상 선수 재활의 모범 센터'로 지정되었다. 정부 지원금이 확정되었다. 센터의 재정은 안정화될 것이었다.

서민준은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투자 제안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한지선은 이미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센터의 데이터를 독점할 수도,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할 수도 없었다.

서민준은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의 저녁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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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정각. 재활 센터 훈련실.

최현준이 들어왔다.

"이준호 경기 봤어요?"

최현준이 지선에게 물었다.

"응. 68% 상태로 포인트를 따냈어. 신경 신호가 안정적이었다."

지선이 답했다.

"박수연은?"

"스파이크 성공. 심리적 안정감이 신체를 살렸다."

최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그들이 예상한 대로였다. 신경 손상 선수의 복귀는 신체 회복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뇌가 손상 부위를 다시 '살아있는 것'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진정한 회복이 시작되었다.

"김태호는?"

최현준이 물었다.

"여전히 3개월 복귀를 바라고 있어. 어제도 그 얘기를 했어."

지선이 답했다.

"뭐라고?"

"6개월 계획이라고 했어. 금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다시 설 수 있다는 확신'이 목표라고."

최현준이 웃었다. 진심 어린 웃음이었다.

"선생님이 바뀌었네요."

"내가?"

지선이 최현준을 바라봤다.

"처음엔 3개월이라고 다짐했잖아요. 선수들을 재부상시키면서도."

최현준이 말했다.

지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알겠어요?"

최현준이 물었다.

"뭘?"

"극기의 의미. 그것은 금메달이 아니라 '다시 설 수 있다는 확신'이구나. 그 확신 속에서 비로소 선수는 자신의 신체를 믿게 되고, 뇌도 손상 부위를 살려내는 거죠."

지선은 최현준의 말을 들었다. 그것이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의 요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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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22분. 재활 센터 사무실.

지선은 혼자 있었다.

책상 위에는 새로운 재활 프로그램이 펼쳐져 있었다. 몇십 명의 신경 손상 선수들을 위한 것이었다. 정부 지원이 확정되면서, 스테판 센터는 더 이상 한지선 개인의 직관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지선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 그녀는 알았기 때문이다. 속도가 답이 아니라는 것을. 극기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각 선수가 자신의 속도로 도달할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손에 들린 올림픽 은메달.

지선은 그것을 들어올렸다. 햇빛이 금속 표면에 반짝였다.

"이제 알겠다. 이것도 승리였구나."

중얼거림. 그것은 더 이상 슬픔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받아들임의 목소리였다.

문이 열렸다.

강은비가 들어왔다. 그 뒤로 최현준이, 그 뒤로 이준호가, 마지막으로 박수연이 들어섰다.

다섯 사람이 작은 사무실에 모였다.

"다들 왔네."

지선이 말했다.

"이준호 경기 잘 봤어. 포인트 따낸 거."

지선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감사합니다. 센터장님 덕분입니다."

이준호가 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그것은 센터장 덕분이 아니라, 센터장이 자신을 믿어준 덕분이었다. 성급함에서 벗어나고, 극기를 강요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박수연도 잘했어. 스파이크."

지선이 박수연을 바라봤다.

"저도 감사합니다. 팀에 돌아갈 수 있게 해줘서."

박수연이 말했다. 그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절망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회복의 눈물이었다.

다섯 사람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지선의 손에 들린 올림픽 은메달이 햇빛에 반짝였다. 그 반짝임 속에는 금메달의 욕망도, 은메달의 아픔도 없었다. 오직 '다시 설 수 있다는 확신'만 있었다.

극기의 진정한 의미가 그 반짝임 속에 담겨 있었다.

# 본문

이준호의 경기 영상은 밤새 센터 그룹 채팅에서 도는 중이었다. 지선이 휴대폰을 내려놓자 최현준이 화면을 켜 보여줬다.

"첫 번째 포인트예요. 손가락 신경이 70퍼센트 회복된 상태에서 얻은 거죠."

영상 속 이준호는 펜싱 복장을 입고 경기장에 섰다. 완전한 복귀는 아니었다. 움직임에는 여전히 신중함이 있었고, 어색함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달랐다. 두려움이 아닌 확신이 그곳에 있었다.

칼날이 부딪혔다.

이준호의 손이 반응했다. 신경이 신호를 보냈다. 뇌가 그 신호를 받았다. 그리고 신체가 움직였다.

포인트 획득.

경기장의 관중석에서 누군가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지선이 그 장면을 영상으로 보며 눈을 감았다.

"박수연은?"

지선이 물었다.

"배구팀 훈련 영상도 왔어요."

강은비가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체육관의 풍경이 떠올랐다. 박수연이 무릎을 84도까지 구부린 상태에서 스파이크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공이 날아왔다. 박수연의 팔이 올라갔다.

스파이크 성공.

팀 동료들이 박수연을 안았다. 그 안음 속에는 '팀의 자산이 돌아왔다'는 기쁨이 아니라 '팀의 일원이 돌아왔다'는 환호가 있었다. 박수연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 있었다.

지선은 화면을 보다가 눈을 떴다.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흘렀다.

"센터장님?"

강은비가 지선을 바라봤다.

지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것은 자신의 은퇴 트라우마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이것은 선수들의 회복을 기뻐하는 눈물이었다. 그 구분이 이제 명확했다.

최현준이 휴지를 건넸다.

"잘 됐네요. 이준호 신경 재구성이 예상보다 빨랐어요."

최현준이 말했다.

"심리적 안정감이 신체를 살렸다."

지선이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깨달음이었다.

최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그들이 예상한 대로였다. 신경 손상 선수의 복귀는 신체 회복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뇌가 손상 부위를 다시 '살아있는 것'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진정한 회복이 시작되었다.

"김태호는?"

최현준이 물었다.

"여전히 3개월 복귀를 바라고 있어. 어제도 그 얘기를 했어."

지선이 답했다.

"뭐라고?"

"6개월 계획이라고 했어. 금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다시 설 수 있다는 확신'이 목표라고."

최현준이 웃었다. 진심 어린 웃음이었다.

"선생님이 바뀌었네요."

"내가?"

지선이 최현준을 바라봤다.

"처음엔 3개월이라고 다짐했잖아요. 선수들을 재부상시키면서도."

최현준이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책망이 없었다. 다만 변화를 기록하는 의료진의 차분한 확인만 있었다.

지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알겠어요?"

최현준이 물었다.

"뭘?"

"극기의 의미. 그것은 금메달이 아니라 '다시 설 수 있다는 확신'이구나. 그 확신 속에서 비로소 선수는 자신의 신체를 믿게 되고, 뇌도 손상 부위를 살려내는 거죠."

지선은 최현준의 말을 들었다. 그것이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의 요약이었다.

강은비가 지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말이 없었다. 말은 필요 없었다. 그들이 함께 본 것, 함께 견딘 것, 함께 깨달은 것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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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47분. 시청 스포츠청 회의실.

대한체육청의 담당관 이사장이 한지선 앞에 서 있었다. 책상 위에는 '신경손상 선수 재활 모범 센터 지정 공문'이 펼쳐져 있었다.

"스테판 센터를 올해의 신경손상 선수 재활 모범 센터로 지정하겠습니다. 정부 지원금도 확대되고요."

이사장이 말했다.

지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표정에는 기쁨보다는 담담함이 있었다.

"다른 센터들과는 다르게, 당신은 속도가 아닌 과정을 중시했어요. 그것이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사장이 계속했다.

"선수들의 심리 재활을 우선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신경 손상 선수의 복귀율을 50퍼센트 이상 올렸거든요."

지선이 문서에 서명했다. 그 손은 떨리지 않았다. 한 달 전 자책의 밤, 새벽 5시 57분에 받은 전화 이후, 그녀의 손은 더 이상 성급함으로 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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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12분. 재활 센터 훈련실.

이준호가 펜싱 복장을 입고 매트 위에 섰다. 손에는 펜싱 칼이 들려 있었다. 신경 손상 이후 처음으로 도구를 다시 잡는 날이었다.

지선이 옆에 서서 그를 바라봤다.

"천천히 시작해."

지선이 말했다.

이준호가 칼을 들어올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의 떨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경이 깨어나는 신호였다.

칼이 허공을 그었다.

그 순간, 이준호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느껴지네요. 신경이 깨어나는 소리."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지선이 그를 바라봤다. 이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다시 설 수 있다는 확신'이 신체에 신호를 보낼 때의 그 순간. 그것이 진정한 극기의 시작이었다.

근처 훈련실에서는 박수연이 무릎을 구부리고 펴는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었다. 84도에서 86도, 88도로 조금씩 늘어났다. 강은비가 그 옆에서 박수연의 호흡을 관찰했다.

"좋아. 그 속도로."

강은비가 말했다.

박수연이 무릎을 구부렸다. 통증이 있었다. 하지만 그 통증은 절망의 신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회복의 신호였다. 신체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였다.

새로운 입소자 김태호는 심리 상담실에서 강은비와 앉아 있었다.

"3개월 안에 복귀하고 싶다고 했죠?"

강은비가 물었다.

"네. 국가대표 수영 선수였는데..."

김태호가 말을 흐렸다.

"신경 손상 판정을 받으셨어요. 팔의 세밀한 신경이 끊겼다고요."

강은비가 말했다.

"그래요. 그런데 센터장님이 3개월은 안 된다고..."

김태호가 말했다.

"6개월 계획을 짜자고 했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강은비가 물었다.

김태호가 고개를 저었다.

"극기는 강요될 수 없거든요. 각자의 속도로 도달할 때만 의미가 있어요. 금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다시 설 수 있다는 확신'이 목표라는 거죠."

강은비가 말했다.

김태호의 눈이 흔들렸다. 그것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그것은 금메달을 위해 살아온 국가대표 선수에게는 이해 불가능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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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34분. 재활 센터 사무실.

지선은 혼자 있었다. 책상 위에는 새로운 재활 프로그램들이 펼쳐져 있었다. 정부 지원이 확정되면서, 스테판 센터는 이제 여러 신경 손상 선수들을 동시에 맡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선은 그것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 그녀는 알았기 때문이다.

속도가 답이 아니라는 것을.

극기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각 선수가 자신의 속도로 도달할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손에 들린 올림픽 은메달.

지선은 그것을 들어올렸다. 금속 표면이 실내 조명에 반짝였다. 그 반짝임을 보며 지선은 중얼거렸다.

"이제 알겠다."

음성이 낮았다. 그것은 더 이상 슬픔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것도 승리였구나."

그 순간, 문이 열렸다.

강은비가 들어섰다. 그 뒤로 최현준이, 그 뒤로 이준호가, 마지막으로 박수연이 들어섰다. 다섯 사람이 작은 사무실에 모였다.

"다들 왔네."

지선이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놀라움도, 기쁨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맞다, 이 순간이 와야 했다'는 운명적인 느낌이 있었다.

"이준호 경기 잘 봤어. 포인트 따낸 거."

지선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이제 강요가 없었다. 다만 확인만 있었다.

"감사합니다. 센터장님 덕분입니다."

이준호가 답했다.

"박수연도 잘했어. 스파이크."

지선이 박수연을 바라봤다.

"저도 감사합니다. 팀에 돌아갈 수 있게 해줘서."

박수연이 말했다. 그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그것은 절망의 눈물이 아니었다. 회복의 눈물이었다.

지선이 손에 들린 은메달을 들어 보였다.

"이것도 승리였구나. 이제 안다."

지선이 중얼거렸다.

다섯 사람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지선의 은메달이 햇빛을 받지 않는 실내 조명 속에서도 반짝였다. 그 반짝임 속에는 금메달의 욕망도, 은메달의 아픔도 없었다. 오직 '다시 설 수 있다는 확신'만 있었다.

극기의 진정한 의미가 그 반짝임 속에 담겨 있었다.

"센터장님."

강은비가 말했다.

"뭐?"

"고마워요."

지선이 강은비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너 없이는 못 했을 거야."

지선이 답했다.

최현준이 한 발 물러서서 이 장면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의료진으로서 선수의 신체 회복을 지켜본 것은 많았지만, 이렇게 심리와 신체가 함께 회복되는 순간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준호와 박수연은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은 같은 고통을 견딘 동료였다. 같은 어둠 속에서 함께 빛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지선은 은메달을 다시 들어올렸다.

"모두 같이 가자. 이제부터."

지선이 말했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었다. 그것은 초대였다. 같은 길을 걸어가자는 초대.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재활 센터의 낡은 매트, 기울어진 거울, 삐걱거리는 기계들. 이 모든 것이 이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곳은 더 이상 '부상 선수의 마지막 보루'가 아니었다. 이곳은 '극기를 함께 찾는 공간'이 되었다.

지선의 은메달이 손가락 사이에서 천천히 회전했다. 그 움직임은 마치 새로운 신경이 깨어나는 신호처럼,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이루어졌다.

다섯 사람의 웃음이 재활 센터 사무실에 울렸다.

그것은 승리의 함성이 아니었다.

그것은 확인의 웃음이었다.

'우리는 여기 있다. 그리고 다시 설 수 있다.'

그 확인 속에서, 한지선은 비로소 '완성'의 의미를 안다.

이전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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