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쿵!

굴절된 공이 그라운드에 튀는 순간, 심장이 터질 듯한 경보음을 울립니다. 상대 스트라이커의 잔인할 정도로 침착한 눈빛이 당신의 시야에 박힙니다. 1대 1 독대 상황. 골키퍼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확실한 방어 전술은 하나뿐입니다.

‘클로징 다운(Closing Down).’

당신은 골라인을 버리고 과감하게 전진합니다. 상대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 그가 슈팅을 날릴 수 있는 ‘유효 각도(Target angle)’ 자체를 물리적으로 지워버리는 기술입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당신의 거대한 체구가 골문을 완벽히 가로막는 단단한 벽처럼 솟아오릅니다. 이대로 낮고 빠르게 깔려오는 슛이든, 구석을 노리는 강슛이든 몸으로 받아내겠다는 투지가 눈빛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그러나 상대는 세계 최정상급 킬러였습니다. 당신이 상체를 넓게 벌리며 마지막 슬라이딩 블로킹 태세를 취하려던 찰나, 그의 디딤발이 평소보다 약간 뒤쪽에 놓이는 것이 보입니다. 디딤발의 위치가 다르면 발목의 가동 범위가 달라집니다.

‘아차’ 하는 순간, 가슴 속 시스템창이 비명을 지르듯 붉은 광운을 사방으로 뿜어냅니다.

[위험: 상대 칩슛(Chip Shot) 시도!] [예측 궤적: 잔류 각도 92%로 골문 우측 상단 안쪽 낙하]

딱, 하는 가벼운 마찰음이 고요한 경기장에 울려 퍼집니다. 축구화 앞코로 공의 아랫부분을 깎아 차며 회전을 주는 영리한 칩슛. 공은 당신의 가슴 팍을 노리는 대신, 거대한 벽으로 솟구친 당신의 머리 위를 가볍게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갑니다.

골키퍼에게 가장 치명적인 ‘역동작(Wrong foot)’이 걸리는 순간입니다.

전진하던 관성 때문에 당신의 몸은 여전히 앞으로 쏠려 있습니다. 반면 공은 당신의 키를 완벽히 넘겨, 등 뒤에 텅 빈 골문을 향해 느릿하지만 무자비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안 끝났어!’

회귀 전, 무릎 인대가 파열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최악의 기억이 찰나의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지금 무리하게 전진 관성을 꺾고 몸을 뒤로 회전시켜 도약한다면 재건한 무릎에 엄청난 과부하가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골을 허락할 수는 없습니다.

그 순간, 시야 경계선 너머로 아군 센터백이 죽을힘을 다해 골라인을 향해 태클하듯 슬라이딩하며 복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체중은 이미 앞꿈치에 실려 있고, 공은 머리 뒤쪽 허공에서 포물선의 정점을 찍고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뇌세포가 100분의 1초 단위로 폭발하듯 회전하며, 몸의 모든 신경계에 마지막 명령을 내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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