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노릇하게 구워지는 멧돼지형 몬스터 '와일드 보어'의 삼겹살. 지글지글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흐르자, 실시간 채팅창이 사정없이 폭발한다. 합방 파트너이자 탱커인 D급 헌터 '민우'가 야무지게 쌈을 싸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형님, 진짜 대박입니다! F급 맛집 인정!"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하며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바로 그 순간.

우르릉—!

맑았던 계곡 하늘이 쩍 갈라지며 핏빛 균열이 생긴다. 차원을 찢고 나타난 검붉은 구멍. 예고도 없이 터져 나오는 재앙, '돌발 게이트' 브레이크였다.

[ 위이이이이잉—! ]

공기를 찢는 드센 진동음과 함께, 형광색 메틸 독을 흘리는 거대 괴물 벌들이 쏟아져 나온다. F급 게이트의 악몽이라 불리는 '데스 스팅거(Death Stinger)' 무리다.

"아악! 게이트 브레이크다!" "스태프들 피해! 촬영 장비 버려!"

평화롭던 계곡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날아오는 메론 크기의 독침들이 바위와 나무를 꿰뚫으며 치익 치익, 산성 연기를 뿜어낸다. 겁에 질린 탈출 행렬 속에서, 탱커인 민우마저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만다.

웅웅거리는 날개 소리가 당신의 귀를 먹먹하게 적셔온다. 하지만 당신의 시선은 도망칠 퇴로가 아닌, 삼각대 위의 스마트폰 화면을 향한다.

[ 성좌, '심연의 미식가'가 침을 삼키며 당신의 반응을 주시합니다. ] [ 실시간 시청자 수: 12,400명 돌파! ]

위기는 곧 최고의 콘텐츠다. 그리고 대기업 스트리머가 될 당신에게 도망이란 단어는 없다.

쉬이이익! 공기를 찢으며 날카로운 독침을 장전한 거대 말벌 세 마리가 급강하한다. 목표는 민우의 목덜미와 당신의 심장. 스치기만 해도 전신이 마비되어 괴사하는 치명적인 독침이 푸른 광채를 뿜어낸다.

당신은 식은땀을 흘리는 대신, 손에 쥔 고기 집게를 꽉 쥐며 입술을 핥는다.

머릿속에서 치열한 계산기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 실시간 방송 정산 항목 ] - 누적 시청자 수: 12,400명 (폭증 중!) - 성좌 '심연의 미식가' 호감도: +15% - 보유 버프: [강철 위장(중)], [산성 면역(하)] - 방송 후원금: +2,500 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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