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이 회차는 아직 그래픽 노블 장면이 제작되지 않아 일반 노블로 보여드려요.

손끝이 굳었다.

네 번째 침대의 환자, 얼굴이 반쯤 아스팔트에 갈린 여자. 그녀의 팔목에 닿기 직전 도현의 손가락은 자기 것이 아닌 것처럼 멈췄다. 심장이 세 박자를 연달아 흘리고, 네 박자째를 찾지 못했다. 흉강이 조여들었다—누구의 흉강인가. 여자의 것인가, 아까 진단한 간 파열 남자의 것인가, 아니면 내 것인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두개가 쪼개지는 압박과 복강의 화상과 흉강의 파열이 한꺼번에 도현의 몸을 채웠다. 세 사람의 고통과 자기 심장이 무너지는 감각이 뒤엉켜, 어느 것도 자기 것으로 붙잡히지 않았다.

"환자…" 도현이 입을 열었다. "5번… 아니, 이 사람… 흉관을…"

말이 미끄러졌다. 여자의 팔목이 손 밑에서 뜨거운지 차가운지도 알 수 없었다.

"서도현!"

정민아가 어깨를 잡았다. 그 손이 닿은 어깨가 어디쯤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도현은 침대 난간을 쥐려 했다. 손가락이 명령을 듣지 않았다. 시야 가장자리에서 흰빛이 안으로 밀려들어와, 응급센터의 형광등과 피와 비명이 한 겹 얇은 막 뒤로 물러났다.

"이 사람 지금 긴장성 기흉이에요, 흉관…" 도현은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온 소리는 반쯤 뭉개진 웅얼거림이었다.

"뭐라는 거야, 얘 지금—" 정민아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너 얼굴 완전 하얘. 야, 서도현!"

*

그때 스테이션 쪽에서 누군가 빠르게 다가왔다.

가운이 아니라 수술복 위에 걸친 마취과 조끼. 강민석이었다. 야간 콜을 받고 응급 마취 준비를 내려온 참이었다. 그는 밀려든 침대들 사이를 두 걸음에 가로질러, 도현의 손목을 낚아챘다.

낚아챈 그 손목에서 강민석은 즉시 알았다.

맥이 뛰다 말았다. 뛰다, 걸렀다, 다시 뛰다, 또 걸렀다. 손끝은 얼음처럼 차고, 미세하게—규칙적으로—떨렸다. 2화의 처치실에서 봤던 그 떨림. 진통제로 안 되는 통증이 있다고 했을 때 도현이 대답하지 않고 삼켰던 그 떨림. 3화 새벽 스테이션에서 식은땀을 훔치던 손. 그리고 지금.

'또 이거구나.'

강민석은 도현의 눈을 봤다. 초점이 두 개로 갈라져 어디에도 맺히지 못하고 있었다.

"정민아 선생, 이 인턴 내가 뺀다." 강민석의 목소리는 낮고 빨랐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을 나중으로 미룬 목소리였다. "5번은 기흉 맞아. 우측 감소음, 경정맥 팽대. 바늘 감압 먼저 하고 흉관. 4번은 얘가 흉관이라고 했으니 우측 청진부터 다시 해. 얘 진단 틀린 거 못 봤지?"

"…네." 정민아가 얼떨결에 대답했다.

"그럼 믿고 확인해. 확인은 네가 해. 얘는 지금 못 서."

강민석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도현의 팔을 자기 어깨 아래로 끌어 넣었다. 도현의 무릎이 접혔다. 여든 몇 킬로쯤 되는 무게가 통째로 강민석에게 실렸다.

"걸어. 서도현. 반만 걸어. 나머진 내가 든다."

*

처치실 안쪽, 커튼 하나로 가려진 빈 베드.

강민석은 도현을 눕히지 않고 앉혔다. 등을 벽에 기대게 하고, 무릎 사이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손가락 두 개를 도현의 목 옆에 댄 채 초를 셌다.

"들이마셔. 넷 세고. 참지 말고 천천히 뱉어. 여덟 세고."

도현의 입술은 푸르스름했다. 강민석은 그 색을 6화 CCTV 화면 없이도 알아봤었다. 자기 눈으로.

"내 목소리 들려?"

"…들려요."

"손 어디 있어. 네 손. 말해."

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자기 손이 어디 있는지 정말로 몰랐다. 세 사람의 통증이 몸 안에서 자리를 다투는 통에, 어깨부터 손끝까지가 남의 팔처럼 매달려 있었다.

강민석은 도현의 오른손을 잡아 도현 자신의 가슴 위에 얹었다.

"여기. 네 심장 위에 네 손 있어. 지금 뛰는 이거, 이게 네 거야. 딴 사람 거 아니고. 그거 하나만 붙잡아."

도현의 손바닥 아래에서 심장이 걸렀다. 뛰고, 멈추고, 다시 뛰었다. 그 불규칙한 박동만이—역설적으로—온전히 자기 것이었다. 도현은 그 하나에 매달렸다. 두개의 압박이 조금 물러났다. 복강의 화상이 한 겹 옅어졌다. 흉강이 여전히 조였지만, 그건 이제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겨우 분간이 됐다.

몇 분이 흘렀다. 시야의 흰빛이 가장자리로 물러났다.

"돌아왔어?" 강민석이 물었다.

"…네 사람이었어요." 도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세 명 진단하고, 네 번째 손 대기 직전에… 통증이 안 나눠졌어요. 누구 건지 몰랐어요. 제 것도."

"알아." 강민석이 잘랐다. "안다고."

*

정적이 흘렀다. 커튼 밖에서 정민아의 오더 소리, 흡인기 돌아가는 소리, 누군가의 울음 섞인 비명이 들렸다. 방금 도현이 손을 대 진단한 세 사람은 지금 살아가고 있었다. 긴장성 기흉의 5번은 감압이 됐고, 경막외 출혈은 신경외과가 내려왔고, 간 파열은 수술방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도현이 짚은 세 개의 진단은 전부 옳았다. CT 없이, 초음파 없이, 오직 손끝으로.

그 사실이 강민석을 더 화나게 했다.

"너 지금 네가 잘한 줄 알지." 강민석이 무릎을 굽혀 도현과 눈높이를 맞췄다. "세 명 짚었어. 다 맞았어. 그래서 뿌듯해? 그게 지금 네 얼굴에 써 있어."

"세 명이 살았어요."

"그래. 세 명 살았어. 그리고 넌 네 번째 침대 앞에서 쓰러졌어. 만약에 정민아가 반 박자 늦게 봤으면? 만약에 내가 콜 안 받고 위에 있었으면? 넌 응급센터 바닥에 처박혀서 심장 멈췄어. 그럼 다섯 번째, 여섯 번째 환자는 누가 봐."

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강민석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래서 더 무거웠다.

"내가 마취과 3년 하면서 진통제로 안 잡히는 통증 처음 본다. 네 손 떨림, 규칙적이야. 부정맥, 스트레스성 아니야. 심근이 값을 치르는 거야. 뭔가에. 나 그게 뭔지 몰라. 근데 이거 하나는 알아."

강민석은 도현의 가슴에 얹힌 손을 다시 눌렀다.

"넌 지금 네 몸을 소모품으로 쓰고 있어. 눈앞에 환자 있으면 네가 죽든 말든 손이 나가지. 그거—" 그가 잠깐 멈췄다. 정확한 단어를 고르는 사람처럼. "그 버릇, 그게 널 죽여. 언젠가가 아니라, 오늘 죽을 뻔했어. 눈앞 환자한테 널 갈아 넣는 거, 그게 실력 아니야. 그거 그냥 자기 파괴야."

*

도현은 벽에 등을 붙인 채 눈을 감았다.

강민석의 말은 정확히 아팠다. 전생에 아무도 이렇게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전생의 도현은 혼자 옳았고, 옳음이 곧 정의라 믿었고, 그 확신 하나로 상급자를 넘고 절차를 넘고 사람을 넘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의 편에 서지 않았을 때, 카르텔의 조작 통계 앞에서 홀로 무너졌다. 세 명의 사망 통계가 그의 이름 아래로 몰렸을 때, 그는 옳음을 증명할 손 하나 없이 매장됐다.

지금도 똑같다. 세 명을 손으로 짚어 살렸다. 하지만 그 진단을 절차로 옮긴 건 정민아였고, 그를 바닥에서 건져낸 건 강민석이었다. 혼자였다면 세 명을 살리고 자기가 죽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선생님 말이 맞아요." 도현이 눈을 뜨지 않고 말했다.

강민석이 눈을 좁혔다. 이렇게 순순히 인정하는 인턴을 본 적이 없다는 얼굴이었다.

"근데요." 도현의 목소리가 다시 서늘해졌다. "그 세 명이 지금 살아 있어요. 제가 손 안 댔으면 5번은 청진하다 늦었어요. 긴장성 기흉은 몇 분이 생사예요. 그거 알면서도… 손 놨어야 했다고 말하실 거예요?"

강민석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오래 도현을 봤다.

"봐. 이거야." 그가 낮게 말했다. "너 지금 또 그러고 있어. '내가 옳았으니까 다 정당하다.' 그 논리로 밀어붙이다 오늘 쓰러졌잖아. 옳은 진단이 널 안전하게 해주디? 아니잖아. 오히려 널 죽여. 나는 네 진단이 맞다는 걸 알아. 근데 네가 살아 있어야 그 다음 진단도 하는 거야, 서도현. 순서가 있어."

도현은 그 말을 삼켰다. 목에 걸렸다.

*

한 시간 뒤. 도현은 스테이션 뒤 당직실 간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강민석이 옆에 앉아 도현의 손목에서 맥을 짚었다. 여전히 걸렀지만, 아까보다는 간격이 고르게 돌아오고 있었다.

"이제 말할 때 됐지." 강민석이 손목을 놓았다. "3화 새벽에 내가 말했잖아. 언젠가 네가 뭘 하는지 말하라고. 오늘 네가 쓰러진 거 봤고, 세 명 진단하는 것도 봤어. 나 마취과야. 통증이 어떻게 오는지 알아. 근데 네 통증은… 순서가 이상해. 네가 환자를 만지고 나서 아파. 만지기 전엔 멀쩡하고."

도현은 천장을 봤다. 6화에서 이서린과 강민석에게 이미 절반은 털어놓았다. 남은 절반—접촉의 순간 병이 몸으로 넘어온다는 것—을 강민석은 이제 스스로 조립하고 있었다.

"…만지면 앓아요." 도현이 낮게 말했다. "환자 몸에 손 대면, 그 사람 병이 제 몸으로 넘어와요. 위암 환자 만지면 명치가 타고, 뇌출혈 만지면 머리가 쪼개져요. 그래서 진단이 안 틀려요. 제가 직접 앓으니까."

강민석은 오래 침묵했다.

"…그럼 오늘은."

"세 명을 연속으로 앓았어요. 어제 남은 것 위에 겹쳐서요. 넘쳐서, 누구 건지 모르게 됐어요."

"미친 능력이네." 강민석이 낮게 뇌까렸다. 감탄이 아니라 진저리였다. "그거… 진통제로 안 되지."

"안 돼요. 시간만 지나야 물러가요."

강민석은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이 인턴이 매번 어떤 대가로 진단을 세우는지, 이제 전부 이해했다. 그리고 이해하자마자, 그는 이 인턴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책임을 스스로 떠안았다.

"규칙 정하자." 강민석이 말했다. "하루에 중증 두 명 이상 만지지 마. 세 명째부터 심장이 값 치르는 거 오늘 봤어. 그리고 만질 거면 나한테 미리 말해. 옆에 있을게. 오늘처럼 혼자 쓰러지지 말고. 알았어?"

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환자가 있으면 자기가 그 규칙을 지킬 수 없다는 걸, 그 자신이 제일 잘 알았기 때문이다.

강민석도 그 침묵의 의미를 읽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못을 박았다.

"대답해."

"…노력할게요."

"노력 말고 약속."

"…약속할게요."

거짓말이었다. 두 사람 다 알았다.

*

문제는 그날의 소동이 응급센터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버스 전복 대량 외상 접수는 병원 전산에 그대로 남았다. 접수 시각, 트리아지 기록, 처치 오더, 담당자. 그리고 그 기록 어딘가에, '인턴 서도현이 활력징후 불안정 상태에서 근무 이탈, 마취과 강민석이 응급 개입'이라는 인시던트 한 줄이 박혔다. 정민아가 규정대로 올린 근무 이상 보고였다. 그녀는 도현을 지키려 했지만, 시스템은 지킨다는 이유로도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그 기록은 12층으로 올라갔다.

*

이틀 뒤 아침.

도현은 회복해 다시 응급센터 근무 중이었다. 잔류 통증은 아직 흉강 언저리에 남아 있었지만 손 떨림은 가라앉았다. 강민석이 정한 규칙 덕분에 이틀간 능력을 봉인한 결과였다.

스테이션 앞으로 구두 소리가 다가왔다. 3화 그 새벽처럼, 소리만으로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걸음.

윤재경이었다.

그는 차트를 들지 않았다. 대신 얇은 서류철 하나를 손에 쥐고 있었다. 흉부외과 과장이자 심사위원회의 정점. 그의 뒤로 반 발짝 떨어져, 겁 많은 표정을 애써 감춘 남자가 따라왔다—박태오였다. 도현의 폐기 차트 열람 기록을 파악하고 창고에서 경고했던 그 남자. 두 사람이 함께 응급센터로 내려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경고였다.

"서도현 선생." 윤재경의 목소리는 여전히 정중했다. 그게 더 위험했다. "이틀 전 대량 외상 접수 때, 근무 중 이탈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활력징후 불안정. 마취과 응급 개입. 맞습니까."

"…환자 셋을 트리아지했습니다. 전부 정확했고, 전부 살았습니다."

"압니다. 진단은 정확했죠." 윤재경이 얇게 웃었다. "그게 문제입니다."

도현은 그 말의 무게를 알아들었다.

"검증되지 않은 손이 정확한 진단을 내립니다. CT도 초음파도 없이. 근거를 제시하기도 전에 결론을 냅니다.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은 근무 중 쓰러집니다." 윤재경이 서류철을 스테이션 위에 놓았다. "저는 3화 새벽에 말씀드렸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손이 환자를 죽인다고. 이틀 전, 그 손은 자기 자신부터 쓰러뜨렸더군요. 다음 환자는 누가 됩니까?"

박태오가 옆에서 눈을 빛냈다. 이 상황이 자기에게 유리하다는 걸 아는 눈이었다.

"과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박태오가 거들었다. "인턴이 상급자 지시 없이 독단으로… 위험합니다. 저번에도 지시체계 무시로 인시던트가 걸렸다던데요."

*

윤재경은 서류철을 펼쳐 도현 쪽으로 밀었다.

'심사위원회 명의 통보서'라는 굵은 글자가 맨 위에 박혀 있었다.

"심사위원회의 결정입니다." 윤재경이 말했다. "서도현 선생의 진단 능력을, 공개된 자리에서 검증하겠습니다. 준비된 환자, 준비된 심사위원, 준비된 절차. 당신이 손으로 무엇을 짚어내든, 그것을 근거와 데이터로 입증해야 합니다. 입증하지 못하면—"

윤재경이 통보서 하단의 한 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성심의료원에서 나가시게 됩니다. 인턴 수료 자격 상실. 재취업 추천 불가."

도현은 통보서를 내려다봤다. 심장이 다시 한 박자를 걸렀다. 이번엔 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이건 함정이었다. 공개 검증. 준비된 절차. 그가 손으로 짚어낸 것을 시스템의 언어로—로그로, 데이터로, 서명으로—입증하지 못하면, 그의 능력은 '검증되지 않은 오만'의 증거가 된다. 이서린이 이틀 전 어둠 속에서 했던 말이 귓가에 울렸다. *시스템은 진단으로 안 움직여. 로그로 움직여. 그거 없이 밀어붙이면, 3년 전 그 남자처럼 돼.*

윤재경은 도현의 능력이 진짜라는 걸 몰랐다. 그래서 검증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는 도현이 '증명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기에, 검증이라는 이름의 처형대를 세운 것이다.

"검증장은 다음 주입니다." 윤재경이 몸을 돌렸다. "그때까지, 손을 조심히 쓰시길."

구두 소리가 멀어졌다. 박태오가 마지막으로 도현을 돌아보며, 창고에서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호기심 많으면 오래 못 버틴다더니.*

*

도현은 스테이션에 홀로 남았다.

통보서의 날짜를 봤다. 다음 주. 강민석이 마취과 인맥으로 알아낸 12층 서버 정기점검일과—같은 주였다.

같은 주에 검증장이 서고, 같은 주에 서버 점검이 있다. 우연일까. 아니면 윤재경이 도현의 시선을 검증장으로 묶어두고, 그 사이 무언가를 서버에서 지우려는 것일까.

손끝이 아직 미세하게 떨렸다. 잔류 통증인지, 두려움인지, 이번엔 도현도 구별할 수 없었다.

통보서 맨 아래, 심사위원회 승인란에 도장이 두 개 찍혀 있었다. 하나는 윤재경. 다른 하나는—

박태오의 이름이었다.

道현은 그 이름 위에 손을 얹었다. 종이는 아무것도 앓지 않았다. 하지만 도현은 알았다. 이 검증장 뒤에, 3년 전 심낭 압전 남자의 지워진 심초음파 오더가, 응급센터 사망으로 둔갑한 수술 실패 통계가, 그리고 전생의 자신을 매장한 마지막 조작이 전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다음 주까지, 그는 손으로 짚은 진실을 시스템의 언어로 번역해야 했다. 실패하면 나간다. 성공해도—12층 서버가 먼저 비워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당직실 문이 열리고 강민석이 얼굴을 내밀었다.

"뭐야, 방금 그 사람들. 윤재경 아냐?"

도현은 통보서를 그에게 내밀었다. 강민석이 첫 줄을 읽고, 얼굴이 굳었다.

"공개 검증… 이 새끼들이."

"선생님." 도현이 낮게 말했다. "서버 점검일이 언제라고 하셨죠?"

강민석의 눈이 통보서 날짜와 도현의 얼굴 사이를 오갔다. 두 사람 다 같은 숫자를 떠올렸다.

"…같은 주야."

커튼 밖에서, 다음 환자를 부르는 정민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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