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깨어난 방, 붉은 얼룩
눈을 뜨자마자 감각을 지배한 것은 시린 금속성과 비릿한 매연의 냄새입니다. 머릿속은 얼어붙은 호수처럼 딱딱하고 투명하게 비어 있습니다. 사방을 둘러싼 벽은 무채색의 콘크리트. 머리 위에서 낮게 웅웅거리는 노출형 형광등은 지나치게 명도가 높아, 당신의 하얗게 질린 손등을 기괴할 정도로 선명하게 비춥니다.
방 안의 온도는 낮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살갗에 닿는 공기가 지독하게 서늘합니다.
"정신이 좀 드나?"
탁하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목소리의 진원지는 맞은편.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너머로 한 남자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강 형사. 그의 눈빛은 굶주린 맹수처럼 어둡고 집요합니다. 그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내뱉습니다. 회색 연기가 당신과 그 사이의 공간을 불투명한 장막처럼 가로막습니다. 당신의 코끝으로 담배 연기와 뒤섞인, 낯설지 않은 비릿함이 스며듭니다.
그가 테이블 위로 두꺼운 황색 서류 봉투를 던지듯 내려놓습니다. 둔탁한 파열음이 밀폐된 방 안을 울립니다. 슬라이드하듯 밀려 나온 사진 몇 장.
그것은 거칠고 붉은색의 폭력적인 전람회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난자당한 육체, 그리고 열린 상처 속에서 흘러나와 검붉게 굳어버린 피의 얼룩들. 피해자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는 순간, 당신의 심장이 갈비뼈 안쪽을 날카롭게 칩니다. 뇌 속의 빈 공간이 거세게 요동치지만, 그 어떤 기억의 파편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지독한 두통과 함께 기묘한 기시감만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올 뿐입니다.
'내가 저곳에 있었나?'
스스로를 향한 의심은 소리 없이 자라나는 곰팡이처럼 내면의 심연을 잠식합니다. 형사의 시선은 당신의 초점 없는 눈동자,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 그리고 셔츠 소매 끝에 묻은 거뭇한 얼룩에 머뭅니다. 어젯밤 내린 진눈깨비에 젖은 흙탕물일까, 아니면 사진 속의 그것과 같은 성분의 흔적일까. 지워지지 않은 얼룩은 언제나 진실보다 먼저 말을 건네는 법입니다.
강 형사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입니다.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당신의 머리 위로 드리워지며 방 안의 명도를 한층 더 어둡게 끌어내립니다.
"피해자의 손톱 밑에서 용의자의 DNA가 나왔어."
그가 나직하게 속삭입니다. 그의 입술 틈새로 새어 나오는 숨결이 소름 끼치도록 뜨겁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현장 출입구 CCTV에 찍힌, 그 시각 그곳을 빠져나온 유일한 인간은…… 바로 너였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몸은 본능적으로 방어 기제를 작동시키고 있습니다. 머릿속의 백지는 죄의 증거인가, 아니면 정교하게 짜인 덫의 일부인가. 강 형사의 집요한 눈빛이 당신의 영혼 속을 샅샅이 헤집으며 대답을 요구합니다. 취조실의 차가운 정적 속에서, 당신은 입을 열어야 합니다.
YOUR CH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