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 소리와 함께 페널티 박스 안은 인간의 육체가 엉키고 설킨 난장판으로 변한다. 상대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한 일촉즉발의 코너킥 상황. 궤적을 그리며 날카롭게 휘어져 들어오는 킥은 니어 포스트(Near post)를 겨냥한 인스윙(Inswinging) 크로스다. 수비수와 공격수 대여섯 명이 단 0.1초의 낙하지점을 선점하기 위해 거친 몸싸움을 벌인다.
바로 그 순간, 당신의 시야에 붉은색 시스템 경고등이 격렬하게 점멸한다.
[시스템 경고: 좌측 슬개건 및 전방 십자인대 구조적 불안정성 감지.] [낙하 및 착지 시 부상 위험률 89.4%. 펀칭 후 후방 낙하 권장.]
수없이 쌓아온 훈련 데이터와 시스템의 분석은 명확했다. 무리하게 공을 잡아내려(Catching) 하지 말고, 주먹으로 강하게 쳐내어(Punching) 위기를 모면한 뒤 안전하게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가슴을 세차게 때리는 승부욕과 눈앞에 다가온 우승컵이 당신의 이성을 흐려놓는다. 완벽하게 공을 움켜쥐어 경기를 그대로 제압하겠다는 오만이 뇌리를 지배한다.
"비켜!"
당신은 시스템의 경고를 억지로 지워버리며 잔디를 박차고 솟구친다. 골키퍼를 보호하는 룰인 '골키퍼 차징'의 적용 한계선까지 몸을 던지며, 상대 공격수들의 방해를 뚫고 허공에서 공을 단단히 움켜쥔다. 포획은 완벽했다. 당신의 품 안에 우승을 확정 지을 가죽 공이 들어왔다.
그러나 기쁨은 찰나에 불과했다.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하강하는 순간, 디딤발이 되어야 할 왼발이 뒤엉킨 앞사람의 발에 걸려 각도가 어긋난다. 공중볼 경합 후 착지할 때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은 체중의 서너 배에 달한다. 올바른 역학적 정렬을 잃어버린 무릎 관절이 체중의 충격을 고스란히 정면으로 받아낸다.
*뚝.*
귀를 찢는 듯한 불길한 파열음이 무릎 내부에서 울린다. 전방 십자인대 완파. 회귀 전, 당신의 커리어를 송두리째 앗아갔던 그 끔찍한 악마의 감각이 한층 더 흉포한 통증이 되어 돌아온다.
뇌가 비명을 지르며 몸의 통제권을 잃는다. 꺾인 다리로 중심을 잡지 못한 당신이 잔디 바닥으로 사정없이 고꾸라지고, 힘없이 풀려버린 손아귀에서 공이 흘러나간다. 주인을 잃고 데굴데굴 구른 공은 야속하게도 흰색 골라인을 통과해 골망을 흔든다.
삐이이—!
종료 휘슬이 경기장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그것은 승리의 찬가가 아닌, 당신의 몰락을 알리는 장송곡이다. 눈앞에서 신기루처럼 멀어져 가는 우승컵과, 잔디 위로 퍼지는 차가운 절망. 철저하게 쌓아 올렸던 미래 축구의 탑이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완전히 무너지며, 당신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부상의 늪 속으로 끝없이 추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