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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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신공을 깨달은 마교의 버려진 공자

묵필 · 당신의 선택이 결말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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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오르는 불꽃의 태동

만겁(萬劫)의 침묵을 지키던 한빙(寒氷)의 벼랑 끝 동굴 속, 당신의 단전은 이미 깨어진 질그릇에 불과했다. 마교(魔敎)의 적자(嫡子)라는 고귀한 혈통은 배신과 음모라는 피비린내 나는 진흙탕 속에서 한낱 허울로 전락했고, 형해(形骸)만 남은 육신은 이곳 심연의 어둠 속에 버려졌었다. 절명(絶命)의 문턱에서 당신이 마주한 것은 고통이 아니요, 만물을 태워 무(無)로 돌려보내는 극양(極陽)의 심법, 구양신공(九陽神功)이었다.

깨어진 단전의 파편을 용해(溶解)하여 타오르는 불꽃의 가마솥으로 다시 빚어낸 진기(眞氣)는 가히 대자연의 천변만화(千變萬化)를 닮아 있었다. 아홉 개의 태양이 천공(天空)을 가득 메우고 일시에 지상으로 하강하여 삼라만상을 불사지르는 듯한 열양(烈陽)의 기세가 당신의 전신 혈도를 따라 요동친다. 흐트러진 내력이 마침내 하나로 귀일(歸一)하는 순간, 천 년 동안 완고하게 얼어붙어 있던 빙하의 암벽들이 핏물을 흘리듯 붉게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휘이잉—! 기공(氣孔)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열양의 증기가 자욱한 안개가 되어 동굴 안을 메우고, 당신이 대지를 딛고 일어설 때 천지는 거대한 해일처럼 흔들린다. 우레와 같은 파쇄음과 함께 마침내 세상의 빛이 당신 고독한 눈동자에 맺힌다. 동굴 밖으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 대지마저 당신의 발자국을 따라 까맣게 그을려 연기를 피워 올린다.

하늘조차 이 불길하고도 도도한 극양의 기상에 전율하듯, 낮과 밤의 경계에서 서천(西天)의 구름이 피비린내 나는 주홍빛으로 물들어 간다. 온몸을 지배하는 이 거대한 화마(火魔)는 이제 갈 곳을 잃고 포효하고 있다. 당신의 손끝을 스치는 스산한 산바람마저도 찰나의 순간에 증발하여 무(無)로 돌아가는 경지.

"내 가슴을 찢고 나를 이 구렁텅이에 처넣은 자들아. 내 이제 너희가 이룩한 모든 치세를 화신(火神)의 업화로 되돌려주마."

가슴속 배신당한 응어리가 뜨거운 불씨가 되어 치솟는다. 복수의 장막은 이미 걷혔고, 당신의 발걸음이 향할 첫 이정표가 붉은 안개 너머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눈앞에 놓인 길은 두 갈래. 격동하는 폭풍의 전야 속에서, 당신의 발걸음은 어느 불지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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