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 타자의 역대급 홈런 법칙
천장이 낡았다.
담장색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천장을 바라보며 한준호는 눈을 떴다. 숨을 고르려 했으나 숨이 나오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 마지막 기억은 2019년 11월, 국제 대회 3주 전 훈련장에서의 발목 부상이었다. 의사는 '은퇴'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고, 한준호는 라켓을 내려놓으려 했다.
그런데 왜 천장이 낡아 있지?
몸을 일으키려다 멈췄다. 손가락을 펼쳤다. 20대 초반의 손이었다. 피부가 팽팽했고, 관절이 매끄러웠다. 손등의 잔주름도 없었다. 팔을 들어올렸다. 근육이 다르다. 2019년의 팔보다 더 탄력 있고, 더 힘이 있었다. 피크 시절이다.
회귀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몸이 경직되었다. 1999년이다. 20년을 돌아갔다. 세계 챔피언이 되기 전, 아무것도 아닌 시절로.
한준호가 손을 펴고 오므렸다. 다시 펼쳤다. 움직인다. 명령대로 움직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손가락 끝이 이상했다. 손가락을 펼 때 그 끝에서 느껴져야 할 공기의 저항감, 손가락 살이 공기와 만나는 미세한 압박감, 그것들이 없었다. 손가락이 공중에서 떠도는 것 같았다. 존재하지만 감각이 없는 손가락.
기숙소 벽에 기대선 한준호는 손가락을 얼굴에 가져갔다. 얼굴은 느껴진다. 손가락이 뺨에 닿는 감각은 살아 있다. 그런데 손가락 끝 자체는? 손끝이 무언가를 만질 때 그 무언가가 전해주는 신호가 없었다. 살짝 닿았는지 세게 닿았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손가락이 죽은 것처럼.
문이 열렸다.
"준호! 너 괜찮아?"
박수진 코치였다. 1999년의 박수진. 30대 초중반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한준호의 맥박을 잡으며 손목을 눌렀다.
"심박수가 비정상이야. 깬 지 얼마야?"
한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박수진의 손이 자신의 손목을 누르고 있었다. 그 손의 온기, 그 손의 압박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자신의 손가락 끝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박수진이 한준호의 얼굴을 들었다. "눈물? 뭐 다쳤어?"
"손가락이..."
한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박수진은 그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들을 하나씩 펼쳤다.
"감각이 없어."
"뭐?"
"손가락 끝이... 감각이 없어."
박수진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한준호의 손가락 끝에 핀을 대고 찔렀다. 아주 가볍게. 한준호는 눈으로 그것을 봤다. 박수진의 손가락이 자신의 손가락 끝을 찌르는 것을 봤다. 그런데 느껴지지 않았다.
"아프지 않아?"
"못 느껴."
박수진이 다시 찔렀다. 더 강하게. 한준호는 여전히 눈으로만 그것을 인식했다. 눈으로 본다. 그런데 신경은 응답하지 않는다.
"의료실로 가자. 지금."
박수진이 한준호를 일으켜 세웠다.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벽에 붙은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1999년 국가대표 선발전 안내]** **개최일: 2월 21일~23일** **장소: 강남 훈련센터 메인 홀** **상위 4명 국제 대회 출전권 획득**
2월이다. 21일까지 며칠이 남았지? 한준호는 손가락으로 계산하려다 멈췄다. 손가락을 사용할 수 없다.
옆 게시판에는 세계 탁구 랭킹이 붙어 있었다.
**1위: 왕리펑(중국) / 2위: 왕훈(중국) / 3위: 장민준(한국) / 4위: 얀-올로프 와를드(스웨덴) / 5위: 이석우(한국)**
한준호의 이름은 없었다. 1999년 현재, 한준호는 아직 세계 랭킹 20위 밖이었다. 하지만 한준호는 알았다. 왕리펑이 2019년 세계 챔피언이 되리라는 것을. 장민준이 결국 15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이석우가 50위권의 안정적 선수로 머물 것을. 그리고 자신이—
의료실 문이 열렸다.
"손가락 감각 검사하자."
의사가 한준호의 손을 잡았다. 여러 가지 도구로 손가락 끝을 자극했다. 한준호는 눈으로 그것을 봤다. 하지만 느껴지지 않았다. 때론 자극이 있는 것처럼 착각했다. 뇌가 기만했다. 본 것이 있으니 느껴져야 한다고 착각했다.
"응답이 없네요."
의사가 중얼거렸다. 박수진과 의사가 속삭이며 뭔가를 나눴다. 한준호는 그들의 입모양만 읽으려 했다. '신경 손상' '재활 가능성' '시간' '불확실'.
"결과가 나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의료실을 나온 한준호는 훈련센터 복도에 섰다. 벽시계가 14시 3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박수진이 옆에 있었다.
"정유진 코치한테 얘기할 거야?"
"아니."
한준호가 대답했다. "일단... 기다려보자."
박수진이 한준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손의 온기는 느껴진다. 하지만 손가락 끝은 여전히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훈련홀로 들어갔다. 탁구대 옆에 라켓이 놓여 있었다. 한준호가 집어 들었다. 손잡이는 느껴진다. 라켓 면도 느껴진다. 그런데 손가락이 라켓을 집었을 때 그 미세한 진동—공이 라켓 면에 닿으면서 생기는 미세한 떨림—그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탁구대 위에 공을 놓았다. 라켓으로 공을 톡 튕겼다.
공은 탄다. 한준호는 그것을 본다. 공이 라켓 면에 닿는 순간, 그 접촉의 시간, 그 압박의 강도, 공이 돌아가는 회전의 느낌—모든 것이 손가락을 통해 뇌에 전달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달되지 않는다.
한준호가 공을 다시 튕겼다. 더 강하게. 공이 높이 뛴다. 그리고 떨어진다. 손가락은 신경의 무응답 상태로 남아 있다.
이석우가 들어왔다.
"어? 준호! 너 언제 왔어?"
이석우는 웃고 있었다. 2019년의 이석우는 국가대표팀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1999년의 이석우는 여전히 훈련에 한창이었다. 그의 얼굴에 피로가 있었다. 하지만 눈은 맑았다.
"그런데 손가락 뭐 해? 왜 저래?"
한준호가 손가락을 쳐다봤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괜찮아. 그냥..."
"뭐 다쳤어? 어제 훈련 때 괜찮던데?"
어제? 한준호는 어제를 기억하지 못한다. 어제는 2019년 11월이었으니까. 아니, 이제는 1999년 2월이다. 어제는 1999년 2월 18일이다. 한준호가 그 날을 살아본 적이 없다.
"그냥... 피로해."
이석우가 옆에 앉았다.
"선발전까지 2주 남았어. 근데 너 요즘 이상한데. 손가락 감각도 이상하고, 움직임도... 뭔가 달라. 너 정말 괜찮아?"
한준호가 이석우를 봤다. 2019년의 이석우는 한준호의 몰락을 지켜본 사람이었다. 그 몰락을 동정하면서도 경쟁해야 하는 비극 속에서 자신도 상처받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석우는 아무것도 모른다.
한준호는 이석우의 눈을 마주했다. 그 눈빛은 맑고 순수했다. 아직 미래를 모르는 눈. 한준호는 침을 삼켰다.
"선발전."
한준호가 중얼거렸다.
"뭐?"
"선발전이 중요해."
정유진 코치가 훈련홀로 들어왔다. 한준호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준호. 너 괜찮아? 왜 얼굴이..."
"괜찮습니다."
한준호가 일어섰다. 라켓을 들었다. 탁구대 맞은편에 섰다.
"선발전 전에 한 판 해볼까?"
정유진이 의아해했다. 하지만 라켓을 들었다. 공을 던졌다.
한준호가 라켓을 휘둘렀다. 공이 탁구대에 닿는 순간, 손가락이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 공의 회전. 공의 속도. 공이 라켓 면의 어느 부분에 닿았는지. 그 모든 정보가 손가락을 통해 뇌에 전달되어야 한다.
공이 네트에 걸렸다.
"뭐 하는 거야?"
정유진이 물었다.
"다시."
정유진이 공을 던졌다. 한준호가 라켓을 휘둘렀다. 공이 탁구대에 닿았다. 이번엔 탁구대 끝을 벗어났다.
"준호. 뭔가 이상한데."
정유진이 라켓을 내렸다. 한준호의 얼굴을 봤다.
"너 손가락 뭐 했어?"
"아무것도..."
"거짓말하지 마. 너 손가락 감각 이상하지? 내가 봐도 느껴진다. 임팩트 타이밍이 다르다."
한준호가 침을 삼켰다. 정유진이 한준호의 손을 들었다.
"박수진한테 검사받아?"
"..."
"받아?"
"응."
정유진의 얼굴이 더 굳었다.
"결과 나왔어?"
"아직."
정유진이 한준호의 손을 놨다. 복도로 나가더니 박수진을 찾으러 갔다. 한준호는 탁구대 앞에 남겨졌다. 공이 탁구대 위에 놓여 있었다. 하얀 공. 그 공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공을 집었다. 공의 표면이 보인다. 손가락이 공을 집고 있는 것을 본다. 하지만 그 감각은 느껴지지 않는다.
의료실에서 의사가 나왔다. 손에 종이를 들고 있었다.
"한준호 선수입니다."
한준호가 일어섰다.
"손가락 감각 검사 결과... 우측 손가락 말단부 감각 손실 70%. 회복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재활 치료를 권장합니다만, 완전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상이 돌았다.
70%. 정확한 숫자였다. 회귀의 대가가 수치로 나타났다. 축복과 저주가 동시에 내려졌다. 20년의 기억은 얻었다. 하지만 그 기억을 구현할 신체는 이제 70% 손상되었다.
박수진이 한준호의 옆에 섰다.
"재활 훈련을 시작하자. 지금부터."
"시간이..."
"2주? 2주밖에 없다."
박수진이 한준호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2주는 시작이야. 넌 이미 시작했어."
한준호가 박수진의 말을 받아들였다. 손을 펼쳤다. 떨리는 손가락이 공기 중에서 움직였다. 미세한 움직임이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벽시계가 15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남은 시간: 13일 8시간 13분]**
정유진이 박수진과 의료실 밖에서 대화를 나눴다.
"손가락 감각 70% 손실이라니. 선발전 2주 전에 이런 일이..."
정유진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가득했다.
"신경은 학습한다."
박수진이 정유진을 봤다.
"2주 동안 집중 재활을 하면 회복 가능성이 있다. 신경이 반응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
"그래도 경기할 수 있을까?"
"모른다. 하지만 한준호는 20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기억이 불완전한 신체를 이끌 수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정유진이 한준호가 있는 훈련실을 봤다. 한준호는 여전히 공을 집고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감각을 찾으려 했다.
박수진이 훈련실로 들어갔다. 한준호를 탁구대 앞에 세웠다.
"손가락 감각 70% 손실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
한준호가 대답하지 않았다.
"공과 라켓의 마찰력을 못 느낀다는 뜻이야. 공의 회전을 손끝으로 감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임팩트 타이밍을 신체 감각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뜻이지."
박수진이 한준호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을 하나씩 펼쳤다.
"하지만 이건 완전한 손실이 아니야. 30%는 남아있다. 그리고 30%에서 시작해야 한다."
"2주 안에?"
한준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처음으로 절박함이 드러났다.
"2주는 너무 짧다."
박수진이 한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동정도, 위로도 없었다. 있는 것은 냉철한 현실 진단뿐이었다.
"2주는 짧다. 하지만 넌 이미 20년을 살아왔다. 미래를 봤다. 미래에서 넌 이 손가락으로 뭘 했어?"
"..."
"말해봐."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박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기억을 따라가면 된다. 완벽한 기억으로 불완전한 손을 이끌어야 한다."
박수진이 한준호를 의료실로 이끌었다. 신경 회복의 기본 원리를 설명했다.
"신경은 반복을 통해 학습한다. 너는 20년 동안 이 손가락으로 타구했다. 그 신경 경로가 뇌에 남아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경로를 다시 깨우는 것이다."
의사가 한준호의 손가락을 여러 도구로 자극했다. 따끔거림, 저항감, 진동. 신경이 반응하는 순서를 확인했다.
"재활 프로세스는 이렇다. 첫 3일은 기초 감각 자극. 공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반복해서 접촉하는 것이다. 다음 4일은 라켓 임팩트 훈련. 공을 받으면서 손가락이 회전과 진동을 감지하는 훈련이다. 마지막 1주일은 경기 시뮬레이션. 실제 경기처럼 움직이면서 신경이 완전히 적응하는 단계다."
박수진이 한준호를 봤다.
"신경 회복 속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1주일에 5~10% 회복이 가능하다."
"그럼 2주면?"
"최대 20% 회복. 50% 손실 상태에서 선발전에 들어가는 거다."
박수진이 한준호의 손을 놨다.
"오늘은 30분만 기초 감각 자극을 한다. 신체도 회복이 필요하다."
훈련실로 돌아온 한준호는 공을 집었다. 박수진의 지시대로 공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반복해서 접촉했다. 1분. 2분. 5분. 10분. 30분.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미세한 따끔거림이 손가락 끝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경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저녁 8시. 훈련센터 식당. 한준호는 밥을 집어 들 수 없었다. 젓가락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손가락이 젓가락의 무게를 느껴야 한다. 밥을 집을 때의 저항감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손가락은 시각적 정보만 전달했다.
젓가락을 집는 손가락이 떨렸다. 밥을 집으려 했으나 떨림이 심했다. 밥이 떨어졌다. 다시 떠먹었다. 밥이 또 떨어졌다.
이석우가 한준호 옆에 앉았다.
"너 뭐 하는 거야?"
한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밥을 계속 떠먹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밤 11시. 훈련센터 기숙사. 한준호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손을 펼쳤다. 손가락을 한 개씩 구부렸다. 펼쳤다. 구부렸다. 펼쳤다. 그 반복 속에서 감각을 찾으려 했다.
천장의 불빛이 손가락을 비추고 있었다. 손가락은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신경의 무응답 상태는 계속됐다. 완벽한 기억은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을 구현할 신체는 손상되어 있었다.
한준호는 손을 가슴 위에 올렸다. 가슴이 뛰고 있었다. 심박수가 빨랐다.
박수진이 기숙사 복도를 걸어가다 한준호의 방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봤다. 들어갔다. 한준호는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자야지."
박수진이 불을 껐다. 한준호의 손을 내려놨다.
"신경도 회복이 필요하다. 무리하면 더 손상될 수 있다."
"감각이 돌아오지 않는다."
한준호의 목소리가 어두웠다.
"당연하지. 3시간 만에 회복될 리가 없다. 신경학적 재활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넌 이미 본 거야. 20년 뒤의 너. 그 너는 어떻게 했어?"
"완벽하게 했다."
"완벽하게? 그럼 지금 넌?"
"불완전하다."
박수진이 한준호의 손을 들었다. 손가락을 펼쳤다.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게 첫 번째 단계야. 너는 이미 그 단계에 들어섰다. 다음은 불완전함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박수진이 일어섰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재활이 시작된다. 낮 3시간, 밤 1시간. 총 4시간씩. 선발전까지 매일. 가능해?"
"응."
한준호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말 뒤에는 확신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박수진이 문을 나갔다. 복도의 불이 꺼졌다. 훈련센터는 다시 조용해졌다. 한준호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손을 펼쳤다. 손가락을 봤다.
손가락은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남은 시간: 12일 21시간]**
다음 날 오후. 훈련실. 박수진이 한준호를 탁구대 앞에 세웠다. 공 한 개를 손에 들려줬다.
"이제 공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느껴야 한다."
박수진이 한준호의 손가락을 펼쳤다. 손가락 끝에 작은 공을 대고 천천히 눌렀다. 한준호는 시각으로만 그것을 인식했다.
"처음엔 따끔거림이 올 거야. 신경이 깨어나는 신호다."
박수진이 공을 한준호의 손가락 끝에 더 강하게 눌렀다.
"느껴?"
"조금... 따끔거린다."
한준호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 처음으로 손가락이 무언가를 감지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신경이 깨어나고 있었다.
"좋다. 그게 시작이다."
박수진이 공을 놨다. 한준호의 손에 공을 쥐어줬다.
"이제 넌 이 공을 굴려야 한다. 매일 1시간씩. 공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굴리면서. 따끔거림을 찾으면서."
한준호가 공을 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여전히 시각적 피드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박수진의 말이 맞았다. 미세한 따끔거림이 손가락 끝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경이 깨어나고 있었다.
정유진이 들어왔다. 한준호의 손을 봤다.
"감각이 돌아오고 있어?"
"조금씩."
한준호가 대답했다.
"그럼 내일은 라켓 임팩트 훈련을 시작한다. 공을 받으면서 손가락이 공의 회전을 감지해야 한다."
정유진이 박수진을 봤다.
"2주 안에 정말 가능할까?"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따끔거림이 좋은 신호다. 신경이 깨어나고 있다는 뜻이니까."
정유진이 한준호의 훈련을 관찰했다. 손가락이 공을 굴리고 있었다. 미세한 움직임이지만, 분명히 신경이 반응하고 있었다.
"훈련 일정을 조정해야겠다. 다른 선수들과의 경기는 잠시 미루고, 한준호는 재활에만 집중하게 하자. 그리고 팀 내에는 아직 공지하지 말자. 불필요한 관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박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선수도 준비해둬야 할 것 같은데?"
"아직은 아니다. 한준호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1주일 뒤 재검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
저녁 시간. 한준호는 기숙사 방에서 공을 굴리고 있었다. 따끔거림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었다. 신경이 깨어나고 있었다.
밤 11시. 한준호는 여전히 공을 굴리고 있었다. 따끔거림. 미세한 저항감. 신경이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새벽 1시. 한준호는 손가락을 펼쳤다. 공을 집었다. 따끔거림이 더 명확해졌다. 신경이 학습하고 있었다. 20년 전의 신경이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남은 시간: 11일 22시간]**
시간은 계속 흘러내려갔다. 초침이 움직였다. 분침이 움직였다. 시침이 움직였다. 그 움직임 속에서 한준호는 손가락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완벽한 기억.
불완전한 손.
그 둘 사이의 간격이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다.
하지만 2주는 여전히 짧았다.
다음 날 오후. 훈련실. 박수진이 한준호를 탁구대 앞에 세웠다.
"이제 라켓으로 공을 받는 훈련이다. 공을 받으면서 손가락이 느껴야 할 것들을 하나씩 깨워야 한다."
박수진이 공을 던졌다. 한준호가 라켓을 휘둘렀다. 공이 탁구대에 닿았다. 손가락이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 아직 약했지만, 신경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공이 돌아왔다. 한준호가 다시 라켓을 휘둘렀다. 공이 탁구대에 닿았다. 손가락이 다시 진동을 느꼈다.
"좋다. 계속해."
박수진이 공을 계속 던졌다. 한준호가 계속 라켓을 휘둘렀다. 공이 계속 탁구대에 닿았다. 손가락이 계속 진동을 느꼈다.
30분. 1시간. 2시간. 3시간. 훈련이 계속됐다.
정유진이 훈련실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준호. 손가락 어때?"
"따끔거림이 점점 명확해진다. 진동도 조금씩 느껴진다."
한준호가 대답했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그 떨림 속에는 희망이 섞여 있었다.
"그럼 내일부터는 경기 시뮬레이션을 시작해야겠다. 실제 경기처럼 움직이면서 손가락이 적응해야 한다."
정유진이 박수진을 봤다.
"가능할까?"
"모른다. 하지만 시도해야 한다."
저녁 시간. 한준호는 기숙사 방에서 손가락을 펼쳤다. 따끔거림이 더 명확해졌다. 미세한 저항감도 느껴졌다. 신경이 점점 깨어나고 있었다.
밤 11시. 한준호는 여전히 깨어있었다. 손가락을 봤다. 떨림이 줄어들고 있었다. 신경이 안정화되고 있었다.
새벽 1시. 한준호는 손가락을 펼쳤다. 공을 집었다. 따끔거림. 저항감. 진동. 모든 감각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었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남은 시간: 10일 20시간]**
시간은 계속 흘러내려갔다. 한준호는 매일 4시간씩 훈련했다. 낮 3시간, 밤 1시간. 손가락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일주일이 지났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남은 시간: 7일 8시간]**
박수진이 한준호를 의료실로 불렀다.
"감각 재검사를 해보자."
의사가 한준호의 손가락을 여러 도구로 자극했다. 한준호는 이전과 달리 대부분의 자극을 느꼈다.
"결과... 감각 손실 50%로 개선되었습니다."
한준호의 눈이 커졌다. 50%. 정확히 박수진이 예상했던 수치였다. 1주일에 20% 회복. 신경이 학습하고 있었다.
"좋은 진전이다."
박수진이 말했다. "하지만 아직 1주일이 남았다. 남은 1주일 동안 최대한 회복시켜야 한다."
"50% 손실 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 있을까?"
한준호가 물었다.
"모른다. 하지만 넌 이미 세계 챔피언을 봤다. 그 기억이 있다면, 50%의 신체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박수진이 한준호의 손을 들었다.
"남은 1주일. 최대한 밀어붙여보자."
훈련은 더 강해졌다. 낮 4시간, 밤 2시간. 총 6시간씩. 선수의 신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까지.
한준호는 라켓을 놨다 집었다를 반복했다. 공을 받았다. 공을 쳤다. 손가락의 감각이 점점 명확해졌다.
정유진이 훈련을 관찰했다. 한준호의 임팩트 타이밍이 점점 정확해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공의 회전을 감지하고 있었다.
"좋아진다."
정유진이 박수진에게 말했다.
"신경이 학습하고 있다."
박수진이 대답했다.
5일이 남았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남은 시간: 5일 12시간]**
한준호는 경기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정유진과 이석우와 경기를 하면서. 실제 경기처럼 움직이면서. 손가락이 적응해야 했다.
첫 경기. 한준호는 졌다. 손가락의 감각이 아직 불완전했다.
두 번째 경기. 한준호는 졌다. 하지만 점수는 더 좋았다.
세 번째 경기. 한준호는 이겼다. 손가락이 공의 회전을 감지했다. 신경이 기억을 되찾았다.
정유진이 한준호를 봤다.
"좋아진다. 정말 좋아진다."
한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펼쳤다. 따끔거림. 저항감. 진동. 모든 감각이 명확했다.
3일이 남았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남은 시간: 3일 8시간]**
의료실. 감각 재검사.
"감각 손실 35%로 개선되었습니다."
한준호의 손가락이 35% 손실 상태로 회복되었다. 2주 동안 35% 회복. 신경이 완벽하게 학습했다.
"충분하다."
박수진이 말했다.
"이제 넌 준비가 됐다."
2일이 남았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남은 시간: 2일 8시간]**
한준호는 경기 시뮬레이션을 계속했다. 정유진, 이석우, 박수진까지 모두 상대로. 손가락이 완벽하게 작동했다. 신경이 완벽하게 신호를 보냈다.
한준호는 모두를 이겼다.
1일이 남았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남은 시간: 1일 8시간]**
훈련센터는 조용했다. 한준호는 탁구대 앞에 서 있었다. 라켓을 들었다. 공을 던졌다. 라켓을 휘둘렀다.
공이 탁구대에 닿았다. 손가락이 진동을 느꼈다. 공의 회전을 감지했다. 신경이 신호를 보냈다.
완벽한 기억.
거의 완벽한 손.
그 둘이 하나가 되었다.
정유진이 한준호를 봤다.
"준비됐어?"
"응."
한준호가 대답했다.
"그럼 내일 선발전에서 만나자. 그리고 이겨."
정유진이 한준호의 어깨를 쳤다.
박수진이 한준호의 손을 들었다.
"너는 이미 세계 챔피언이다. 이제 그걸 증명하면 된다."
한준호가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떨리지 않았다. 신경이 안정화되었다. 신경이 기억을 되찾았다.
밤 11시. 기숙사. 한준호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손을 펼쳤다. 손가락을 봤다.
따끔거림. 저항감. 진동. 모든 감각이 명확했다.
손가락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새벽 3시. 한준호는 여전히 깨어있었다. 손을 펼쳤다. 공을 집었다. 손가락이 공의 표면을 느꼈다. 신경이 신호를 보냈다.
완벽한 기억.
거의 완벽한 손.
2주의 재활이 끝났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남은 시간: 0일 8시간]**
시간은 계속 흘러내려갔다. 초침이 움직였다. 분침이 움직였다. 시침이 움직였다.
그 움직임 속에서 한준호는 손가락을 펼쳤다.
손가락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신경은 기억을 되찾았다.
20년의 기억이 불완전한 손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손은 이제 거의 완벽했다.
오전 10시. 강남 훈련센터 메인 홀. 선발전이 시작되었다.
한준호는 탁구대 앞에 섰다. 상대는 이석우였다.
공이 날아왔다.
한준호가 라켓을 휘둘렀다.
공이 탁구대에 닿았다.
손가락이 진동을 느꼈다.
신경이 신호를 보냈다.
완벽한 기억이 거의 완벽한 손을 이끌었다.
공이 돌아왔다.
한준호가 다시 라켓을 휘둘렀다.
점수가 올랐다.
정유진이 한준호를 봤다. 정유진의 눈빛이 변했다. 의심에서 확신으로. 한준호가 이겨갈 것을 알았다.
박수진도 한준호를 봤다. 박수진의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한준호는 이겼다.
다음 경기. 한준호의 상대는 장민준이었다.
공이 날아왔다.
한준호가 라켓을 휘둘렀다.
임팩트 타이밍이 완벽했다.
손가락이 공의 회전을 완벽하게 감지했다.
신경이 기억을 따라갔다.
20년 뒤의 기억이 현재의 손을 이끌었다.
한준호는 이겼다.
마지막 경기. 한준호의 상대는 왕리펑이었다. 아직 세계 1위인 왕리펑.
공이 날아왔다.
한준호가 라켓을 휘둘렀다.
공이 탁구대에 닿았다.
손가락이 진동을 느꼈다.
신경이 신호를 보냈다.
완벽한 기억이 거의 완벽한 손을 이끌었다.
공이 돌아왔다.
한준호가 다시 라켓을 휘둘렀다.
점수가 올랐다.
정유진의 눈이 반짝였다.
박수진의 미소가 더 커졌다.
그리고 한준호는 이겼다.
국가대표 선발전. 한준호는 상위 4명에 들었다.
국제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손가락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신경은 기억을 되찾았다.
20년의 기억이 불완전한 손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손은 이제 거의 완벽했다.
정유진이 한준호를 불렀다.
"준호. 선발전 출전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한준호가 정유진을 봤다.
"출전하겠습니다."
한준호가 대답했다.
정유진의 얼굴에 고민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한준호의 눈빛을 본 정유진은 결정했다.
"좋아. 국제 대회에 출전한다. 넌 준비가 됐어?"
한준호가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떨리지 않았다.
신경이 안정화되었다.
신경이 기억을 되찾았다.
"응. 준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