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사장 막내아들의 각성
당신은 숨을 들이쉰다. 기뢰에 피격당한 듯 타오르던 흉부의 종창과 질식감 대신, 차갑고 건조한 소독약 냄새가 칼날처럼 폐포 깊숙이 파고든다.
유리창에 비친 낯선 청년의 얼굴. 수려하지만 초점이 풀려 있는 눈동자. 대한병원 이사장의 문제아 막내아들인 '백서진'의 육체다. 음모와 배신으로 심장이 멈추었던 천재 흉부외과의가 이 무능한 도련님의 몸으로 환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바로 그 순간, 거대한 병원 로비의 대리석 바닥 위로 둔탁한 파열음이 울린다.
"환자 발생! 응급의학과 연락해!"
정장을 입은 50대 남성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쓰러져 있다. 얼굴은 한 방울의 피도 남지 않은 것처럼 창백하게 질렸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등 뒤가 칼로 찢기는 것 같다고 비명을 지르던 남성의 눈동자가 이내 초점을 잃고 위로 뒤집힌다.
당신의 뇌가 본능적으로 격렬한 전기 신호를 보낸다. 이것은 심장의 핵심 고속도로인 대동맥의 내벽이 찢어지는 치명적인 질환, 대동맥 박리(Aortic Dissection)다. 쉽게 말해, 엄청난 수압을 견디던 노후한 소방 호스의 안쪽 고무 슬리브가 찢어져 외부 직물층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다. 언제 호스가 완전히 산산조각 나며 물바다가 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비켜봐요! 심박수 저하, 심근경색(AMI) 유력합니다. 아스피린이랑 헤파린 준비해!"
응급의학과 펠로우 차민혁이 산소마스크를 씌우며 전동 카트를 들이받아 세운다. 링거 거치대가 맞부딪치며 날카로운 금속성 마찰음을 내고, 휴대용 바이탈 모니터가 *띠-, 띠-, 띠-* 하며 비정상적인 빈맥 경보음을 울려댄다. 차민혁이 환자의 정맥에 헤파린 주입용 바늘을 꽂으려 대는 순간, 당신은 기계적으로 그의 손목을 움켜쥔다.
"멈추십시오."
"뭐야? 백서진? 이것 놓으십시오. 지금 장난칠 상황이..."
"환자의 우측 상지 혈압은 140/90, 좌측은 90/50mmHg로 양팔의 심박출 압 지표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완기 잡음(Diastolic murmur)도 뚜렷합니다. 이건 심근경색이 아니라 상행 대동맥이 찢어진 스탠포드 A형 대동맥 박리입니다. 여기서 아스피린과 헤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투여하면, 찢어진 틈새로 피가 쏟아져 나와 심장을 짓누르는 심낭 압전(Cardiac Tamponade)을 유발해 3분 내로 즉사합니다."
차민혁의 안색이 굳어진다. 하찮게 여겼던 이사장의 아들이 뱉어낸 정확한 혈류역학적 데이터와 해부학적 소견은 그의 의학적 판단을 정면으로 격파한다. 사내 규정상 의사 면허가 불분명한 인물의 개입은 징계 대상이지만, 환자의 경동맥 박동은 이미 유령처럼 흐려지고 있었다.
*삐이------!*
모니터의 경고음이 단음으로 바뀌며 일직선의 파형을 그리기 시작한다. 파열이 시작되었다. 1분 안에 흉골을 절개하고 대동맥을 집어 올리지 않으면 환자는 사망한다. 저 멀리 에스컬레이터 너머로 이사장이자 당신의 아버지인 백강현과 본원 주요 보직자들이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로비로 급히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심장을 살려내라며 당신의 기억 세포가 거칠게 박동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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