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INTERACTIVE

내 소꿉친구를 구원하는 첫사랑 법칙

라온달 · 당신의 선택이 결말을 바꿉니다

작품 홈 ↗

#1

빗속에 주저앉은 그림자

뺨을 스치는 빗방울이 차갑다기보다 아프게 느껴지는 계절의 길목이다. 늦봄과 초여름의 경계, 변덕스러운 하늘은 한낮의 다정한 온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친 장대비를 쏟아내고 있다.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내쉬며 당신은 가쁜 호흡을 몰아쉰다. 가슴 밑바닥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뜨겁지만, 골목길을 달리는 당신의 발걸음은 조금도 늦춰지지 않는다. 빗물이 신발 안쪽까지 축축하게 적셔오고, 흐려진 시야 너머로 오직 한 사람의 실루엣만이 번져간다.

골목 모퉁이를 돌자, 유난히 낡아 깜빡이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젖은 아스팔트 바닥에 위태롭게 번진다. 그리고 그 어스름한 불빛 아래, 거짓말처럼 익숙한 뒷모습이 웅크리고 있다.

서하다.

비를 피할 생각조차 못 한 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그녀의 작은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 평소 그녀에게서 흔들리듯 배어 나오던 은방울꽃 향기는 온데간데없고, 지금 좁은 골목길을 채우고 있는 것은 폭우에 짓이겨진 비린 흙내음과 물에 젖어 꺾인 아카시아 잎사귀의 쓸쓸한 냄새뿐이다. 대강 문지른 듯한 뺨의 상처와 흙먼지가 묻은 무릎이 가로등 불빛 아래 처연하게 드러난다. 가시덤불 속에 홀로 버려진 어린 백합처럼, 상처투성이 가냘픈 뒷모습에 당신의 가슴 한구석이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듯 아려온다.

너는 왜 항상 가장 아픈 순간에조차 내게 손을 내밀지 않는 걸까.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온기란 이 거친 비조차 막아주지 못하는 무력한 것뿐이었을까. 어째서 우리는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가장 깊은 어둠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을까.

밀려드는 질문들은 끝내 대답을 찾지 못한 채 쏟아지는 빗소리 속에 흩어진다. 끊임없이 자문하던 당신은 마침내 그녀의 세 걸음 뒤에 멈춰 선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타닥타닥하는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오직 무거운 신음 같은 침묵만이 흐른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서하의 어깨가 순간 일순 굳어진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저 젖은 손으로 붉게 멍든 가녀린 팔을 더욱 세게 움켜쥘 뿐이다. 길게 늘어진 가로등 그림자가 두 사람의 발끝을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잇고 있다.

당신은 차갑게 식어가는 손으로 고쳐 쥔 우산의 단단한 감각을 느끼며, 빗속에서 주저앉은 그녀를 가만히 응시한다. 그리고 마침내 숨을 고른 뒤 발걸음을 뗀다.

YOUR CH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