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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대공, 화력으로 외교한다

사관 · 당신의 선택이 결말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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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력의 미명

평안도 관찰사의 직첩을 품에 안고 서북 도계에 당도한 지 불과 수달. 당신이 은밀히 일구어 낸 영변의 깊은 골짜기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야철지의 연기가 아니었다. 이 땅에 새로운 천명을 가져올 화약의 냄새이자, 강철을 다스리는 기계의 박동이었다. 현대 군사 무기 공학자로서의 지식은 조선의 조악한 기술적 토양 위에 이식되어, 서서히 괴물 같은 화력의 단초로 자라나고 있었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쇳물과 함마 소리는 다가올 열강의 아가리로부터 이 사직을 지키기 위한 혈투의 서곡이었다.

그러나 서북의 이 심상치 않은 동향은 이내 요동을 건너 북경의 조정으로 흘러 들어갔다. 대청제국(大淸帝國)의 황제는 변방 조선의 평안도에서 불길한 철의 기운이 치솟는 것을 묵과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삭풍을 뚫고 한 무리의 기병이 관할 경계를 침범했다. 청나라의 전권 대사 악이도(鄂爾圖)가 이끄는 사신단이었다. 황색 용기가 그려진 깃발을 앞세우고 도총관의 호위를 받으며 들이닥친 그들의 기세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관풍헌 마당에 좌정한 악이도는 사신으로 내리는 칙서를 보이기도 전에, 매서운 눈빛으로 당신을 쏘아보며 일갈했다.

"조선은 황조의 충성스러운 속국이거늘, 서북의 장벽 뒤에서 천조(天朝)의 허가 없이 사사로이 무기를 조작하고 철을 주조한다는 밀고가 있었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불궤(不軌)의 징조다."

침묵이 장내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겉으로는 조공국의 정례적인 예법을 표하는 척하면서도, 악이도의 등 뒤에 버티어 선 청국 팔기군 기병들의 손은 이미 패도의 자루에 닿아 있었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영변의 후방 제조 시설을 수색하고, 화포와 소총의 실태를 샅샅이 뒤져 무장해제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만약 거부한다면 이는 천조에 대한 항명이자, 의주성 너머 요동의 대군을 움직일 명분이 될 터였다.

당신의 등 뒤에는 이제 막 완성되어 검은 광택을 발하는 근대식 후장식 소총들이 상자 속에 숨겨져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일꾼들이 황급히 석탄 가루로 기계류를 뒤덮으며 농기구 가공창으로 위장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조정의 대신들은 저 멀리 한양에서 눈치를 보며 사태가 조용히 넘어가기만을 기도하고 있을 뿐, 이 서북의 최전선에서 청국의 서슬 퍼런 칼날을 마주한 것은 오직 관찰사인 당신과 당신의 군사들뿐이었다. 악이도는 당신의 대답을 재촉하며 채찍을 가볍게 털었다. 긴장한 이속들의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가 영변의 정밀을 깼다.

당신은 이 오만한 대청의 사신을 어떤 방식으로 상대할 것인가. 대국의 권위 앞에 조선의 화력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입증할 것인가, 아니면 한 걸음 물러서서 힘을 기를 시간을 벌 것인가. 결정의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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