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실점 확률 99%]

눈앞에 번쩍이는 붉은빛 경고등은 죽음의 선고와도 같다. 상대의 스트라이커가 머리로 돌려놓은 공은, 중력을 거스르는 궤적을 그리며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일명 '야신 존'이라 불리는 사각지대를 향해 빨려 들어가고 있다. 완벽한 궤적, 그리고 물리적으로 정밀하게 계산된 수치. 기계의 예측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당신의 심장은 절망 대신 터질 듯한 투지로 요동친다.

전성기 시절의 몸으로 회귀한 이후, 당신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반복했던 잔인한 훈련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친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진흙밭을 뒹굴던 새벽, 골키퍼의 기본 중의 기본인 '포지셔닝(Positioning)'과 지면을 밀어내는 '디딤발의 제동력'을 소수점 단위로 분석하며 몸에 새겼던 데이터들. 그것은 시스템이 준 요행이 아닌, 오롯이 당신의 뼈와 근육이 기억하는 날 것 그대로의 노력이다.

"크아아아악!"

짐승 같은 포효가 당신의 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온다. 당신은 왼발 끝으로 잔디를 짓이겨 누르며 가공할 만한 지면 반발력을 만들어낸다. 찰나의 순간, 상체를 낮추고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크로스 스텝'이 본능적으로 이어진다. 공중으로 도약하는 몸뚱이는 중력의 사슬을 끊어버린 것처럼 허공을 가른다.

시야를 가득 채우던 붉은색 시스템의 수치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기계가 예측한 궤적 위에, 마침내 당신의 오른손이 도달한다.

손가락 끝이 아니다. 공의 회전과 각도를 확실하게 꺾어놓기 위해, 당신은 손바닥 아랫부분인 '힐 오브 더 핸드(Heel of the hand)'를 단단하게 세워 공의 중심부를 정확히 타격한다.

팍—!

둔탁한 마찰음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상공을 뒤흔든다. 당신의 손바닥에 부딪힌 공은 크로스바를 강타한 뒤, 골라인 테크놀로지(Goal-line technology)의 센서가 작동할 틈도 없이 완전히 경기장 바깥으로 튕겨 나간다.

데드볼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주심의 길고 긴 휘슬 소리가 세 번 울려 퍼진다. 삐— 삐— 삐이—! 경기 종료. 당신의 팀이 거둔 극적인 승리다.

등 뒤로 차가운 잔디의 촉감이 전해질 때, 머릿속에서 돌연 차가운 기계음이 울린다.

[경고: 시스템의 가이드 범위를 초과하는 신체 능력이 발현되었습니다.] [치명적인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본 시스템의 가이드를 종료합니다.]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회귀한 그날부터 당신의 커리어를 인도하던 투명한 상태창들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며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아무런 가이드도, 실점 확률의 수치도, 상대 슈팅의 궤적 예측 표식도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허함이 찾아올 만한 그 순간, 당신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형용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낀다.

더 이상의 시스템 보조는 필요 없다. 기계가 정한 한계를 제 힘으로 뚫고 나온 당신은, 이제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그라운드를 지배할 힘을 얻었다.

동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당신에게 달려온다. 6만 관중이 당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서, 당신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워 전광판을 바라본다. 마침내 예측을 넘어선 진정한 피치의 황제가, 그곳에 서서 오연하게 미소 짓고 있다.

이전화목차마지막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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