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규율을 깨뜨린 대가는 무겁다. 강태오, 너는 이번 주말에 있을 유럽 스카우터 참관 비공식 평가전 선발 명단에서 완전히 배제한다. 관중석에서 네가 저지른 짓을 반성하도록 해라."
최길환 감독의 목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차갑게 내리꽂혔다. 잔디 구장 위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박성민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감독의 선언은 명백한 사형 선고였다. 유럽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지름길인 비공식 쇼케이스. 그 무대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태오의 다리를 묶어 두고 썩히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감독님! 그건 너무 과하십니다! 태오는 그냥 저랑 개인 훈련을..."
한준우가 다급하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붉게 상기된 얼굴 사이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최길환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턱을 꼿꼿이 세웠다.
"한준우, 너도 공범이다. 한 번만 더 내 결정에 토를 달면 너 역시 주말 경기 명단에서 제외하겠다."
"하지만...!"
"됐다, 준우야."
태오가 준우의 어깨를 짚어 뒤로 물러서게 했다. 태오의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차분했다. 동요도, 분노도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음성이었다.
태오의 시선은 최길환의 얼굴을 통과해, 그의 발밑에 흐릿하게 명멸하는 붉은 수치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한준우의 오른쪽 무릎에 집중되어 있었다.
[대상: 한준우(DF/MF)] [우측 전방십자인대(ACL) 누적 피로도: 89%] [상태: 파열 임계점 도달. 다음 고강도 스프린트 시 92% 확률로 파열.]
전생에서 한준우의 커리어를 끝장내고 자신을 독선적인 강박증으로 몰아넣었던 그 끔찍한 부상의 전조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최길환의 혹사 시스템이 낳은 결과물이었다. 주말 평가전에서 준우가 풀타임을 뛴다면, 그의 십자인대는 여지없이 끊어질 터였다.
태오는 마음속으로 냉정하게 주판알을 튕겼다.
'지금 준우를 살리지 못하면, 내 등 뒤를 받쳐줄 유일한 3선 파트너를 잃는다. 그리고 내 장부의 신용도 깎이지.'
태오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강골의 장부, 활성화.'
[지정 대상을 선택하십시오.] [대상: 한준우. 피로도 89% 확인.] [인수 조건: 대상의 관절 부하를 본인의 장부로 전량 이체합니다. 이체 시 본인의 무릎 내구도 한계가 시험받게 됩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한다. 전량 이체.'
*쿵.*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머릿속이 찡하게 울리며 관자놀이의 혈관이 터질 듯 꿈틀거렸다. 오른쪽 무릎 내부에서 뼈와 뼈가 사정없이 맞물려 삐걱거리는 듯한 극심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전생에 자신을 괴롭혔던 무릎 통증의 잔영이 뇌를 지배하려 들었다.
태오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신음은 입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다.
[이체 완료.] [한준우의 우측 전방십자인대 피로도가 15%로 급감합니다.] [강태오의 양측 무릎 누적 부하: 72% (주의 단계)] [자산 확보: 타인의 부상 위험 대환 성공. 임시 가용 포인트 3,500 확보.]
"후우..."
태오의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흘러나왔다. 무릎이 뻐근했지만, 동시에 장부에 쌓인 포인트가 가득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태오는 지체 없이 확보한 포인트를 대환 신청했다.
'포인트 전량 대환. 하체 근신경계 활성화 및 임시 킥 정확도 버프로 전환한다.'
[대환 승인.] [임시 효과: '송곳 같은 미사일(킥 정밀도 및 임팩트 강도 +15%)'이 72시간 동안 활성화됩니다.] [현재 신체 컨디션: 120% (오버클럭 상태)]
무릎을 짓누르던 통증이 순식간에 터질 듯한 근육의 탄성으로 변모했다. 다리에 깃든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태오는 고개를 들어 최길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칠흑처럼 깊고 차가웠다.
"감독님 뜻이 그렇다면 따르겠습니다. 주말 경기, 관중석에서 잘 지켜보겠습니다."
"태오 너...!"
준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태오를 바라보았지만, 태오는 가볍게 고개를 저어 그를 제지했다.
최길환은 태오의 순종적인 태도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천재라도 결국 고등학생에 불과하며, 자신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오만이 그의 얼굴에 가득했다.
"흥, 네놈이 이제야 주제를 파악하는구나. 들어가서 쉬어라. 성민아, 너도 들어가서 물리치료 받아라."
"예, 감독님."
박성민은 태오를 지나치며 어깨를 툭 쳤다. 그의 입가에는 승자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야, 주말에 관중석에서 내 활약이나 똑똑히 지켜봐라. 유럽 스카우터가 누굴 먼저 데려갈지 눈으로 확인하라고."
태오는 대꾸하지 않았다. 사냥개는 짖지 않는다. 오직 사냥감을 물어뜯을 타이밍만 노릴 뿐이다.
***
다음 날부터 청명고 축구부의 훈련장은 기묘한 열기로 가득 찼다. 주말에 있을 유럽 스카우터 참관 평가전을 앞두고 주전 팀의 훈련은 박성민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최길환 감독은 4-2-3-1 포메이션에서 박성민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고, 모든 패스 줄기가 그를 거쳐 가도록 전술을 짰다. 전형적인 '스타 플레이어 몰아주기'였다.
반면, 태오는 완벽하게 배제되어 전력 외 취급을 받았다. 주전 팀의 전술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태오는 운동장 한편에서 홀로 젖은 흙바닥을 디디며 개인 피지컬 트레이닝에 전념했다.
*스윽, 팍!*
태오의 디딤발이 인조잔디를 깊게 파고들었다. 장부의 오버클럭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신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조율했다.
[대퇴사두근 수축률: 94%] [비복근 긴장도: 88%] [무릎 관절 내압: 안심 영역 제어 중]
"태오야."
훈련이 잠시 쉬는 시간, 준우가 음료수 병을 들고 태오에게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로 가벼웠다.
"너 진짜 괜찮아? 감독님이 저러는 거, 완전히 억지잖아. 협회 쪽에 연줄 있는 박성민 밀어주려고 너 일부러 깎아내리는 거라고."
태오는 음료수를 받아 한 모금 마신 뒤 담담하게 말했다.
"알고 있어."
"알면서 왜 가만히 있어? 네 실력이면 당장 청백전에서 보여준 것만으로도 스카우터들 눈 뒤집어지게 만들 수 있단 말이야!"
"준우야."
태오가 준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강박적인 통제욕이 깃든 차가운 눈빛에 준우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축구는 그라운드 위에서만 하는 게 아냐. 경기장 밖에서 판을 짜는 놈들이 진짜 경기 지배자지."
"그게 무슨..."
"네 무릎은 어때?"
태오의 뜬금없는 질문에 준우는 자신의 오른쪽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이상하게 진짜 좋아. 원래 이맘때쯤이면 무릎 안쪽이 시큰하고 터질 것 같았거든? 근데 어제 야간 훈련 끝나고 나서부터는 아예 새 다리가 된 것 같아. 가볍다 못해 날아갈 것 같아."
"당연하지.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태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준우의 가벼워진 다리는 태오가 그의 부상 리스크를 온전히 짊어지고 대환한 결과였다.
"준우야, 주말 경기에서 넌 3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할 거야. 최 감독은 박성민을 돋보이게 하려고 너한테 수비적 부담을 전부 지우겠지."
"응, 아마 그렇겠지. 성민이 녀석은 수비 가담을 전혀 안 하니까."
"잘 들어.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면, 넌 하프스페이스(Half-space)를 철저히 장악해. 박성민이 볼을 흘리거나 턴오버를 범하는 순간, 그 세컨드 볼은 무조건 네가 따내야 한다."
태오의 손가락이 준우의 가슴팍을 콕 찔렀다.
"그리고 볼을 잡는 즉시, 전방으로 길게 때리지 마. 횡패스로 템포를 죽이는 척하면서, 왼쪽 터치라인 쪽으로 낮고 빠르게 깔아 차라. 내가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
준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너 선발 제외잖아! 어떻게 그 자리에 있어?"
"최길환의 머리 위에서 놀아주면 돼. 넌 내가 지시한 궤적으로 템포를 쪼개서 패스만 넣어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통제한다."
태오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확신과 지배력이 서려 있었다. 준우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의 철저한 계산과 강박적인 완벽주의가 오히려 준우에게는 거대한 신뢰의 벽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
그날 오후, 청명고 운동장 외곽의 철조망 옆에 고급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고, 빳빳하게 다려진 수트를 입은 서양인 남성이 내렸다. 단정한 금발에 날카로운 지성이 깃든 파란 눈동자. 유럽의 거대 에이전시를 이끄는 데이비드 스타인이었다.
그의 곁에는 최길환 감독과 대학 카르텔의 핵심 브로커인 송민우가 나란히 서서 아첨 섞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스타인 씨, 이쪽이 저희 청명고의 자랑이자 핵심 유망주인 박성민입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이미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죠. 탄탄한 피지컬과 거침없는 돌파력이 강점입니다."
송민우가 훈련장에서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슈팅을 때리는 박성민을 가리키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최길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예, 성민이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입니다. 이번 주말 평가전에서도 성민이를 중심으로 한 전술을 준비했습니다. 스타인 씨의 눈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겁니다."
데이비드 스타인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선글라스를 슬쩍 내렸다. 그의 시선은 화려하게 볼을 차는 박성민에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스타인은 철저한 실리주의자였다. 겉만 번지르르한 플레이는 유럽 무대에서 단 5분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스타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운동장 구석, 전력 외로 밀려나 홀로 볼 리프팅을 하고 있는 한 소년에게 고정되었다.
강태오.
그의 볼 터치는 기이할 정도로 간결했다. 발등에 닿는 볼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충격 흡수. 디딤발의 각도는 인체역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었고, 볼을 트래핑하는 매 순간 그의 고개는 이미 주위의 공간을 탐색하는 헤드업(Head-up) 상태였다.
'저 녀석은... 템포를 지배하는 법을 알고 있군.'
스타인의 파란 눈동자가 가느다랗게 좁혀졌다.
"최 감독."
스타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의 매끄러운 영어 발음을 송민우가 신속하게 통역했다.
"저기 구석에서 홀로 훈련하고 있는 8번 녀석은 누구지? 터치 감각이 예사롭지 않은데."
최길환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 손사래를 쳤다.
"아, 저 녀석은 강태오라고 합니다. 재능은 조금 있지만, 최근 무릎 상태도 좋지 않고 팀의 규율을 어겨 이번 평가전 명단에서 제외된 녀석입니다. 성격도 독선적이라 팀 분위기를 해치죠.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래? 무릎이 안 좋다고?"
스타인은 선글라스를 완전히 벗어 품에 넣었다. 그의 매서운 시선이 태오의 움직임을 집요하게 쫓았다.
무릎이 안 좋다는 감독의 말과 달리, 태오의 턴 동작과 무게 중심 이동은 물 흐르듯 유려했다. 오히려 신체의 부하를 완벽하게 제어하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극도로 세련된 스텝이었다.
'바보 같은 지도자군. 진짜 보석을 구석에 박아두고 가짜 유리를 보여주려 하다니.'
스타인은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띄웠다.
"재미있군. 주말 경기가 기대되는군 그래."
스타인의 냉소적인 혼잣말에 최길환과 송민우는 그저 자신들의 추천이 통한 줄 알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스타인의 수첩 가장 윗줄에 박성민이 아닌 '강태오'라는 이름 석 자가 거칠게 적혀 들어갔다는 사실을.
***
그날 저녁, 훈련이 모두 끝나고 사위가 어두워진 시간.
태오는 열쇠 반납을 빌미로 본관 2층에 있는 감독실로 향했다. 최길환은 주말 평가전 준비로 송민우와 함께 외부 접대를 나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지익.*
태오가 조용히 감독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방 안에는 최길환이 피우다 만 담배 냄새가 매캐하게 남아 있었다.
태오는 책상 위를 훑어보았다. 그의 목적은 단순한 열쇠 반납이 아니었다. 전생에서 자신을 옭아매고 끝내 파멸로 몰고 갔던 대한축구협회의 어두운 그림자. 그 단서를 찾아야 했다.
책상 서랍은 잠겨 있었지만, 책장 한구석에 무질서하게 꽂혀 있는 파일철들 사이로 낯익은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대한축구협회(KFA)의 금빛 엠블럼.
태오는 신속하면서도 소리 없이 파일철을 꺼내 펼쳤다. 종이 넘기는 서걱거리는 소리만이 방 안의 정적을 깨웠다. 수많은 공문서 사이에서, 태오의 눈동자가 한 장의 문서에 멈춰 섰다.
[수신: 청명고등학교 축구부 감독 최길환] [발신: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회 전무 김선우] [제목: 연령별 유스 국가대표 의무 소집 및 불응 시 징계 조항 초안 검토의 건]
태오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문서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협회가 지정한 공식/비공식 소집에 선수는 무조건 응해야 하며, 부상 등의 사유로 불참할 시 협회 징계위원회를 통해 향후 2년간 모든 국내 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함. 또한, 해외 이적 추진 시 협회의 사전 승인 동의서를 필수 조건으로 함.'
노예 계약서나 다름없는 초안이었다. 협회 기득권 카르텔이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을 원천 차단하고, 자신들의 이권 사업인 연령별 대회에 강제로 동원해 몸을 갈아 넣기 위해 짜놓은 덫이었다.
전생의 자신이 바로 이 독소 조항에 걸려 무릎이 박살 난 상태에서도 대표팀 경기에 출전해야만 했다. 불응하면 선수 생명을 끊어버리겠다는 협회의 협박에 굴복했던 결과였다.
"이번엔 그렇게 안 되지."
태오는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문서의 모든 페이지를 선명하게 촬영했다. 찰칵거리는 무음 카메라의 셔터 속도만큼 태오의 머릿속 계산도 빠르게 돌아갔다.
이 문서는 훗날 협회가 자신에게 무리한 소집 요구를 해올 때, 그들의 목줄을 쥘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터였다. 스타인의 법적 방어권과 결합한다면, 협회의 노예 쇠사슬을 역으로 끊어버리는 절대적인 카드가 된다.
태오는 파일철을 원래 있던 위치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되돌려 놓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감독실을 빠져나왔다.
***
주말 아침이 밝았다.
청명고 운동장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고급 차량들과 축구 관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유럽 유수의 클럽 스카우터들과 에이전트들이 아시아의 숨은 진주를 찾기 위해 스탠드를 가득 메웠다.
데이비드 스타인 역시 스탠드 중앙 상단에 자리를 잡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라운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락커룸 안은 선수들의 긴장 섞인 숨소리와 유니폼의 서걱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준우야, 기억해라. 템포를 쪼개고 하프스페이스다."
태오가 축구화 끈을 단단히 묶으며 준우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준우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락커룸 문이 벌컥 열리며 최길환 감독이 들어왔다. 그의 시선이 구석에 앉아 있는 태오에게 닿았다. 최길환의 눈빛에는 서늘한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태오가 혹시라도 경기장에 난입하거나 스카우터들에게 개인적으로 접촉하는 돌발 행동을 할까 봐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는 오직 박성민만을 위한 무대여야 했다.
"강태오."
최길환이 태오를 불렀다.
"예, 감독님."
"너는 오늘 경기에 관중석에도 올라가지 마라. 징계 중인 선수가 스카우터들 눈에 띄어 팀의 이미지를 흐릴 수는 없다. 여기 락커룸에서 경기 끝날 때까지 자숙하고 있어."
"감독님, 그건 너무..."
준우가 반발하려 했지만, 최길환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닥치게 만들었다.
"한준우! 네 놈도 경기 뛰기 싫은 거냐? 군말 말고 나가서 웜업해!"
선수들이 주춤하며 하나둘 락커룸을 빠져나갔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박성민은 태오를 향해 비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안에서 조용히 라디오나 들으면서 대기해라, 천재야."
선수들이 모두 나가고, 최길환은 락커룸에 마지막으로 남아 태오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건방진 놈. 네놈이 아무리 날뛰어 봤자 내 손바닥 안이다."
*쾅!*
최길환이 나가며 락커룸 문을 거칠게 닫았다.
그리고 이내, 밖에서 무거운 철제 빗장이 걸리는 소리와 함께 쇠사슬이 감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스르륵, 쾅!*
문이 밖에서 완전히 잠겼다.
어두컴컴한 락커룸 안에 홀로 남겨진 태오의 등 뒤로, 시스템의 붉은 경고등이 요란하게 명멸하기 시작했다.
[돌발 상황 발생: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경기 출전 차단.] [장부의 경고: 신체 자산의 가치 하락 위험 감지.] [탈출 및 출전 경로를 즉시 확보하지 못할 시, '강골의 장부' 신용 등급이 강등됩니다.]
어둠 속에서, 태오의 입꼬리가 천천히 비틀려 올라갔다. 그의 눈동자가 잔혹할 정도로 차갑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