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시스템 메시지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부도 선언] 결정석 산출 영구 중단 현재 시장 가치 평가: -87.3% 권장 조치: 자산 유동화 또는 채무 상환 준비

붉은 글씨였다. 진은 크리스탈 타워 최상층 거래소에 서 있었고, 눈앞의 스크린들은 모두 같은 메시지를 반복했다. 초 단위로 숫자가 바뀌었다. -87.5%. -88.1%. -89.2%. 마치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속도로.

"이건... 시뮬레이션이 아니군요."

곁에 선 카일이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15년간 진을 따라다니며 어떤 거래도 실패한 적 없는 남자가, 처음으로 두려움을 드러냈다. 손가락이 떨렸다. 눈빛이 흔들렸다.

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계산했다. 자신의 자산을 정리하는 계산. 크리스탈 타워 지분 45억 결정석 상당. 동결 계좌 내 현금 12억. 채무자들로부터의 월간 이자 수익 3천만. 모두 결정석 기준. 모두 지금 이 순간 휴지조각이 되고 있었다.

24시간 안에 0이 된다.

그 계산을 완료하는 데 3초가 걸렸다.

"타워 방어 시스템을 가동하라. 모든 출입구를 봉쇄한다." 진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상층부 긴급 회의. 1시간 내에 소집."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1시간."

카일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진은 창밖을 바라봤다. 크리스탈 타워 밖의 도시는 이미 혼란에 빠져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있었고, 시스템 상점 앞에는 수백 명이 몰려 있었다. 모두가 자신의 결정석을 꺼내려고 하는 중이었다. 뱅크런. 은행 폐쇄 직전의 그 광경.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진이 있었다.

---

1시간 후, 회의실.

상층부의 주요 인물 12명이 모였다. 강화 길드 대표들, 결정석 독점 상인들, 시스템 관리 위원회 대표. 모두 진처럼 창백한 얼굴이었다. 카일은 진의 뒤에 서 있었는데, 그의 눈빛은 계속 흔들렸다.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듯했다.

"시스템이 명확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위원회 대표 허먼이 말했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재부팅 조건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는 스크린을 켰다.

[시스템 재부팅 조건] 조건 1: 시스템 독점자의 자발적 소멸 조건 2: 새로운 경제 기축의 수립

진은 그 문장을 읽었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했다.

"독점자란 누구를 말하는가?" 그가 물었다.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진을 바라봤다.

"당신입니다." 허먼이 말했다. "시스템이 인정하는 유일한 독점자는... 당신뿐입니다."

진은 그 말을 소화하려고 했다. 자발적 소멸.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했다. 죽음인가? 자산의 포기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왜 나인가?" 진이 물었다. "시스템이 독점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허먼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화면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시스템 독점자 정의] 결정석 산출 네트워크의 90% 이상을 통제하는 자 현재 독점자: Jin (통제율 94.2%) 독점자 판정: 시스템 AI 자동 인식

진은 그 정의를 읽었다. 자신의 통제율이 94.2%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 AI가 왜 자신을 '제거해야 할 변수'로 판정했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했다.

"조건 2는?" 진이 물었다.

"새로운 경제 기축입니다. 결정석을 대체할 수 있는 무엇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화면 저편에서 또 다른 메시지가 떴다.

[붕괴 지점 영상 송출 중]

모니터가 켜졌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붕괴 지점—초기 던전들이 밀집한 지역. 진이 15년 전 약탈한 그곳에서 던전들이 폭발하고 있었다. 무너지는 구조물들, 흩어지는 잔해. 그 속에서 무언가가 검게 타오르고 있었다.

진의 호흡이 가빨라졌다. 가슴팍이 철렁했다. 처음으로 그가 제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했다. 손가락이 탁자를 긁었다. 손톱이 하얀 자국을 남겼다.

"진... 우리는?" 옆에 앉은 상인 도미니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회의실을 나갔다.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

크리스탈 타워 최상층 자신의 서재로 돌아간 진은, 벽장 깊숙이에 보관한 상자를 꺼냈다. 15년을 봉인해둔 그곳에는 계약서가 있었다.

종이는 낡아 있었고, 글씨는 반짝였다. 마치 방금 써진 것처럼.

[패배 거래 (Defeat Transaction)] 계약자: 진 효력: S급 특수 계약 내용: 과거의 승리 기억 하나를 선택하여, 그 사건을 '패배'로 덮어씌울 때, 최대 7일간 시간이 역행한다. 대가: 신체의 단계적 역진화 제한: 10회 사용 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소멸 특수 조항: 10회 거래 시 시스템 재부팅 권한 활성화

진은 그 마지막 조항을 읽었다. 시스템 재부팅 권한.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것이 자신의 살길이라는 것만은 느껴졌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다시 계산하는 것. 자신이 지은 것들을 재구성하는 것. 그 과정에서 이번 붕괴를 막을 방법을 찾는 것.

진은 계약서를 들었다. 종이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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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촌으로 내려간 것은, 자신의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싶었다. 하지만 진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여기 온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을.

붕괴 지점의 영상이 자꾸만 떠올랐다. 검은 연기. 무너지는 던전. 그 속에 남겨진 것들.

하층촌은 지옥이었다. 기아로 인한 폭동, 결정석 부족으로 인한 질병. 진이 고금리로 빌려준 돈을 갚지 못한 자들이 거리에 누워 있었다. 어떤 아이는 어머니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 있었고, 어떤 노인은 시스템 상점 문 앞에 앉아 자신의 팔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화를 해야 하는데, 결정석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다. 강화를 하지 않으면 하층촌에서는 죽는 것과 같았다.

진은 그 광경들을 보며 계산했다. 이들 중 몇 명이 살아남을 것인가. 몇 명이 죽을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손실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진."

목소리가 들렸다. 도진이었다. 진의 채무자 중 한 명이면서, 동시에 유일하게 그를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은 자.

"여기 왜 왔어요?" 도진이 물었다. 그의 눈은 다른 하층민들의 눈과 달랐다. 절망이 아니라 뭔가 다른 감정이 그곳에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상황을 파악하신다고요?" 도진이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비웃음이 아니었다. 오히려 연민이었다. "당신이 파악해야 할 상황은 여기가 아닙니다. 붕괴 지점입니다. 당신이 약탈한 던전들을 보셔야 합니다."

진은 도진을 바라봤다.

"우리를 데려가세요. 붕괴 지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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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지점은 진이 기억하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 15년 전, 진이 처음 그곳에 내려갔을 때는 결정석의 광채가 사방을 밝혔다. 던전의 깊숙한 곳에서 채광한 결정석들이 반짝였고, 진은 그 빛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때 그는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이 결정석들로 시스템 상점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제국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지금 그 자리에는 시신이 있었다.

도진이 손전등을 비췄다. 던전 입구의 벽에는 손가락 자국이 있었다. 누군가가 바위를 파던 흔적. 손톱이 벗겨진 자국도 선명했다. 그들은 결정석을 캐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진이 이미 모두 가져간 후였다.

"3년 전부터 시작됐어요." 도진이 말했다. "당신이 약탈한 던전들에서 결정석이 안 나왔습니다. 우리는 그제야 알았어요. 당신이 이미 모든 것을 가져갔다는 것을."

진은 시신들을 봤다. 수십 구. 아니, 수백 구인지 셀 수 없었다. 썩은 냄새가 폐를 자극했다. 옷가지만 남은 것도 있었고, 뼈만 남은 것도 있었다. 여기서 얼마나 오래 있었던 것인가.

도진이 손전등을 들어올렸다. 그 빛이 한 구의 시신에 머물렀다. 어린이의 크기였다. 손가락은 여전히 굽어 있었고, 그 손가락이 마지막으로 닿았던 바위에는 손톱 자국이 깊이 패여 있었다.

"이 아이는 태호라고 했어요." 도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겨우 여덟 살이었습니다."

진은 태호의 손을 봤다. 그리고 그 손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차가웠다. 뻣뻣했다. 진은 손을 놓지 않았다. 손목을 만져봤다. 맥박이 없었다. 당연했다. 이미 3년 전에 죽었으니까. 하지만 진은 계속 그 손을 잡고 있었다.

"당신이 이 아이를 알아요?" 도진이 물었다.

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호의 얼굴을 봤다. 눈이 감겨 있었고, 입은 조금 벌어 있었다. 마지막 숨을 내쉬던 그 순간의 모습 그대로.

진은 태호의 시신 옆에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으로 태호의 얼굴을 만져봤다. 뺨이 딱딱했다. 이마는 차갑고 축축했다.

손가락이 반응하지 않았다. 신경이 끊어지는 느낌. 마치 손가락이 다른 신체에 속한 것처럼 거리감이 생겼다. 진은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손끝이 흑백으로 변해 있었다. 색감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마치 기억이 왜곡되듯이.

근육이 굳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손가락을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신경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마치 신체의 일부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는 결정했습니다." 도진이 계속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더 이상 당신을 위해 일하지 않겠다고. 당신의 채무자가 되지 않겠다고. 남은 던전들에서 결정석 생산을 멈추겠다고."

진의 호흡이 멈췄다. 손가락이 떨렸다. 태호의 손가락을 다시 잡았다. 그 손가락도 떨리고 있었다. 아니, 진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파업'인가?" 진이 물었다. 목소리가 왜곡되고 있었다.

"파업이 아닙니다." 도진의 목소리에 무언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슬픔이 아니라 결연함이었다. "거부입니다. 당신의 시스템 자체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당신을 도울 겁니다."

진이 도진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도 흐려지고 있었다.

"우리가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이 시스템을 끝내는 것입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끝내는 것입니다."

그 말이 진에게 박혔다. 진은 태호의 손을 놓고 한 발 뒤로 물렸다.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다른 시신의 팔이었다. 그 팔도 차가웠다.

자신의 시스템이 끝나기를. 자신이 끝나기를. 그들은 정말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도진." 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당신은... 왜 나를 도운다고 했는가?"

"당신이 이 시스템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도진이 진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이 진의 어깨에 닿았다. "당신이 이 모든 것을 만들었으니까요. 그리고 당신만이 이것을 끝낼 수 있습니다."

진의 가슴팍이 철렁했다가 다시 조여졌다. 계산이 마비됐다. 논리의 고리가 끊어졌다.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들에게 제공한 것이 충분하지 않은가? 자신이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는가? 자신이 모든 것을 관리하지 않았는가?

손가락 끝이 저렸다. 눈 뒤쪽이 따끔거렸다. 음성이 왜곡되는 공포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숨이 막혔다. 신체가 원시로 돌아가고 있다는 공포. 인간이 아닌 것으로 변해간다는 공포.

진은 손을 들어 올렸다. 색감이 빠져나갔다. 손이 흑백으로 변해갔다. 마치 사진이 퇴색되듯이. 붕괴 지점의 벽들이 물렁거리기 시작했다. 시신들이 페이드아웃됐다. 도진의 얼굴도 흐려졌다. 모든 것이 흑백이 되어갔다.

"도진... 나는..." 진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도진의 손은 이미 닿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당신을 믿습니다." 도진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당신이 옳은 선택을 할 거라고."

진의 손가락이 반응하지 않았다. 신경과 근육 사이에 무언가가 느슷해졌다. 진화의 역순. 신체가 원시로 돌아가고 있었다.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 갔다. 마지막으로 진이 본 것은 태호의 손이었다. 그 손이 검은색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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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7] 역행 시작 기억 회수: 3년 전, 붕괴 지점 첫 약탈 승리

텍스트만 남은 검은 화면. 그 안에서 진의 의식은 추락했다. 중력을 거슬러 상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하강하는 것처럼. 시간이 뒤로 감기는 느낌. 과거로 가라앉는 느낌.

진의 눈이 떠졌다.

검은 어둠 속에서. 횃불의 불빛이 흔들렸다. 손에는 채광 도구가 들려 있었다. 앞에는 결정석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자신보다 약한 광부들이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3년 전의 진이 말했다. "더 캐야 하나?"

광부 중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3년 전의 진은 웃음을 지었다. 그것이 자신의 첫 약탈이었다.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진은—

깨어났다.

하지만 깨어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3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시간이 정말로 역행했다. 패배 거래가 작동했다.

진은 자신의 손을 봤다. 색이 없었다. 흑백이었다. 그리고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신경계가 원시적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손끝이 둔해졌다. 감각이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기억은 있었다. 현재의 모든 기억. 붕괴 지점의 시신들. 태호의 시신. 도진의 말. 시스템의 부도 선언.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3년 전의 광부들은 진을 바라봤다. 그들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진의 눈이 다르다. 진의 움직임이 어색하다.

"진님?" 광부 중 한 명이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으신가요?"

현재의 진은 그들을 봤다. 그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3년 후에 죽을 그들을 지금 보고 있었다. 태호는 어디 있는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나. 아니면 이미 죽어 있나.

진은 채광 도구를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멈춰라." 진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채광을 멈춰라."

광부들이 진을 바라봤다.

"진님?"

"더 이상 캐지 마. 지금 당장 멈춰."

그 순간 진의 귀에 알림음이 울렸다.

[시간 역행 6일 23시간 59분 58초 남음]

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6일 23시간. 그리고 카운트다운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경고: 선택 미이행] 붕괴 지점 채광 중단 명령 발령됨 시스템 감시 대상 추가 추적 시작

알림음이 또 울렸다. 이번엔 다른 음색이었다. 경고음. 위협음.

진은 손을 떨렸다. 광부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진님... 뭐가 어떻게 된 건가요?"

진은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채광을 멈추면 시스템이 추적한다. 그러면 시스템의 재부팅 권한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채광을 계속하면 태호가 죽는다. 3년 후 붕괴 지점에서.

그 순간 진은 깨달았다. 이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도진의 말이 함정이라는 것을. 시스템이 자신을 끝내기 위해 설계한 함정이라는 것을.

시스템의 알고리즘은 명확했다. 채광을 중단하는 순간 재부팅 권한이 박탈된다. 독점자가 자신의 권력을 포기하려 하면, 시스템은 그를 추적하고 무효화한다. 권력을 유지하려면 채광을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도진과 하층민들은 계속 죽는다. 이것이 시스템이 설계한 완벽한 덫이었다.

진은 채광 도구를 다시 집어 들었다. 손이 여전히 떨렸다. 광부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는 진을 향한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 너머에는 절망이 있었다.

"계속 캐라." 진이 말했다. 목소리는 평탄했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가 깨어지는 소리가 있었다. "모두 캐라."

광부들이 움직였다. 도구를 들고 바위를 파기 시작했다. 결정석이 부서지는 소리. 손톱이 깨지는 소리. 그리고 진은 그 소리를 들으며 선택했다.

자신의 제국을 지키기 위해 태호를 버리는 선택.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하층민들을 포기하는 선택.

시스템이 원하는 대로.

그 순간 경고음이 멈췄다.

[추적 해제] 선택 확인됨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패배 거래 9회 사용] 남은 사용 횟수: 1회

진의 손가락이 반응하지 않았다. 더 이상 색감이 돌아오지 않았다. 신체의 역진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진은 알았다.

다음 선택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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