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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래 무기로 열강을 압도하다

지평선 · 당신의 선택이 결말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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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방인의 거대한 공장

매캐한 오존의 향과 대지를 뒤흔드는 진동 속에서 당신은 서서히 눈을 뜹니다.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이질적인 청색 광을 발하는 홀로그램 인터페이스와, 당신의 등 뒤에서 거대한 짐승처럼 웅크린 채 증기와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지능형 자동화 제조 기지'의 거대한 실루엣입니다. 시공간의 왜곡을 뚫고 19세기 말 조선의 대지에 불시착한 이 미래의 성채는, 사방이 논밭과 야산으로 둘러싸인 황량한 평야 한복판에 기괴한 철옹성처럼 솟아 있습니다.

하지만 감탄과 혼란에 빠져 있을 시간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공장의 외곽 초소형 정찰 센서가 전송하는 외부 영상에는, 횃불을 치켜든 수백 명의 군상들이 포착됩니다. 그들은 정강이까지 차오르는 겨울철의 진흙길을 헤치며 이 거대한 무쇠 요새를 향해 진군하고 있습니다. 선두에 선 자는 비단 포를 두르고 조라치들을 거느린 이 지역의 토호 세력이며, 그 뒤를 따르는 것은 조총과 삼지창으로 무장한 지방 군관과 사병들입니다. 군수와 결탁한 저 향리들에게, 하늘에서 떨어진 이 철의 궁전은 조정이 알기 전에 먼저 약탈하여 사사로이 채워야 할 미증유의 노다지로 보였을 터입니다. "요사스러운 서학의 물건이 흉계를 부린다"라 외치며 살기를 뿜어내는 수령의 사주 어린 명성이 지지직거리는 스피커 필터를 거쳐 당신의 고막에 가닿습니다.

현재 공장 내의 전력 생산 장치인 소형 핵융합로는 정상 가동 중이나, 기기를 식힐 냉각수의 공급원인 인근 하천은 갈수기를 맞아 수량이 극히 빈약합니다. 또한, 원자재 합성 장치에 장전된 고순도 희토류와 특수 합금의 초기 비축량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무지한 침략자들을 쓸어버릴 화력은 충분하지만, 그 대가로 초래될 인근 고을들과의 전면적인 보급 차단은 향후 공장의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유황, 석탄, 목탄 등의 전통적 자원 수급 루트를 완전히 파괴할 위험이 큽니다. 과학의 경이가 아무리 장대할지라도, 당대 조선의 조세 체계와 유통망이라는 경제적 한계 속에서 고립되면 결국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 당신을 압박합니다.

외곽 방벽을 두드리는 조잡한 철환의 타격음이 요새 내부의 격벽을 타고 둔탁한 진동으로 전해옵니다. 제어 콘솔의 중앙 인공지능이 적대 세력의 무단 침입을 선언하고, 자동 방어 격멸 포탑의 기동 권한을 승인해 달라며 붉은색 경고등을 점멸합니다. 조총의 사거리를 아득히 상회하는 정밀 유도 병기가 포신을 서서히 들어 올리는 순간입니다.

대포의 섬광으로 이 땅의 지배자들에게 압도적인 공포를 각인시키고 기지의 절대적 성역화를 꾀할 것인가. 아니면 저들이 품은 종교적 경외심과 무지를 역으로 이용하여, 보급품의 낭비 없이 완만한 타협의 물꼬를 틀 것인가. 제어 콘솔 앞에서 당신의 손끝이 무거운 선택을 앞두고 멈춰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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