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INTERACTIVE

똥망겜 아카데미의 10년 차 고인물

레벨업 · 당신의 선택이 결말을 바꿉니다

작품 홈 ↗

#1

아카데미 최약체의 눈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웅장한 대리석 천장과.

눈앞을 가로막은 허공의 푸른 홀로그램 창이었다.

[★ <엘리시온 사가> 서비스 종료 D-1일 안내 ★] [그동안 저희 게임을 사랑해 주신 구원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어?"

익숙하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소름이 끼치는 공지문이다.

이것은 당신이 자그마치 10년 동안 청춘을 갈아 넣으며 붙잡고 있던, 악마적 난이도의 모바일 RPG <엘리시온 사가>의 섭종 안내창이었다.

그리고 그 창 뒤로 보이는 것은 낯선 교실의 풍경. 가장 충격적인 것은 당신의 손길이 닿은 거울 속의 얼굴이었다.

"이게... 왜 서지한 얼굴이야?"

서지한. 아카데미의 만년 낙제생이자, 시나리오 프롤로그에서 광속으로 퇴학당해 사망하는 쓰레기 엑스트라.

정신을 차리기 위해 상태창을 띄웠다.

| 분류 | 상태 및 능력치 정보 | | :--- | :--- | | **이름** | 서지한 (17세) | | **소속** | 엘리시온 아카데미 1학년 C반 | | **근력** | F (3) | | **민첩** | F (4) | | **마력** | F- (1) | | **보유 스킬** | 없음 |

"어메이징하네, 진짜."

말문이 막히는 쓰레기 스탯. 설상가상으로 교실 칠판 옆에 붙어 있는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5월 14일 : 전 학년 실기 평가 (낙제자 즉시 퇴학 조치)]

오늘 오후다. 아카데미의 악명 높은 '실기 평가'. 흉포한 마수들이 우글거리는 시험장 던전에서 살아남아 포인트를 획득해야 하는 서바이벌.

이 스탯으로 들어갔다간 5초 만에 마수의 이빨에 씹혀 삼겹살 신세가 될 게 뻔했다.

하지만 당신의 입꼬리가 천천히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누구더러 퇴학이래?"

당신은 이 게임에 인생을 바친 10년 차 고인물이다. 초고난도 보스를 구석에 끼워 패고, 지형지물을 뚫어 1분 만에 맵을 클리어하던 석유 중의 썩은 물.

이 똥망겜의 개발사 '바나나 스튜디오'는 기획력이 개판인 만큼 코딩도 발가락으로 한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게임 도처에 시스템적 '허점'이 널려 있다는 뜻.

기본 스탯이 최약체라고 해서 살아남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이 악마 같은 난이도를 단숨에 무력화하고, 아카데미 교수들의 뒤통수를 후려칠 빌드가 머릿속에 수십 가지는 떠올랐다.

"오히려 좋아. 썩은 물의 매운맛을 보여주지."

당신은 책상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시작될 시험에서 활용할, <엘리시온 사가> 최고의 사기 공략법들을 필터링하기 시작했다.

현재 당신의 상태에서 즉시 실행 시킬 수 있는 개사기 플레이는 두 가지로 좁혀졌다.

어떤 방법으로 이 판을 뒤흔들 것인가?

당신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YOUR CH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