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화면 우측 상단의 숫자가 소리 없이 깎여 나갑니다.

5,000,000. 50,000. 그리고 지금은, 단 7명.

당신은 숟가락을 멈추고 식어버린 뿔토끼 스튜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모니터의 푸른 광원만이 어두컴컴한 원룸 안을 쓸쓸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도파민을 갈구하던 성좌들은 진작에 당신을 외면했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한 심연의 식재료를 거부하고, 안전한 요리만을 고집한 대가입니다.

"태풍아, 몸 사릴 때부터 알아봤다. 다른 채널 보러 간다." "초심 잃었네. 켜놓고 자련다."

마지막 남은 시청자들마저 냉담한 한마디를 남기고 방을 퇴장합니다. 채팅창은 차갑게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 알림: 성좌 '심연의 미식가'가 채널 스폰서십을 최종 철회했습니다. ]`

`[ 알림: 채널 등급이 '대기업'에서 '일반 소기업'으로 강등됩니다. ]`

붉은 경고음과 함께 쏟아지던 성좌들의 메시지도 이제는 완벽히 끊겼습니다. 기상천외한 몬스터 요리로 전 세계를 뒤흔들던 스트리머 강태풍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비굴하게 눈물을 흘리거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목숨을 구경거리로 팔아 얻는 명예보다, 하루하루 발 뻗고 자는 평화가 더 소중했으니까요. 한때 당신의 목을 죄어오던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장은 이미 전액 상환해 불태운 지 오래입니다.

`[ 시스템: 액티브 스킬 '성좌를 매료하는 식욕'이 영구 비활성화되었습니다. ]`

`[ 시스템: 당신은 다시 평범한 'F급 헌터'로 돌아갑니다. ]`

가슴 한구석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오지만, 당신은 쓴웃음을 지으며 마이크를 끕니다. 세상을 들끓게 했던 폭풍은 지나갔고, 당신에겐 오직 고요한 일상만이 남았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당신은 방송 종료 버튼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립니다.

딸깍.

화면이 꺼지고, 원룸에는 완벽한 어둠과 정적이 찾아옵니다. F급 헌터 강태풍의 위대한 먹방 레이드는 이렇게 조용히 막을 내립니다.

***

`[ 최종 결산 ]` - 보유 골드: 0 (부채 10억 원 전액 상환 완료) - 채널 구독자 수: 142명 (감소율 99.9%) - 성좌의 관심도: 0% (완전 소멸) - 종합 평가: 평화롭지만 잊혀진 F급의 삶 (True Bad Ending - 화려했던 불꽃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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