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곱 번째 저주와 진정한 쌍방 구원
침실의 창문이 깨지는 순간, 카라의 귀가 먼저 반응했다. 유리가 부서지는 음성 아래로, 더 큰 음성이 울렸다. 시스템창의 경고음이다.
*[일곱 번째 저주 활성화. 남은 시간: 47시간 51분]*
카라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레한이 먼저 검을 들고 창문 너머로 내려다봤지만, 이미 그림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침실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이 창밖의 달빛을 반사했다.
"괜찮아?"
레한의 손이 카라의 팔을 감싸 잡았다. 따뜻한 손이었지만, 카라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시스템창을 켜 봤다. 글자들이 투명해지고 있었다. 수치들도 흐려지고 있었다. 집착도, 질투도, 사랑도 모두가 희미해져 가는 중이었다.
"레한."
카라의 목소리는 작았다.
"시스템이 죽어가고 있어."
*[감정공명 시스템 안정도: 23%]*
레한이 카라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지금까지 카라는 시스템창을 통해 세상을 읽어왔다. 레한의 감정 수치를 보고, 그의 다음 행동을 예측했다. 그 창이 사라진다는 것은, 자신이 완전히 맨손으로 이 세계에 내던져진다는 뜻이었다.
"넌 절대 혼자가 아니야."
레한의 말이 들렸지만, 카라는 그것을 수치로 변환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진심인지,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당신을 믿어야 한다는 게, 그게 뭐하는 건데?"
카라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레한을 밀어냈다. 차갑게.
"지금까지 난 시스템으로 당신을 읽었어. 당신의 감정을 수치로 변환했고, 그 수치를 조종했어. 그게 생존이었어. 그게 안전이었어. 근데 이제 그게 없으면?"
카라의 손이 떨렸다.
"난 뭐가 되는 거야?"
침실의 불이 희미했다. 카라의 얼굴은 반쯤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레한은 그녀의 모습을 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그녀의 공포를 읽고 있었다. 시스템창이 없어도, 그는 읽을 수 있었다. 그 공포는 자신의 것과 같은 종류였으니까.
레한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카라가 다시 물러났다.
"당신은 내 감정을 수치로 봤어. 그럼 난 뭐야? 당신이 조종할 수 있는 도구? 아니면 당신의 생존을 위한 도구?"
카라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내가 시스템 없이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어. 왜냐하면 난 지금까지 당신을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으니까."
레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것은 카라가 예상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수치가 아니라 눈으로 직접 봐야 하는 것이었다. 그 창백함의 무게를 온전히 느껴야 했다.
"그럼 우리는 뭐야?"
레한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부서질 듯했다.
"당신은 내 집착의 대상이었어. 내 생존의 수단이었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
카라가 말했다. 말하면서도 자신의 심장이 갈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시스템이 죽어가면서 난 깨달았어. 당신이 없으면 난 죽는다는 걸. 당신이 없으면 난 살 수 없다는 걸. 그게 사랑인지, 또 다른 집착인지 모르겠어."
침실이 조용해졌다. 오직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레한이 천천히 카라에게 다시 다가갔다. 이번엔 카라가 물러나지 않았다.
"그럼 나도 같은 거야. 난 너 없이 살 수 없어. 너를 잃을까 봐 미쳐버릴 것 같아. 그게 사랑인지 집착인지 난 모르겠어. 하지만 난 알아. 지금 이 순간, 너를 잃는 것보다 무서운 건 없다는 걸."
레한의 손이 카라의 뺨을 어루만졌다.
"우린 함께 알아가자. 시스템 없이, 수치 없이. 이게 진정한 사랑인지 또 다른 지옥인지."
카라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떴다.
"당신을 믿을 수 없어."
카라가 말했다.
"그럼 나를 믿어. 내가 너를 놓지 않을 거라고."
레한이 카라를 안았다. 카라는 저항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기지도 않았다. 그저 서 있었다. 그의 팔 안에서,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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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밤중의 성처럼 고요했다. 촛불이 켜져 있었고, 책들이 벽을 따라 층을 이루고 있었다. 카라는 이 공간을 사랑했다. 이 도서관에서만 자신이 '카라'가 아닌 '지은'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 안식처도 낯설어 보였다.
카라와 레한은 마주 앉았다. 테이블 사이로 촛불이 흔들렸다. 시스템창을 켜 봤다.
*[감정공명 시스템 안정도: 12%]*
거의 죽은 상태였다. 글자가 흐릿해지고, 화면 전체가 깜빡거렸다. 카라의 눈앞이 순간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마치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는 것처럼. 기억이 엉킬 듯했다. 레한의 얼굴이 두 개로 보였다가 하나로 수렴했다.
"넌 나를 어떻게 봐?"
레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카라가 대답하지 않았다. 시스템창을 들여다봤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레한의 감정 수치가 사라져 있었다. 오직 그의 얼굴만 남아 있었다. 진지한 얼굴. 두려운 얼굴. 그리고 간절한 얼굴.
"넌 왜 나를 두려워하니?"
레한이 다시 묻는 건 아니었다. 다만, 과거의 질문을 다시 꺼냈을 뿐이었다. 카라가 한 번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그 질문.
카라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과거처럼 시스템창을 들여다보려는 습관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답이 이미 심장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답은 단순하지 않았다.
"저는 당신을 보지 않아요."
카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을 느껴요. 당신의 상처를 느껴요. 아버지의 손에 짓이겨진, 그 깊은 상처. 당신의 두려움을 느껴요. 누군가를 잃을까 봐 그 사람을 놓지 못하는 그 두려움."
카라가 테이블 너머로 손을 내밀었다. 레한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떨렸다. 카라는 그 손의 맥박을 느꼈다.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한, 살아 있는 것의 증거. 시스템창이 보여주던 수치와는 완전히 다른 언어였다.
"처음엔 시스템으로 당신을 조종했어요. 당신을 도구처럼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시스템이 죽어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난 당신을 느껴요."
카라가 레한의 손을 더 꼭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경직되어 있었다. 공포에 떠는 손가락. 카라는 그것을 읽었다. 시스템 없이, 오직 감각만으로.
"당신의 눈빛을 봐요. 지금 당신은 내가 떠나갈까 봐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 두려움이 당신의 눈에 맺혀 있어.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요. 떨리고 있지만, 그 안에 약속이 있어. 절대 놓지 않겠다는 약속."
레한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것은 단순한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처음으로 자신이 '레한'이라는 이름으로 읽혀진 순간의 눈물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황자였고, 소유욕의 화신이었고, 집착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카라는 그 이름 아래의 상처를 봤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왔다. 레한은 손등으로 닦지 않았다. 그냥 흘렸다.
"그럼 넌? 난 너를 어떻게 봐야 돼?"
레한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런데 그것이 더 간절했다.
카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울음인지 웃음인지 구분되지 않는 음성이 도서관을 울렸다.
"난 카라예요. 그리고 지은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예요. 그게 전부야."
순간, 카라의 시스템창이 완전히 사라졌다.
화면이 깜깜해졌다. 수치가 모두 사라졌다. 레한의 감정 상태도, 카라 자신의 자아 안정도도, 남은 시간도 모두가 사라졌다.
그 순간, 카라의 몸에서 은빛이 터져 나왔다.
팔뚝부터 시작된 은색 빛이 가슴으로 전해졌다. 일곱 번째 저주의 마지막 조각이 깨지는 음성이 들렸다. 부서지는 소리. 마치 얼음이 깨지듯, 쇠사슬이 끊어지듯. 카라의 피부 위에 남아 있던 검은 문양들이 은빛에 녹아내렸다. 마치 눈이 녹듯, 부드럽게.
은빛이 카라 전신을 감싸 올랐다. 그것은 폭발이라기보다는 부활이었다. 마치 누에가 고치에서 벗어나 나비가 되듯, 카라는 은빛 속에서 새로 태어났다.
레한도 그 빛에 감싸였다. 두 사람이 은빛의 중심에 있었다. 하나가 되는 듯했다. 레한이 카라의 손을 놓지 않았다. 저주가 풀리는 순간에도,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카라는 눈을 감았다.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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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완전히 소멸했다. 수치도, 경고음도, 그 차갑고 투명한 화면도 모두 사라졌다.
그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지금까지 카라를 지탱해온 모든 것이 증발했다. 숫자로 읽을 수 있던 세상이 갑자기 혼돈으로 변했다. 레한의 감정을 수치로 알 수 없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자신의 감정도 수치로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자유로운지 구분할 수 없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동시에 뭔가가 터져 나왔다. 시스템창이 주던 통제감이 사라지자,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순수한 감정이었다. 수치 없는 감정. 측정 불가능한 감정. 그것이 얼마나 강렬한지,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를 수 없었다.
눈물이 흘렀다. 공포의 눈물인지, 해방감의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둘 다였을 것이다. 시스템이 없으면 자신은 누구인가? 수치 없이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가? 레한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들이 동시에 카라를 짓눌렀다. 하지만 동시에 그 질문들이 자신을 살아 있게 했다.
카라는 손을 들어 올렸다. 떨리는 손. 더 이상 시스템창이 뜨지 않는 손. 그 손으로 레한의 얼굴을 만졌다. 따뜻했다. 숫자가 아니라, 순수한 따뜻함이었다. 그것이 사랑인지 집착인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순간, 이 따뜻함이 실제라는 것이었다.
"넌 여기 있어?"
카라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여기 있어. 항상 여기 있을 거야."
레한의 목소리도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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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밝아올 때쯤, 황실에서 근위대가 도착했다.
카라와 레한이 저택의 응접실에 나갔을 때, 근위대 대장은 황제의 명령을 전했다. 매튜 백작과 아이리스의 체포 명령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카라는 근위대 대장을 바라봤다.
"매튜 백작은 어디에 있습니까?"
카라가 물었다.
"현재 황실 경계를 벗어나 도주 중입니다. 추적 중이지만—"
"우리도 함께 가겠습니다."
카라가 말했다. 레한이 카라의 손을 잡았다. 이것은 단순한 도주 사건이 아니었다. 이것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마지막 저주였다. 그들이 직접 마주해야 했다.
근위대는 카라와 레한을 마차에 태웠다. 황실 경계를 벗어난 숲길을 따라 달렸다. 말발굽이 흙을 치는 소리가 울렸다. 카라는 창밖을 바라봤다. 동이 트고 있었다.
두 시간 뒤, 숲의 끝자락에서 매튜 백작의 마차가 발견되었다. 그는 황실 영토를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황제의 추적대에 포위되어 있었다. 매튜 백작은 검을 들고 저항했다. 하지만 근위대의 수는 압도적이었다.
"항복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근위대 대장이 외쳤다.
매튜 백작은 한 번 더 검을 들었다가, 결국 항복했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근위대가 그를 포박했다.
카라와 레한이 마차에서 내렸다. 매튜 백작은 카라를 봤을 때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신이 저를 고발했습니까?"
매튜 백작이 물었다.
"아니요."
카라가 대답했다.
"당신의 죄가 당신을 고발했습니다."
그것이 전부였다. 카라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매튜 백작을 보지 않았다. 단지 레한의 손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근위대가 매튜 백작을 황실로 호송했다. 그의 비리는 이미 황제의 조사 대상이 되어 있었다. 황실 금고에서 빼돌린 자금, 귀족들과의 비밀 거래, 황실 내 반란 모의. 그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한편, 아이리스는 황실로 돌아오는 길에 근위대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녀가 황실 내에서 저지른 모든 행동들이 조사 대상이 되었다. 카라에게 독을 먹이려 시도한 일, 레한을 조종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린 일, 황실 기록을 위조한 일. 황제는 그녀가 황실로 돌아오는 즉시 투옥하겠다고 선언했다.
카라와 레한은 황실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마차를 탔다.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왔다. 카라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더 이상 검은 문양이 없었다. 일곱 번째 저주는 완전히 풀렸다.
"이제 끝났어?"
카라가 레한에게 물었다.
"아직 아니야. 하지만 우린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레한이 카라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함께 극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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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더 지났다.
황실 궁전의 정원에서 공식 선언이 있었다. 라이엘 제국의 황자 레한이 카라를 자신의 왕비 후보로 삼겠다는 선언. 그것은 단순한 정치적 결합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의 공식 인정이었다.
루시아는 카라 곁에 서서 축복의 말을 건넸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질투의 눈물이 아니었다. 진정한 친구로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축복하는 눈물이었다.
"당신이 행복해 보여서, 난 행복해."
루시아가 카라의 손을 잡았다. 시스템창이 없어도, 카라는 루시아의 감정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순수한 기쁨이었다. 집착에서 벗어난 진정한 기쁨.
카라가 루시아를 안았다. 오랫동안. 루시아도 카라를 안았다. 두 사람 모두 눈물을 흘렸다.
에이든은 멀리 나무 아래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뭔가 불안한 것이 있었다. 카라의 시스템창을 만들었던 그의 죄책감이, 이제 그녀의 구원으로 변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깨끗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의 손은 자꾸 주머니를 향했다. 무언가 불안한 것처럼.
루시아도 카라를 축하하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마치 뭔가 더 있을 것을 아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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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궁전의 정원을 거닐며 카라와 레한이 나란히 걸었다. 햇빛이 그들의 얼굴을 밝혔다. 저택에서 본 것 같은 죽은 나무가 여기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 나무는 더 이상 죽어 있지 않았다. 하얀 꽃이 만발했다. 그 옆에는 하나의 새로운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레한이 심은 나무였다. 그것도 피어나고 있었다.
봄이 왔다. 정말로.
카라가 정원의 벤치에 앉았다. 레한도 옆에 앉았다. 그들 사이에는 아무 말도 필요 없었다. 단지 손을 맞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카라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레한의 손과 자신의 손이 맞닿은 부분을 바라봤다. 손가락 사이로 햇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 따뜻함은 어떤 수치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것은 순전히 감각이었다. 피부와 피부가 만나는 순간의 따뜻함. 그것이 사랑이었다.
"난 살았어. 진정으로 살았어."
카라가 중얼거렸다.
"우린 함께 살아갈 거야."
레한이 카라의 손을 더 꼭 잡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더 이상 집착이 아닌, 진정한 확신.
카라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엔 순수한 웃음이었다. 울음도 아니고, 가면도 아니고, 계산도 아닌. 진정한 웃음.
"우린 이제 시작이야."
카라가 하늘을 봤다. 낮이었지만 별이 보였다. 아니, 보이는 것 같았다. 시스템창도, 저주도, 외부의 위협도 없었다. 오직 두 사람의 손이 맞닿은 따뜻함만이 남았다.
황실 정원의 끝자락, 그 죽은 나무 옆에서 카라와 레한은 멈춰 섰다. 하얀 꽃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 꽃들이 피어난 것처럼, 자신들도 다시 피어났다. 저주 속에서, 시스템창의 수치 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랑으로.
레한이 카라의 어깨에 팔을 두었다. 카라가 레한의 팔을 잡았다. 이 손을 놓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
밝은 햇빛 아래, 두 사람은 계속 걸었다. 미래를 향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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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마부가 마차를 세웠다. 앞길에 낡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마부가 내려가 그것을 집어 올렸다. 상자 위에는 카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발신인은 없었다.
마부가 상자를 카라에게 건넸다. 카라가 그것을 받았다. 무거웠다. 레한의 얼굴이 굳었다. 그의 손이 카라의 손을 잡았다. 마치 그것을 놓지 않겠다는 듯이.
"뭐야?"
카라가 중얼거렸다.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낡은 일기장이 들어 있었다. 표지에는 '지은의 일기'라고 적혀 있었다. 카라의 손이 떨렸다. 이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자신이 전생에서 썼던 일기였다. 지은이라는 이름으로 살던 시절의 기억.
그 일기장 위에는 한 장의 편지가 있었다.
*'카라여.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당신의 모든 저주가 풀렸는가? 그렇다면, 이 편지를 읽어야 할 시간이 왔다. 당신이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당신의 저주는 단순한 저주가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저주였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아직 살아 있다.'*
편지는 여기서 끝났다. 서명은 없었다.
레한이 편지를 빼앗아 읽었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뭔가 더 있어."
카라가 중얼거렸다. 일기장을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다음 저주는 당신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레한의 것이다.'*
마차 안이 얼어붙었다. 레한의 손이 카라의 손에서 떨어졌다. 아니, 떨어지지 않았다. 더 꼭 잡았다.
"우리가 함께 극복할 거야."
레한이 중얼거렸다. 마치 자신에게 말하듯이.
"우리가 함께."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마치 무언가 더 큰 것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이.
카라는 일기장을 들었다. 그 안에는 자신이 잊었던 기억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들 속에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진실이 숨어 있었다.
봄 햇빛이 마차를 통해 들어왔다. 하지만 그 빛도 이제는 따뜻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